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워싱턴주 원자력발전이 최고” 지역당국- 농장주 찬반 공방

2021-05-05 (수)
크게 작게

▶ 트라이-시티스 주민들, 대규모 풍력발전 건설계획 놓고 대립

▶ 일부 주민들은 반대하지만 밀밭 소유주들은 찬성

“워싱턴주 원자력발전이 최고” 지역당국- 농장주 찬반 공방
워싱턴주 중남부 벤튼 카운티의 밀밭 언덕에 17억달러가 투입되는 대규모 풍력발전 건설사업이 추진되는 가운데 지역당국과 농장주 및 주민들이 첨예하게 찬반 공방을 벌이고 있다.

콜로라도주 보울더에 소재한 스카웃 클린 에너지(SCE)사는 트라이-시티스 서쪽의 화산 화강암으로 이뤄진 ‘호스 헤븐 힐스’의 24마일 능선을 따라 풍력발전 터빈 244개를 설치하려는 사업계획을 지난해 당국에 제출했다.

SCE는 이 지역 6,500여 에이커에 태양광 발전시설도 건설할 계획이다.


SCE는 풍력과 태양광 발전시설이 최고조로 가동되면 1,150 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으며 기상조건으로 연간 절반만 가동된다 해도 27만5,000여 가구를 충당할만할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고 밝히고 이를 시애틀 시티라이트와 퓨짓 사운드 에너지 등 워싱턴주 전력회사들은 물론 오리건과 캘리포니아에까지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공화당 텃밭인 벤튼 카운티 주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시큰둥하다. 이들은 기후변화 위기나 청정에너지 개발 등에 관심이 별로 없으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을 파리 국제기후협정에서 탈퇴시키고 국내 석탄 및 석유 산업 육성을 주장했을 때 지지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벤튼 카운티 전력국은 작년 가을 성명을 발표하고 “산등성이와 협곡과 사막의 아름다운 경관을 산업에 이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전력국은 풍력발전이 너무 늘어나면 정전사고 위험도 늘어난다며 워싱턴주에 가장 유용하고 탄소배출도 전무한 에너지는 원자력발전이라고 강조했다.

이 지역에 개발된 신규 주택단지 주민들은 언덕 능선을 점령한 풍력발전 터빈들을 매일 바라보며 살 수 없다고 불평했고 지역신문 트라이-시티 헤럴드는 SCE 사업이 주민들의 마음을 찢는 처사라는 사설을 게재했다.

벤튼 카운티 커미셔너 3명도 지난 3월 이 사업에 반대한다는 방침을 공식 선언하고 그동안 400여 주민들로부터 받은 의견 중 과반수가 반대를 표했다고 밝혔다.

SCE는 사업계획서를 벤튼 카운티 정부를 제쳐놓고 주정부 에너지 시설 장소 평가위원회에 직접 제출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밀밭 소유주들은 SCE 사업을 적극 지지한다. 밭의 일부에 터빈을 설치하도록 계약하고 얻는 임대수입이 짭짤하기 때문이다.


SCE가 지급할 임대료는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지만 워싱턴주 타 지역에 설치된 풍력발전 터빈의 경우 사업주들이 발전량에 비례해 대당 연간 1만2,000~1만8,000달러를 농장주에게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에서 4대째 밀을 경작하고 있는 크리스 와일리는 연간 강우량이 8인치에 불과한 박토에서 밀농사를 하기가 힘들다며 풍년이 든다 해도 에이커 당 총수입이 400달러에 불과해 워싱턴주 동부 팔루스의 기름진 밀 경작지에 비해 절반 정도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지역 밀밭 소유주 수십 가구를 대리해 지역 신문과 SNS에 ‘지역발전을 위한 장기적인 안목에서’ 풍력발전 사업을 지원해줄 것을 호소했지만 반응은 적극적인 지지와 적극적인 반대로 확연하게 갈라졌다고 말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