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 전문의
최근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한 서부 지역 곳곳에서 번지고 있는 대형산불로 주변 대기질 또한 역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대낮에도 오렌지 빛으로 뿌옇게 물든 하늘이나 자동차 위에 하얗게 내려 앉은 재들을 보아도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짐작이 된다. 미 서부 지역에서는 해마다 이러한 산불이 주기적으로 나타나지만,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 후 낮은 습도와 대형산불이 겹쳐 산불이 더욱 확산되는 추세이다.
산불로 인한 대기질 악화에 건강한 분들은 아직까지 크게 불편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대기오염에 일정 시간 이상 노출이 된다면 여러 증상들이 조금씩 나타난다. 당장 숨쉬기 답답하거나 코와 목이 불편하고 눈도 피로할 수 있는데, 특별한 증상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폐에서는 이미 해로운 영향이 시작된다.
산불연기는 개스와 미세분자의 화합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물질은 폐 속 깊숙히 빠르게 침투할 수 있다. 이러한 물질을 계속해서 들이마시면 폐를 서서히 상하게 만들어 만성폐질환 나타나게 된다.
예를 들어, 9/11 미국 테러 사건때 많은 응급 구조요원들이 무너진 월드 트레이드 센터(WTC)에서 사람들을 구하고 수습하면서 다량의 미세분자와 개스에 노출되었다. 당시에는 잠시동안 기침이 지속되거나 다른 급성 증상들을 겪었지만 오래지 않아 사라졌다고 보고되었다. 하지만 10년 후 이들 중 다수에게서 만성 기관지염, 폐섬유증, 반응성 기도질환 등의 만성폐질환이 발생하였다. 워낙 많은 이들이 9/11 사건으로 인해 건강상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WTC Health Program을 만들어 9/11으로 인한 질환을 겪는 환자들에게 무료로 진료와 치료를 제공하게 되었다.
화재로 인한 연기 뿐 아니라 미세먼지나 오염물질이 많은 공기에 노출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만성폐질환이 생길 수 있다. 오염된 공기를 마시면 우선 눈이 따갑고 눈물이 흐르거나 두통, 호흡곤란 등이 올 수 있다.
더욱이 평소 폐와 관련된 증상이 있던 분들은 기침, 가슴통증, 가슴이 조이는듯한 느낌, 천명, 숨이차는 증상들을 경험하실 수 있고, 심장관련 증상으로는 흉통, 부정맥, 심한 피로감이 생길 수 있다.
산불 연기 노출에 가장 취약한 분들은 아무래도 천식이나 만성기관지염과 같은 폐질환이 있으신 분, 또는 심장 관련 질환이 있는 경우, 당뇨병환자, 그리고 노약자와 임산부 등이다.
만약 산불 발생 지역과 근접한 곳에 있다면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고 산불 연기에 직접 노출된 상황이라면 즉시 폐와 눈, 코, 입을 반드시 가려야 한다. 수건이나 천으로 코와 입을 가려주고 물에 적신 천이라면 더욱 좋겠다. 마스크는 N95 마스크와 같이 미세 입자를 차단해주는 것으로 하고, 플라스틱 고글이나 안전유리로 된 고글을 쓰는 것이 좋다. 그리고 항상 대기질 상태를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 로컬 뉴스나 대기상태를 알려주는 스마트폰 앱들을 참고하면 좋다.
오염된 공기에 노출을 막기 위해서는 가능한 바깥 외출을 삼가고 실내에 머물고 출입문과 창문을 모두 닫고 에어컨을 켜서 산불로 인한 유해물질을 차단하도록 한다. 그리고 좋은 필터가 있는 공기청정기를 사용한다면 공기중 유해물질을 흡수해서 실내 공기를 개선 해줄 것이다.
기침 가래나 목 증상이 있는 경우 심한 물을 드시면 증상이 완화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천식이 있는 경우라면 복용하는 약과 inhaler를 항상 챙기도록 하자.
문의 (213)487-7770 차민영내과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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