한국일보

켄모어 고풍스러운 사적지 신학교 건물이 호텔로 탈바꿈

2021-05-07 (금) 12: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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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원에 반세기 동안 방치됐다가 개발업자와 임대계약

레이크 워싱턴 북동쪽 호반 켄모어의 세인트 에드워드 주립공원 안에 1931년 건축된 고풍스러운 신학교 건물이 5,700만달러가 투입된 호텔로 탈바꿈해 이번 주말 오픈한다.

시애틀의 유명 건축가 존 그레이엄이 설계한 9만 평방피트의 이 로마네스크 풍 벽돌건물은 1970년대 가톨릭 교구가 부속 대지와 함께 주정부에 매각한 뒤 비어 있었다.

부동산개발회사 대니엘스 리얼 에스테이트의 케빈 대니엘스 대표는 지난 2017년 주정부 공원국과 신학교 건물을 62년간 사용하는 임대계약을 체결하고 건물 내부를 84개 객실을 비롯해 식당과 2개의 바 및 9,000 평방피트의 행사공간을 곁들인 호텔 ‘더 랏지’로 개조해왔다.


대니엘스 대표는 전 세계의 모든 대형 가톨릭 건물들처럼 세인트 에드워드 신학교 건물도 구조가 튼튼해서 리모델링에 어려움이 없었지만 이를 투숙객들 입맛에 맞춰 현대식 시설로 개조하면서 동시에 옛날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살리는 것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 건물은 워싱턴주 전통건물 명부와 전국 사적지 명부에 등록돼 있어 외양을 변조시킬 수 없다.

그동안 바스터대학, 맥메나민스 양조장-호텔 체인 등 다양한 기관과 기업체들이 이 건물에 눈독을 들이고 당국과 용도에 관해 협상을 벌였으나 모두 무위로 끝났다.

사회일각에서는 신학교 사제들이 어린이를 학대했다는 그럴듯한 근거를 대면서 건물을 철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니엘스가 임대계약을 딴 뒤에도 일부 사회단체들은 St. 에드워드 공원의 상업화와 교통 혼잡 등을 이유로 3,000여 주민들의 서명을 받아 반대 청원을 내기도 했다.

피터 메이여 공원국장과 주 역사보존신탁국의 크리스 무어 국장은 반세기 동안 비어 있던 건물이 호텔로 개조돼 한 세기 가까이 금단의 집이었던 신학교가 개방됐고, 주민들도 더 좋아진 공원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며 대니엘스와의 임대계약이 민관협동의 모범사례라고 자랑했다.

이 건물 입구 위에는 ‘수확의 희망은 밀알 안에 있다’라는 문구가 라틴어로 조각돼 있다. 그래선지 이 호텔의 하루 밤 숙박료는 300달러대 중반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옛날 이 신학교 재학생의 1년 등록금에 맞먹는 액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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