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안 인종차별 급증, 진단과 대처…각계 한인지도자 긴급 인터뷰 지상좌담
▶ 참석자 : 영 김 연방하원의원, 제리 강 UCLA 교수, 강석희 전 어바인 시장, 제임스 안 LA 한인회장

영 김 연방하원의원
“아시안 미국사회 기여도
주류사회 적극알리고
각분야 실력 키워 나가야”

제리 강 UCLA 교수
“정치인들 인종차별 선동
아시안 팬데믹 희생양
증오범죄 기소 확대 필요”

강석희 전 어바인 시장
“미국사회 구조적 문제
시민보호 최우선 과제로
정치인에 해결책 요구”

제임스 안 LA 한인회장
“권리요구에 너무 소극적
부당한 피해 신고하고
투표의 힘으로 주장 관철”
-이번 애틀랜타 총격 사건을 어떻게 보나
▲제리 강 교수: 모든 총격 사건은 마음을 아프게 한다. 특히 이번 사건은 아시안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우려가 크다.
▲제임스 안 한인회장: 너무도 끔찍하고도 충격적인 사건이다. 저 뿐만 아니라 모든 한인들이 크게 놀랐고,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영 김 의원: 특히 목숨을 잃은 피해자들의 가족들을 포함해 우리 아시안 커뮤니티에게 정말 가슴 아픈 일이다. 더 자세한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지만 확실한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 범죄라면 용납돼서는 안 될 일이다.
▲강석희 전 시장: 이것이 우리 모두가 선망해왔던 미국의 참모습인지 경악을 금할 수 없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아시안을 겨냥한 인종 증오범죄는 이제 인내의 한계를 넘었다고 생각한다.
-왜 아시안 대상 증오범죄가 걷잡을 수 없이 급증했다고 보나
▲제리 강: 끔찍한 폭력 행위를 저지르는 일은 비난과 비인간화(dehumanizing)로 인해 야기되곤 한다. ‘쿵플루’(Kung-Flu)와 같은 정치인들의 인종차별적인 발언, ‘중국 바이러스’라는 표현으로 중국 책임론을 강조하는 정치인들의 태도는 팬데믹의 원인을 아시안에게 돌리며 혐오와 편견을 생산해낸다. 이로 인해 사람들이 더욱 쉽게 아시안들을 비난의 대상으로 삼게 됐다. 게다가 아시안이 영원히 외국인이고, 대체 가능하며, 순종적이라는 케케묵은 편견은 아시안들의 비인간화를 정당화하기도 했다.
▲제임스 안: 코로나 19의 첫 발원지가 중국 우한으로 알려진 것이 시작이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책임한 언행이 아시안 증오범죄를 부채질한 것이다. 또 지난 1년간 코로나 관련 봉쇄조치들로 외부 활동이 차단되고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데 따른 반발이 아시안을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 김: 아시안들을 겨냥한 증오사건들이 전국적으로 3,000건 이상 보고 됐고 특히 노년층을 향한 범죄가 늘어났다. 무역 불균형과 지적재산권 절취와 같은 중국 공산당에 대한 경계심과 맞물려 증오심의 대상이 아시아계 전체로 잘못 퍼지는 것이 아닌가 우려가 크다.
▲강석희: 이러한 끔찍한 사건이 계속된다는 것은 미국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인종, 다민족으로 구성된 연방 국가 미국이 시민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시급히 대처해야할 최우선적인 문제다.
-한인 커뮤니티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강석희: 한인 정치인들, 한인 단체들 모두 연합해서 미 전국의 모든 한인들이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또 범 이시아계 단체들과 연계해서 더 강력하게 주류사회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 흑인, 라티노 커뮤니티와도 긴밀히 협력해 인종증오 범죄만큼은 하나로 연대해 방지대책을 마련하고 홍보와 교육에 나서야 한다.
▲제리 강: 한인들을 비롯해 다른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그들의 목소리, 힘, 그리고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 침묵하는 일은 인종 관련 범죄를 영원히 사라지게 할 수 없다. 만약 현재 우리 정치 지도자들이 증오심을 부추기거나 심지어 외면하고 있다면 우리는 그들을 공직에서 추방시켜야 한다. 우리는 인종 폭력에 시달려온 다른 타인종 단체들과 협업을 맺고 힘을 모아 인종차별 폭력에 대응해야 한다.
▲제임스 안: 한인들은 부지런하고 열정적이며 창의적인 우수한 민족이다. 하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서 본인의 주장을 밝히는데 소극적이고 주변을 의식하기 때문에 자기표현을 하는 것도 부족하다. 이런 면이 피해를 키우는 경향이 있다. 즉 내가 피해자이면서도 사소한 일로 여기는 경향이 있고, 언어 문제에서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어 피해를 당하고서도 신고를 꺼려한다. 반면 흑인 커뮤니티는 정당한 권리 주장에 적극적이고 강한 단결력을 가지고 있다. 한인들도 정당한 권리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영 김: 한인 커뮤니티에서는 목소리를 높이는 동시에 증오범죄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침착하게 대처했으면 한다. 이제부터 아시안들이 미국사회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지 알리는데 힘을 쏟고, 내면적으로 실력을 키워간다면 이번 사건이 도리어 아시아계의 위상을 높이고, 더욱 적극적으로 미국사회를 선도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정부와 의회, 수사당국에 무엇을 요구해야 하나
▲영 김: 인종증오 문제는 미국 정치권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19일 오전 연방하원 법사위 헌법·민권·시민자유 소위원회에서 증가하는 아시안 대상 폭력에 관해 청문회를 열었다. 저를 비롯해 미셸 박 스틸 의원과 여러 아시아계 의원들이 참여해 목소리를 높였다. 저는 강력하게 아시안들에 대한 증오와 선입견, 공격은 용납할 수 없고 중단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은 피부색이 아닌, 개인의 능력과 자질로 평가돼야 하고 배경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이 존중돼야 하는 나라다.
▲제임스 안: 지역 정부에서 부터 주정부 연방 정부,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아시안 커뮤니티 전체에 대한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아시안 증오범죄의 근절을 위해서는 우선 이번 사건에 대한 정확하고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하며,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어떤 사소한 인종증오범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또, 이를 뒷받침하는 체계적 교육시스템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또 한인들은 우리들의 주장과 목소리를 투표로 보여 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제리 강: 문화적인 측면에서 우리는 아시안을 우스꽝스럽게 ‘희화화’하는 대신 ‘인간화’할 필요가 있다. 이점은 정부 지도자들 뿐만 아니라 미디어도 한 몫을 해야 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또한 형사법 제도 측면에서 우리는 데이터를 축적하고, 피해자들이 피해 사례를 보고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 그리고 검사들은 대형 사건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어떤 폭력 사건에서 인종 문제가 사건의 원인으로 추정될 때,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피고들은 증오 범죄 혐의로 기소할 필요가 있다.
▲강석희: 바이든 대통령의 긴급 행정명령으로 인종혐오 범죄 대처를 위한 라운드 테이블이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백악관, 연방의회에도 청원을 해서 대통령과 상하원 의원들에게 더 이상은 이런 참혹한 인종 증오범죄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해결 법안들을 만들어 줄 것을 요구해야 한다.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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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목·석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