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부터 코로나로 전세계가 죽음의 공포로 경악하고 있는 중, 계절은 묵묵히 자기 소명을 다해 봄, 여름을 고이고이 접으며 가을이란 설레임의 계절을 우리에게 펼쳐주고 있다. 예년보다 다소 서둘러 찾아온 가을이기에 반갑기도 하며, 잎사귀들이 푸르른 숲의 장관을 이루었던 지난 여름을 회상하며 나무만큼이나 열심히 살지 못했던 시간들에 적잖이 후회가 밀려왔다.
바래진 잎사귀들은 미련없이 잎을 떨구며, 어디론가 뒹굴어 가서 거름이 되고, 붓도 없이 아름다운 풍경화를 그려주며 무언가 허기져 있는 사람들의 비어있는 가슴에 또 하나의 추억을 남긴다. 살면서 나는 몇 번의 가을을 맞이했으며, 앞으로 또 몇 번의 가을을 맞이할까?
죽음이란 단어가 삶과 너무나 친숙하고 익숙한 일상이 되어버린 요즘, 살아있어도 언젠가 우리에게도 죽음이란 게 찾아오겠지 하며 고개가 숙연해지고, “좀 더 열심히 살아야지” 하고 비장한 각오를 하게 한다.
요즈음 주변에 어려움을 겪고 사는 분들이 많다. 건강상의 문제로, 물질적인 문제로, 정신적인 우울증 등등. 우리가 서로 자그마한 힘이 되어주어 그들을 세워주고, 다시금 살아갈 희망을 안겨준다면 우리 사회는 훨씬 더 살만한 세상이 될 것 같다.
“지혜로운 사람은 하늘의 별처럼 빛날 것이다. 사람들을 올바른 길로 이끈 사람은 영원히 별처럼 빛날 것이다” 하나님께서 다니엘에게 이상 중에 말씀하셨던 구절이 떠오른다. 무릇 우리가 죽을 때까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이모저모로 곤란에 처한 사람들을 올바른 길로 그리고 살아갈 힘을 다시 되찾을 수 있게 이끌어주는 일 아닐까?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는 옛 속담처럼 우리 서로에게 비빌 언덕이 되어보자. 가난하고, 소외되고, 어디하나 기댈 곳이 없어서 좌절하고 일어서지 못하는 이들에게 다가가 그들이 기대어 일어설 수 있는 그런 언덕. 그래서 한 사람이라도 나의 언덕 덕분에 보다 나은 생명 길을 걸어갈 수 있다면 우리의 단 하나 뿐인 인생은 성경 말씀처럼 영원히 별처럼 빛날 것이다.
창문 밖에 하롱하롱 떨어지는 꽃잎과 잎새들을 보며, 중학교 시절 그리도 감동지게 읽었던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를 딸아이와 읽어본다. 살아있을 가능성이 10분의 1밖에 남지 않은 가난한 화가 존시. 그 이야기를 들은 베어먼 할아버지 화가는 밤새 마지막 잎새가 줄기에 매달려 있는 그림을 그리고 그의 생을 마감하게 된다. 베어먼이 그린 마지막 잎새는 존시에게 생명의 밧줄이 되었다.
우리도 여기까지 오며 누군가가 나의 베어먼이 돼주었기에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을까? 나에게 베어먼이 돼주셨던 부모님, 형제자매들, 이웃들을 추억하며 그리고 이제 나도 그 누군가에게 베어먼이 되어야함을 가슴 깊이 깨달아가며. 아, 그냥 보내기에 너무나 아름다운 이 가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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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영 / 노스캐롤라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