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창] 우리집 웃음꽃
2021-01-15 (금) 08:12:21
양주옥 (피아니스트)
항상 느긋하던 우리집 아침이 월요일만 되면 바빠진다. 손녀가 오는 날이기 때문이다. 딸이 출근 시간에 맞춰 이른 아침 겨우 눈을 뜬 세 살배기 손녀를 데려온다. 날씨가 좋으면 좀 낫지만 추운 겨울 아침은 엄마를 따라 나오는 길이 싫을 텐데도 아이는 늘 밝은 표정이다.
할머니랑 노는 게 뭐가 그리 좋은 지 신이 났다. 비교적 한가한 날이건만 온종일 분주하다. 어릴 적엔 재우고 먹이기만 하면 됐는데 이젠 공부도 하고 놀기도 해야 한다. 종알종알 스티커를 붙이며 말을 배우는 걸 보면 세 살밖에 안된 아이가 어쩜 이렇게 빠른지 때로는 내가 아이에게 배우기도 한다. 그렇게 놀다가 지루해지면 이젠 부엌 놀이를 하자며 내 손을 잡고 부엌으로 간다. 말이 놀이지 간식을 만들어 먹자는 뜻이다. 이번엔 이것저것 도구들을 꺼내 놓고 아이와 함께 만들 수 있는 간식을 만들어 먹는다.
그렇게 놀다 보면 어느새 낮잠 시간이다. 아이를 재우려 침대에 함께 누우면 아이는 눈을 맞추며 나를 부른다. “할미, 아이 러브 유” 세상 제일 행복한 순간이다. 놀다가도 문득 생각이 나면 아이는 수시로 사랑을 고백한다. 그 고백에 빠져 하루 종일 손녀와 있다 보면 한 일도 없는데 하루가 다 간다. 온 세상이 배움터요 궁금한 것 투성이니 잠시도 가만히 있을 틈이 없다. 집안에서 놀다가 답답하면 뒷마당에 나가 꽃들을 본다. 물을 주기도 하고 마른 가지를 잘라 주기도 한다. 모래를 가지고 성을 쌓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기도 한다.
모든 사물을 사랑의 눈으로 보고 말을 한다. 나무에게 목마르겠다며 물을 주고, 나무 위의 새에게는 엄마 찾아가라 하며,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고도 인사를 한다. 저렇게 순수한 아이의 마음을 우리도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어린아이와 같아야 천국에 갈 수 있다고 하셨나 보다. 내게도 지난 한 해가 힘들긴 했지만 선물로 주신 아이 덕분에 어려워도 웃을 수 있었고 걱정을 잊을 수 있었다.
아이가 다녀간 날은 평소보다 훨씬 피곤하지만 내겐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다. 손녀로 인해 우리 부부는 하루 종일 웃을 수 있고 집안에 생기가 있으며, 아이가 주는 사랑과 에너지로 모든 피로를 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손주들과 함께하는 동안 우리집에 웃음꽃은 떠나지 않을 것이며 또한 희망을 보고 미래를 꿈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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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옥 (피아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