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 새해엔 자족감(自足感)을 키워보리

2021-01-11 (월) 이태상/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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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새해 결심을 하게 된다. 대개는 작심 3일로 끝나게 되지만 이 결의(決意)와 결지(決志) 중에는 올해는 무엇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 하지 않겠다는 것보다 훨씬 더 많으리라. 하나의 역발상(逆發惻)으로 ‘시간 낭비 하지 말 일 8 가지’를 소개해본다.

1. TV 보는 일 2. 심심하고 외롭다고 아무하고나 사귀지 말 일 3. 모든 사람의 문제를 해결해주려고 하지 말 일 4. 대화에서 매번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겠다고 하지 말 일 5. 네가 불행한데도 단지 부모님을 행복하게 해드리겠다고 하지 말 일 6. 네가 이미 바꿀 수 있었을 것에 대해 늘 불평만 하지 말 일 7. 진짜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가짜 문제를 만들지 말 일. 8.너에게 관심 없는 사람이 널 좋아하게 만들려고 하지 말 일.- 작자 미상.
이상의 8 가지 지침을 하나로 줄이자면 ‘매사에 억지 쓰지 말고 자연의 순리를 따르라’는 것이 되리라.

여기에다 사족(蛇足)을 하나 달아보자면 ‘어떠한 경우에도 절대로 남과 비교하지 말라’가 되지 않을까. 이는 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극심(極甚)한 마음 고생 끝에 터득한 ‘진리’이다.

사사건건 남과 비교하다 보면 아무 쓸 데 없고 전적 으로 백해무익한 열등감과 우월감의 노예가 되는 걸 나는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모든 일에 나보다 잘하는 잘난 사람도 나보다 못하는 못난 사람도 있게 마련인데 어떻게 다 같을 수가 있으며 또 다 같아서도 아니 되지 않겠는 가라는 깨우침을 얻게 된 것이다.


19세기 미국의 역사가이며 저술가 문인 헨리 애담스(Henry Adams 1838-1918)는 하버드에서 공부했으나 평생토록 공식적인 학교 교육에 비판적이었다. 그의 유명한 자서전 ‘헨리 아담스가 받은 교육’에 그는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스위스 제네바의 철학자이자 작곡가 장 자크 루소(1712-1778)는 그의 유명한 ‘고백록’을 신적(神的) 존재에게 바치는 간절한 호소문으로 시작한다.
있는 그대로, 때로는 경멸스럽고 사악한, 때로는 착하고 너그럽고 좋은 모습으로 나 자신을 당신 앞에 드러냈고 당신께서 보신 그대로입니다, 나의 영원한 아버지시여! 내 주위로 수많은 다른 사람들을 모아주십시오. 그래서 그들이 내 고백을 들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 내 말을 들으면서 그들이 내 결함에 신음하고 내 부족함에 같이 수치스러워하면서 그들 각자도 각자대로 당신의 옥좌 앞에 엎드려 각자의 속 마음을 드러내고, 그 누가 감히 당신께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낫고 훌륭하다’ 아뢰올 수 있는지 살펴 봐 주십시오.”

내가 추측컨대, 황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담스는 명문가와 우수한 재능이라는 핸디캡으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저도 모르게 우월감이라는 superiority complex 환자가 되지 않았었을까. 우월감도 일종의 열등감으로 불안감만 키워주는 악성 만성피로증후군의 고질병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이 유아병인 열등감과 우월감을 극복할 수 있는 천연적인 근치약(根治藥)은 무엇일까.
이는 마땅히 다름 아닌 우리 모두 하나 같이 예외 없이 코스미안으로 태어난, 우리의 진정한 우주적 정체성과 본질을 깨달을 때 비로소 느끼게 되는 각자 자신의 ‘자족감(自足感) Sense of Self-Sufficiency’을 키우는 일이다.

<이태상/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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