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다양성의 승리

2020-09-16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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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흑인여성 카말라 해리스 캘리포니아 상원의원이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으로부터 부통령 후보 지명을 받았다.

이는 크게 놀라운 일이 아니다. 미국은 원래 인종이나 피부색이 다른 민족이 다 함께 모여 사는 다양성의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시각과 사고방식도 각양각색이다.

몇 년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9.11 테러 15주년 추도연설에서 “다양성은 미국의 가장 큰 힘”이라고 강조했다. 다양성에 중점을 둔 캘리포니아주 같은 경우 대기업 이사회에 여성을 의무적으로 포함시키도록 하는 법안까지 통과시켰다.


구글 등 미 주요 기업들 최고경영자의 출생지가 미국이 아닌 경우도 많아 미국사회가 강조하는 ‘멜팅 팟(인종의 용광로)’이란 단어를 실감케 하고 있다.

하다못해 미 영화계의 아카데미상 수상기준에도 다양성과 포용성이 추가되었고, 소프트뱅크같은 대기업들의 경우 기업 및 사회의 다양성을 위한 기금을 속속 마련하고 투자도 하고 있다. 미국사회는 아이들을 어릴 때부터 일찍이 교실에서 다양성에 대한 토론을 통해 인종과 성별 등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배려하도록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인종의 다양성만 중요할까. 다른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방식 등에도 다양한 시각과 사고방식이 존중돼야 하는데, 다민족 사회인 미국에서 과연 이런 쪽의 다양성이 제대로 실천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예를 들면, 코로나에 맞서 철저한 봉쇄에 나선 미국과 달리 집단 면역 전략을 택한 스웨덴의 방역 정책을 놓고 보아도 그런 생각이 든다. 지구상 대부분의 국가들은 경제봉쇄와 차단 정책을 채택한데 반해, 스웨덴은 느슨한 통제를 위주로 한 개인선택 중심의 정책을 펼쳐 왔다.

차단을 택한 대부분의 나라들은 봉쇄령을 통해 자유로운 행동반경이 축소되고 있지만, 거의 유일하게 스웨덴만은 예전과 다름없이 일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발생 초기에 스웨덴 총리는 TV를 통해 "성인답게 행동합시다. 공포를 퍼뜨리지 맙시다."라고 발표했고, 공공장소에서도 마스크나 거리두기 같은 조치를 의무화하지 않았다.

스웨덴 국민들은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건강 문제도 중요하지만, 경제와 사회 문제 또한 중요하다는 사실에 공감하고 양쪽 모두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유럽의 다른 국가들 경제 및 사회가 아예 멈춰 서는 것을 본 스웨덴 국민들은 자국정부의 대처 방식이 다른 나라보다 오히려 합리적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물론 초기에는 집단 면역 정책 탓에 다른 유럽 지역보다 훨씬 높은 감염률이 보고됐다. 하지만 몇개월 후부터는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적은 나라가 되어 있었다.

사망자의 90%가 70대 이상이고, 이중 절반은 노인 요양시설에서 숨져 면역이 취약한 노령층에서 사망자가 많았다는 점에서 정책적 실패는 일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상당수가 기존의 대응방법이 옳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로, 정부의 기본 전략을 지지해 왔다고 한다.

미국사회의 변함없는 진실은 사회를 버티는 근본적인 힘이 다양성에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문화를 포용하려는 미국의 노력은 세계 최고이다.

하지만 바람직한 코로나 대응책 마련에는 다양성이 아닌, 매우 편협된 분위기다. 코로나 사태도 다양성에 맞게 더 여러 의견이 개진되고 검토되어 확실한 대응책이 마련되었어야 했다.

그동안 추진된 것처럼 협소한 대응으로 우왕좌왕만 하다보면 경제파탄 및 사회 혼란 등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곳곳에서 요즘 일어나는 대규모 폭동 사태만 보더라도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참다못한 국민들 사이에 소요가 번지지 않도록 당국의 더 다양한 대책으로 코로나 사태로 인한 피해가 더 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미국의 코로나 대응 조치가 합당했는지, 스웨덴이 잘했는지. 그 결과는 훗날 역사가 말해 줄 것이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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