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육’막말 시애틀부영사 징계 안하기로

2021-01-1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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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교부 “사실관계 확정할 만한 제3자 진술이나 물증 없다”

▶ ‘행정직원 퇴직 강요’총영사는 장관명의 서면 경고조치

한국 외교부가 현지 행정직원에서 폭언과 함께 엽기 발언 등을 했던 시애틀총영사관의 A부영사에 대해 징계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시애틀총영사가 지난해 해당 부영사로부터 폭언을 들었던 행정직원에게 퇴직을 종용했다는 의혹이 있었으며 이 의혹과 관련해 총영사가 외교부장관 명의의 서명 경고를 받은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해당 시애틀총영사는 3년 임기를 마치고 지난해 11월 외교부 본부로 귀임한 이형종 총영사인 것으로 판단된다. 이 전 총영사의 후임으로는 권원직 신임 총영사가 지난해 12월 부임해 업무를 시작했다.


외교부는 시애틀영사관 A부영사의 인육 관련 발언 의혹에 대해 재조사를 진행한 뒤 “현재 조사 결과, A부영사가 해당 발언을 했다는 혐의 사실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부족하다”며 ‘불문’조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불문’조치란 ‘문제가 되지 않아 징계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외교부는 A부영사 발언에 대해 “해당 외교관(A부영사)과 실무관(행정직원) 단 둘이 있을 때 있었다고 주장된 것으로, 사실관계를 확정할만한 제3자 진술이나 객관적 물증이 없고 제보자 진술내용 중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또한 총영사가 행정 직원에게 퇴직을 강요하는 발언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장관 명의 서면 경고 조치를 내렸다.

외교부는 이와 관련해서도 “총영사가 행정직원에게 ‘다른 직장을 알아보라’는 취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부적절한 발언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총영사의 발언과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제보자, 주변인의 진술이 일관되지 못해 구체적인 언급내용은 확정하기에 곤란한 점을 고려했다”는 것이 외교부의 설명이다.

국민의 당 이태규 의원실과 외교부 등에 따르면 A부영사는 부임한 이후 공관 소속 직원들에게 여러 차례 언어폭력을 가했다.

A부영사는 직원들에게 욕설을 하거나 “네가 퇴사하더라도 끝까지 괴롭힐 거다”라고 위협을 가했다. 또 “이 월급으로 생활이 가능하냐” “내가 외교부 직원 중 재산 순위로는 30위 안에 든다”라고 조롱하는 발언을 했다.


발언이 엽기적이거나 공무원으로서 적절치 못한 내용을 담은 경우도 있었다. A부영사는 “인간고기가 너무 맛있을 것 같다, 꼭 인육을 먹어보려고 한다”라고 하거나 “우리 할머니가 일본인인데 우리 할머니 덕분에 조선인들이 빵을 먹고 살 수 있었다”라는 말을 했다고 제보자들은 전했다.

외교부는 지난해 자체 감찰을 통해 A부영사에게 장관 명의의 경고조치를 내렸으나 솜방망이 징계 논란과 함께 ‘인육 발언’ 등이 또다시 문제가 되자 재조사에 나선 상태였다.

이후 이뤄진 조사에서 해당 A부영사에 대해 추가적인 징계는 하지 않고, 총영사에 대해서도 장관명의 서면 경고 조치로 마무리하자 이 의원실은 ‘제식구 봐주기’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 의원실은 “재조사 결과를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A부영사의 폭언 의혹을 재조사 하는 과정에서 제보자, 제3자 등에 대한 문답만 이뤄졌을 뿐 대질심문 등 종합적인 정황증거 수집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A부영사의 공관 예산 횡령 의혹 등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재조사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이 의원실은 설명했다.

문제의 A부영사는 현재도 자신이 폭언을 했던 일부 행정직원들과 함께 시애틀영사관에 근무하고 있으며 다음달 중 한국 본부로 귀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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