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의 세기는 부활할 것인가

2020-09-30 (수) 써니 리/한미정치발전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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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중앙은행 제도인 연준 의장을 지낸 폴 볼커는 그의 저서 ‘달러의 부활’에서 미국이 글로벌 리더가 된 결정적인 요인은 달러가 기축통화로 세계를 지배하면서부터라고 기술한다.

달러가 전쟁으로 폐허가 된 세계곳곳에 복구지원금으로 퍼져나가며 세계경제를 주도하게 된 것이다. 국제외환시장에서 금융거래와 국제결제의 중심이 되는 기축통화의 요건으로 미국은 고도로 발달된 외환 및 금융, 자본시장을 갖추고 자유로운 대외거래가 보장되어 있다.

국제시장의 흐름을 주도하는 막강한 경제파워가 된 달러가 전세계를 지배하는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 것이다.


2008년발 미국경제위기가 전세계 경제에 미친 금융위기도 달러의 파급력에서 비롯된다. 당시 중국이 미국의 최대 채권국이 되며 국제경제를 뒤흔들었던 것도 막대한 무역흑자로 세계 최대의 달러보유국이 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경제위기 탈출을 위해 중국에 G2를 제의하며 스스로 세계유일의 슈퍼파워 자리에서 내려왔다. 그러나 미국경제 회복과 더불어 트럼프는 무역전쟁은 물론 영토분쟁으로 중국을 봉쇄하며 세계 유일 슈퍼파워의 자리를 탈환했다.

역사 반복의 카테고리가 다시 시작됐다. 코로나 팬데믹이 글로벌 금융위기 못지않은 사태를 예고하며 국제경제에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게 된 것이다. 비록 무역전쟁에서 미국에 열세이나 코로나 사태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은 중국의 행보도 국제질서에 중요 변수가 될 것이다.

트럼프가 재선될 경우 경제회복정책의 일환으로 기존의 무역갈등과 영토분쟁은 더욱 가열되어 중국을 전방위로 봉쇄하는 정책으로 일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코로나 사태의 주범으로 중국을 낙인찍으며 정치적 압박정책들도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이러한 트럼프의 외골수 정책은 경제성장과 평화유지의 근간이 되는 자유시장경제와 동맹국들과의 연대를 무너뜨리며 국제사회를 이끄는 미국의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송두리째 흔들게 될 것이다.

만일 전세계를 리드하는 미국 민주주의가 이러한 도전을 지속할 경우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세계유일의 슈퍼파워 자리를 탈환한 미국은 코로나 사태를 정점으로 다시 슈퍼파워의 자리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

국제경제에서 트럼프의 보호주의 무역정책은 국제사회에서 기축통화인 달러 흐름의 맥을 끊게 될 것이다. 코로나 사태가 가중되면서 전세계적으로 생산성 저하와 무역수지의 적자가 누적되어 인플레와 실업률이 상승곡선을 타며 국제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미국의 세기는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군사력과 경제력은 물론 정치력과 사회 문화적인 모든 영향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한다하여 결코 회복되지 않는다. 국제사회를 리드하는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효율적으로 유지하고 동맹국들과의 연대를 통해 국제사회의 난제들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에 달려있다.

자유 민주주의에 기반한 미국적 가치가 국제사회를 리드하는 진정한 파워가 되기 위해서는 자유시장 경제질서를 준수하며 국제사회의 위기들을 동맹국들과 협력하여 현명하게 풀어나가야 한다.

중국이 결코 슈퍼파워가 될 수 없는 것은 국제사회를 리드하는 자유민주주의 가치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자국의 이익만이 극대화된 국가는 국제사회의 슈퍼파워가 될 수 없다.

코로나 사태로 터진 국제사회의 위기를 극복하고 미국의 세기가 부활하기 위해서는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실천할 현명한 지도자에 의해 판가름 날 것이다.

미국의 세기 부활에 대한 전망이 불안한 것도 미국 독선주의에 함몰된 트럼프의 행보때문일 것이다. 9.11 테러로 미국경제가 무너지며 슈퍼파워의 자리를 내려놓은 것은 대테러전에서 국제사회의 지지를 배제한 부시의 독선적이고 오만한 정책 때문이었다. 그 전철을 밟는 지도자는 미국의 세기를 위험에 몰아넣는 주범이 될 것이다.

<써니 리/한미정치발전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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