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논문은 톱니바퀴 같이 제자리를 돌았다. 하루 종일 글을 쓰다보면 한 시간, 하루, 그리고 한달이 모래알 같이 빠져나갔다. 하지만, 흐르는 시간만큼이나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제자리에 머물러 도돌이표만 찍는 느낌이었다.
사실, 졸업 논문이 문제가 아니었다. 졸업 이후의 길이 막막하니, 글도 좀처럼 써지지 않았다. 팬데믹 이후, 많은 고등교육 기관에서 고용을 축소했다. 실제로 지원을 한 학교에서 고용을 동결했다는 답장을 받았다.
캄캄했다. 앞이 보이지 않으니 생각과 마음도 무겁게 가라앉았다. 이런 와중에 졸업 논문의 한 문장 한 문장 생각을 발전시키는 과정은 마치 깊은 해저에서 수압을 가로질러 마라톤 하는 기분이었다.
매일, 해질 무렵 동네를 한바퀴 돌았다. 뛰고 땀 흘리며 무거운 마음을 털고 싶었다. 무엇보다 무뎌진 현실 감각을 심장박동으로 깨우고 싶었다. 그렇게 산책을 위해 주택단지를 지나 갓길에 도착하면 아무 방해 없는 넓은 하늘이 펼쳐졌다.
하늘은 그 자리에서 매일 다른 옷을 입고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연보라 칵테일 한잔에 솜사탕 구름을 동동 띄우거나, 미처 숨기지 못한 천사들의 날개 흔적을 붓 터치로 가렸다. 가끔은 스스로를 시뻘겋게 불태우며 매 순간 강렬하게 나의 시선을 독점했다. 해와 달과 구름의 조합은 쉴 새 없이 시간의 흐름을 온 몸으로 담아 새로운 이야기를 건넸다.
하늘이 보여주는 매 순간의 창조성과 성실함 그리고 예술성은 나의 무뎌진 시간 감각을 흔들어 깨웠다. 그리고 나의 시간 또한 그리 사용될 수 있다고 도전했다. 결국 동일한 시간의 흐름 속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 자세의 선택은 내 몫이었다.
해가 지기 전 시작한 달리기는 밤이 어둑할 때 쯤 걷기와 사진 찍기로 변했으나 마음에는 감동이 남았다. 내가 땅의 시간에 매몰되어 골골거릴 때, 유유자적한 하늘의 시간은 높은 완성도와 감동으로 마음을 새롭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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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희 펜실베니아 주립대 성인교육학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