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창] 당신이 지쳐 있을 때

2020-12-31 (목) 02:18:30 손화영 (가야금 연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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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제대로 보고 있는가? 문득 의문이 들었다.

기나긴 팬데믹에 지쳤다. 당신도 지쳤고 모두가 지쳤다. 인터넷상에는 악플이 넘쳐나고 일상에서도 지친 사람들은 상대에게 거침없이 부정적인 말을 던진다. 가깝기에 질투 섞인 거친 말을 쏟아내고 잘 모르기에 함부로 단언한다. 이는 마치 전염병과도 같다. 말을 던지는 사람은 내성이 생겨 본인조차 어떤 말을 내뱉는지 모르고, 어두운 말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오가며 변종을 만든다. 공감하지 않아도 듣는 이를 어둡고 우울하게 만드는 전염력을 지닌다. 모두 부정적인 감정의 희생자로 만든다.

아름다운 예술을 만드는 예술가들조차 전혀 아름답지 않은 추한 말들을 입에 담음으로써 자신의 예술마저 더러운 포장지에 싸버린다. 예술은 어디까지나 예술 그 자체만으로 보아야 하겠지만 그 이면의 추한 욕심과 오만을 보게 되었을 때 본질을 올바로 볼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아름다워야 할 예술조차 전혀 아름답지 않게 느끼게 한다. 적어도 내게는. 그러면서 작은 궁금증이 생겼다. 눈앞에 보이는 선함을 가장한 비뚤어짐, 과연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제대로인가.


톨스토이는 한 사람에 대해 말할 때, 그 사람은 악하기보다는 선할 때가 더 많고 멍청할 때보다는 똑똑할 때가 더 많으며 무딜 때보다는 열정적일 때가 더 많다고 말해야 한다고 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단지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 똑똑한 사람과 멍청한 사람으로 나누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한다. 그렇다. 나도 어느 한 부류에 속하는 사람은 아니지 않은가. 나 역시 정서적으로 지친 상황에서 유감스럽게도 사람을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 두 부류로만 분류하여 올바로 보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나에게 비뚤어진 사람도 누군가에게는 올곧은 사람일 수 있으며, 나에게 한없이 좋은 사람도 누군가에게는 악한 사람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지친 틈에 파고든 어두운 편견에 사로잡혀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은 나일 수도 있다.

심리학자는 지쳐서 의지력이 바닥이 났을 때 자신의 나쁜 습관이 나타난다고 한다. 그러나 지치지 않게 조심하는 것보다 평소 좋은 습관을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지칠 때일수록 자신의 내면을 돌보고 다듬을 때이다. 당신이 오늘부터 쌓아갈 좋은 습관은 무엇인가. 그리고 웃어라. 세상이 너와 함께 웃으리라.

<손화영 (가야금 연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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