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 모금 기대는 베네수엘라인들 “도움을 청하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
▶ ‘고펀드미’ 모금 요청 2천여 건 달해
“우리 아버지가 코로나19를 이겨내도록 도와주세요” “코로나19와 싸우는 어머니에게 힘을 보태주세요.”
9일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고펀드미(www.gofundme.com)에 올라와 있는 베네수엘라인들의 호소 중 일부다. 몇 년째 이어진 극심한 경제난 속에 코로나19 위기를 맞은 베네수엘라 사람들은 가족이나 친척의 코로나19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온라인 모금에 기대고 있다.
AFP의 지난 8일 보도에 따르면 고펀드미 사이트엔 의약품과 산소통 구입비 등을 요청하는 베네수엘라인들의 글이 2,300개 이상 올라와 있다.
코로나19 사태 탓에 여행사 일자리를 잃은 가브리엘라 로드리게스(31)도 그중 한 명이었다.
임시직 일자리로 한 달에 버는 돈은 고작 80달러. 어머니와 조부모, 사촌까지 넷이 코로나19에 걸려 약값만 하루에 300달러가 필요했다.
차까지 전당 잡히고도 돈이 턱없이 모자라자 고펀드미에 도움을 요청했고 1천75달러를 받았다. 목표금액 5천달러엔 못 미치지만 “이 돈이 없었다면 어머니 장례를 치르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7만여 명, 사망자는 1720명이다.
야권과 국제 인권단체 등은 이미 전부터 정부의 코로나19의 코로나19 통계가 실제보다 많이 축소됐다고 주장해 왔다. 환자가 빠르게 늘면서 공립병원 병상은 부족해졌고, 사립병원 입원비는 하루 1천∼3천 달러에 달했다. 최저임금이 월 1달러에 못 미치는 베네수엘라에선 천문학적인 액수다. 아무리 찾아봐도 돈 나올 구멍이 없자 타인의 선의에 기대는 수밖에 없어졌다.
AFP에 따르면 이름이 알려진 베네수엘라 가수나 정치인까지도 온라인 모금을 요청했다. 고펀드미를 통해 치료비 모금에 나섰던 TV 진행자는 결국 사망했다.
지난해 고펀드미에서 치료비를 모금했던 마리아 앙헬리나 카스티요는 “다른 방법이 없다. 고펀드미에 도움을 청하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