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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전문의의 건강칼럼] 코로나에 독감 환자가 대폭 감소한 진짜 이유

2021-03-02 (화) 김영진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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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전문의의 건강칼럼] 코로나에 독감 환자가 대폭 감소한 진짜 이유

김영진 전문의

지난 8월 독감과 코로나19 바이러스 증상을 비교하는 내용을 칼럼에서 다룬 적이 있다. 이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독감 시즌(flu season)이 보통 8월말부터 이듬해 3-4월까지 지속되기 때문에 계절성이 뚜렷하지 않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동시에 확산될 경우, 두 가지 바이러스의 감염에 따른 증상들의 혼선을 염려해서였다. 독감 시즌이 시작되기 전 이미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이 심각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많은 전문가들이 독감과 코로나에 동시 감염이 된 환자들의 높은 사망률을 예상하기도 하였는데, 9월부터 현재까지 사망률을 지켜보니 예상과는 다른 결과가 있었다. 놀랍게도 오히려 독감으로 인한 사망률이 크게 감소하고 예년과 달리 독감 환자수도 현저히 적었다. 이는 처음으로 대다수 사람들이 일상에서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 뿐 아니라 다른 많은 바이러스들과 박테리아 균들로부터 보호할 수 있었다고 본다. CDC(미국질병예방통제센터) 조사에 의하면 2020년 10월 1일부터 2021년 1월 16일까지 미국 내 독감으로 인한 입원 환자가 136명, 사망한 환자 수가 292명, 그중 단 한명이 어린이 환자였다. 2019-2020 독감 시즌 수치를 비교해보면, 약 400,000명이 독감으로 입원하였고 22,000명이 사망 그 중 434명이 어린이들이었다. 단지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만 했을 뿐인데 어떻게 일년 사이 수치가 이렇게 차이 날 수 있을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도 코로나19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입과 코에서 나오는 비말(air droplet)로 인해 전파되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서로 잘 착용하고 거리두기를 하게 되면 그만큼 바이러스 감염경로를 차단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독감 케이스들이 이렇게나 많이 감소했는데 아무리 열심히 마스크를 써도 계속해서 왜 코로나 환자들은 끊임없이 발생하는가. 여기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독감 바이러스보다 전염력이 훨씬 강력하다. CDC에서 정한 전염률 계산법으로 R0 계산이 있다. 바이러스에 걸린 한 사람이 주변에 몇 명까지 전염을 시키는지를 숫자로 계산한 것이다. 독감R0 수치는 1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한명이 주변 한명을 더 감염시킬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R0 수치는 2인데 이는 실제로 엄청난 차이이다. 독감 바이러스로 6명이 감염되는 동안, 같은 시간안에 새로 감염되는 코로나 환자들을 모두 카운트하면 총 63명이 된다. 독감 환자수의 두배가 되는것이 아니라, 최초 감염자가 두명에게 전파시키고, 그 두명에게서 네명이 더 감염되고, 그 다음 8명을 더 감염시키면서 점점 더 번져가기 때문에 감염경로를 차단하지 않은 채 이런식으로 계속해서 빠르게 퍼진다면 기하급수적으로 환자수가 커지게 되는 것이다. 두번째 이유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독감과 다르게 감염시에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환자들이 많다. 때문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에게 바이러스를 옮겨 주기 쉽다. 독감의 경우 99%의 환자들이 눈에 띄는 증상을 하나라도 보인다. 관련 증상이 있다면 본인은 물론 주변에서도 알게 되어 외출을 삼가거나 서로 피할 수 있다. 마스크와 거리두기 외에도 독감 환자 수를 급격히 감소시킨 데에는 독감 백신이 한 몫을 하였다. 2019-2020년에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으로 독감 백신 접종자 수가 크게 증가하였다. 2018-2019년도에 미국 내 1억 7천4백만명이 플루샷을 맞았는데, 2019-2020년도에는 1억 9천만명이 접종을 받았다. 총 1천6백만명이 더 많이 접종을 받은 것이다. 마스크로 전염경로를 차단했고 백신 접종으로 인해 바이러스 감염시에도 아주 가볍게 지나가거나 바로 회복될수 있도록 한 결과, 독감 환자수와 사망자 수가 크게 감소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수많은 코로나 환자들 중 독감과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동시에 갈린 환자들은 얼마나 될까. 당초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것과 다르게 그 수가 예상보다 훨씬 적었다. 그 이유는 바로 바이러스 간섭(viral interference)때문인데 이는 서로 다른 바이러스가 동시에 존재할때 서로를 방해하는 현상을 말한다. 2009년 H1N1 바이러스가 스페인, 영국, 포르투갈까지 전파된 후 프랑스 국경을 뚫고 갈 무렵, 놀랍게도 프랑스에서는 바이러스 감염 케이스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당시 프랑스 내 독감 감염환자들이 넘쳐났는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이미 잠식하고 있는 상태에서 H1N1의 전염이 주춤해졌던 것이다. 그러나 봄이 되어 독감 환자들이 줄면서 H1N1 환자들이 다시 급증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 원인을 간단히 살펴보면, 먼저 바이러스 감염 초기에 우리 몸의 선천 면역(innate immunity)이 먼저 반응하여 약 96시간 동안 바이러스에 저항한다. 해당 바이러스에 대한 학습 후 적응 면역(adaptive immunity)이 활성화되면 적응 면역이 타겟 바이러스를 직접 죽이게 된다. 바이러스 감염 초기 선천 면역이 활성화 된 시간동안은 다른 바이러스의 감염이 차단되는데, 이것을 신호해주는 것이 바로 인터페론(interferon)의 역할이다. 인터페론은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반응을 바꿔주고 항 바이러스 작용을 하는 단백질이다. 따라서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백신 뿐 아니라 인터페론을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방법이 활발히 연구중이다. 백신과 함께 팬데믹을 물리칠 또 하나의 훌륭한 대안이 되어주길 바라며 현재로선 우리가 마스크 쓰기와 거리두기를 계속 유지하고, 신속한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 것이 최선이라 하겠다.

(문의) 213-480-7770

차민영 내과에서 근무

<김영진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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