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회에 코비드 덮치면 누구 책임?

2021-05-0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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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리건교회서 사망자 나오자 목회자-유가족 옥신각신

교회에 코비드 덮치면 누구 책임?
오리건주 알바니의 한 교회에서 40대 여신자가 코비드-19에 감염돼 지난주 사망하자 그녀의 어머니와 교회 측이 책임 소재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알바니 디모크랫-헤럴드지에 따르면 셰리 제츠먼(43) 여인은 지난 3월 ‘사도 생명센터 교회’에 출석한 후 코비드-19 확진판정을 받았다. 중태에 빠진 그녀는 그동안 코발리스의 굿 사마리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오다가 지난달 27일 가족의 동의에 따라 산소 호흡기를 제거해 사망했다.

그녀의 어머니 테리 부시넬 여인은 딸이 감염됐던 무렵 이 교회에선 이미 10여명의 확진 판정자가 발생한 상태였다며 딸의 죽음은 교회 측의 방역소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녀는 딸이 주일예배 후 성경공부 반에도 참석했지만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오리건 직업안전 보건국(OOSH)은 지난달 접수한 주민진정에 따라 해당 교회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진정서는 목사와 성가대를 포함한 어느 누구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6피트 거리두기도 지켜지지 않는다며 확진자가 최소한 14명 나왔는데도 교회 측이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교회 측은 지난해 팬데믹이 터진 이후 대면예배를 온라인 예배로 대치하는 등 바이러스 확산방지를 위해 노력해왔다고 반박했다. 데니스 존슨 담임목사의 아들인 나타니엘 존슨 부목사는 “목사는 교회를 통치하는 독재자가 아니라 설교하는 사람”이라며 교회에 출석함으로써 바이러스 감염위험을 어느 정도까지 감수해야 할지는 신자들이 개인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존슨 부목사는 자신을 포함한 교회 직원들이 신자들에게 악수나 포옹 등 신체접촉을 삼가라고 말하지는 않는다며 “신자들이 서로 간에, 특히 평생을 알고 지내온 사람에게, 간절히 하고 싶은 신체접촉 행동이라면 본인이 위험을 감수하고 하도록 법적으로 허용돼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데니스 존슨 담임목사는 지난 3월25일 교회에서 열린 청소년 행사 때 참가자들에게 마스크를 나눠줬지만 이들이 착용하지 않고 다닥다닥 붙어 앉아 찬양하고 통성기도 했다는 지적에 대해 “젊은이들이 마스크 착용을 싫어했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도들에게 바이러스감염이 두려우면 대면예배에 참석하지 말도록 분명히 밝혔다며 팬데믹 초기부터 이를 본인들의 판단에 맡겼다고 덧붙였다.

부시넬 여인은 자기 딸이 고질적 천식환자였다며 신도들로부터 대면예배에 참석할 수 있고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듣고 출석했다가 비운을 맞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교회 상황을 알렉스 존슨 시장에 알렸고, 시장은 알바니 및 린 카운티 보건국 등 관계기관에 이첩했다고 덧붙였다.

오리건주 보건부는 케이트 브라운 주지사의 방역지침 위반자에게 벌금이나 행정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처벌보다 준행권고를 위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종교기관에 대한 진정이 들어올 경우 담당관이 해당교회의 지도자들을 교육시키고 방역지침을 준행하도록 지원해준다고 밝히고 상당수의 교회가 방역지침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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