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팬데믹이 초래한 워싱턴주 불경기의 두얼굴

2020-12-3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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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소득층 렌트 못내는데 부유층은 주택구입 경쟁

팬데믹이 초래한 워싱턴주 불경기의 두얼굴

로이터

코비드-19 팬데믹이 시애틀지역에 상이한 두 얼굴의 불경기를 초래했다고 시애틀타임스가 분석했다.

타임스는 대다수 고임금 근로자들이 고작 재택근무 전환정도의 불편을 겪는 반면 저임금 근로자들은 실직으로 생계위협을 받을 뿐 아니라 코로나바이러스에 노출되는 위험도 상대적으로 높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제이 인슬리 주지사가 주민들에게 처음 ‘집콕’을 명령한 이후 33만2,300여명이 실직했다. 주 전체 노동력의 10분의1에 해당한다.


연인원 100여만명에 지급된 실업수당이 131억달러에 달했다. 지난 19일 현재에도 실업수당 수령자가 29만명에 육박했다. 지난해 같은 시기의 2배정도이다.

워싱턴주 기업체들의 올해 수입은 전년보다 46억달러(8%)나 줄었다. 수출도 전년대비 21% 줄어들었다.

다행히 경기가 살아나 4월부터 11월까지 실업률이 16.3%에서 6%로 회복돼 전국평균인 6.7%를 능가했다.

하지만 이 경기반등은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애당초 불경기 타격이 적었던 하이텍 기업들에 집중됐다. 이들 기업의 종업원들이 3월 이후 신청한 실업수당은 전체의 1.4%에 불과했다.

반면에 고객들과 대면거래를 해야 하는 재래식 업종들은 정부당국이 방역조치의 일환으로 취한 각종 영업규제 탓에 엄청난 손실을 입었을 뿐 아니라 그 피해가 조만간 회복될 조짐도 보이지 않고 있다.

공룡 제조업체인 보잉도 큰 타격을 입었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각국 정부가 항공여행을 적극 규제하면서 고객 항공사들로부터 신규 항공기 주문의 취소나 인도 연기요청이 쇄도했다.


보잉을 포함한 제조업계 종사자들의 3월 이후 실업수당 신청은 전체 신청건의 8.5%를 차지했다. 실업자 12명 중 한명이 제조업계 종사자였다는 의미이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피해자는 ‘비 필수업종’에 속한 소매업 분야의 저임금 근로자들이었다. 이들 업종의 실업자는 지난 3월 이후 전체 실업자 가운데 11명 중 1명꼴로 많았다.

식당, 술집, 호텔 등 접객업 분야에서도 19만1,000여명의 실업자가 쏟아졌다. 인슬리 주지사가 지난 11월15일 2차 ‘집콕’ 명령을 내리기 전의 숫자이다.

팬데믹 불경기는 업종 뿐 아니라 지역별로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실업자를 양산하는 업종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많은 커뮤니티가 상대적으로 더 큰 불경기를 겪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지난 12개월간 일부 농촌지역의 실업률은 퓨짓 사운드 지역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시애틀지역에서도 인구대비 실업수당 신청자가 두드러지게 많은 곳은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많은 레이니어 밸리, 페더럴웨이, 턱윌라, 뷰리엔, 화이트센터, 시택, 데모인, 켄트 등 사우스 킹 카운티 도시들이었다.

팬데믹 기간에 부익부빈익빈 현상과 인종간 경제 괴리현상도 눈에 띄었다. 아파트 렌트를 내지 못하는 주민이 17만여명에 달한 반면 주택을 구입하려는 부자들이 몰리면서 집값이 계속 뛰었다.

흑인주민은 킹 카운티 전체 인구의 6.2%에 불과하지만 실업수당을 신청한 흑인은 전체의 13%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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