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도 걸린 ‘궤양성 대장염’, 서구적 식습관 탓에 매년 늘어
2020-09-08 (화)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술을 자주 마시는 김모(36)씨는 혈변ㆍ설사가 계속됐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증상이 그치지 않았고 제대로 생활할 수 없어 병원을 찾았다가 ‘궤양성 대장염(ulcerative colitis)’ 진단을 받았다. 궤양성 대장염은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어릴 때 앓았던 궤양성 대장염이 재발해 총리직을 사임하면서 유명해졌다.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 점막ㆍ점막하층에 염증ㆍ궤양이 만성적으로 생기는 병이다. 20~40대 젊을 때부터 발병해 평생 지속되기도 한다. 정확한 병 원인이 아직 밝혀지진 않았지만 식습관 서구화 등으로 자주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크론병ㆍ베체트 장염 등과 함께 염증성 장질환으로 분류된다.
염증성 장질환(궤양성 대장염ㆍ크론병ㆍ베체트 장염)은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면서 피가 나오는 설사와 대변 급박감, 복통 등이 생긴다. 특히 피가 나오는 설사, 복통, 대변 급박감 등이 반복되거나 대변을 보고도 또 마려운 잔변감이나 피로감, 체중 감소 등이 이어지면 궤양성 대장염을 의심해야 한다.
천재희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 ‘선진국형 질병’인 궤양성 대장염은 매년 5~10%씩 늘어나고 있는데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면서 완치가 어려운 병”이라고 했다.
궤양성 대장염 환자의 30% 정도는 항문에서 대장 안쪽으로 15㎝에 이르는 부위인 직장(直腸)에 염증이 생긴다(직장염). 하행결장에 염증이 생기거나(좌측 대장염), 대장 전체에 병변이 나타나기도 한다(광범위 대장염). 세균ㆍ바이러스로 인한 장염은 일시적이고 원인이 명확해 약으로 치료할 수 있다.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에만 문제를 일으키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이다. 염증이 군데군데 떨어져 있지 않고 모두 이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궤양성 대장염은 염증이 장 점막이나 점막 하층에만 국한된다.
반면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이르는 소화관 전체에 염증이 생긴다. 염증이 이어져 있지 않고 여러 곳에 떨어져 생긴다. 베체트장염은 만성적이고 반복적인 전신 질환이다. 피부 점막 눈 장 관절 비뇨생식기 신경계 등에 침범한다. 환자의 5~10% 정도에서 위장관 이상이 동반된다. 소장 끝과 대장이 연결되는 부위에 가장 많이 생긴다.
궤양성 대장염을 다른 감염성 장염, 크론병과 구별해 진단하기 위해 대장내시경을 비롯한 혈액ㆍ혈청학적 검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진단한다.
궤양성 대장염 치료는 염증 반응을 가라앉히면서 손상된 조직을 치유하고 설사ㆍ혈변ㆍ복통 등을 완화한다. 내과적 치료법으로는 먹는 약이나 좌약, 항염증제, 면역 조절제, 생물학적 제제와 함께 스테로이드 제제를 포함할 수 있다. 생물학적 제제는 염증을 일으키는 TNF-α를 차단하는 메커니즘을 가진 획기적인 치료약이다.
문제는 이런 약이 대부분 주사제여서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최근 먹는 약이면서 새로운 면역 메커니즘을 이용한 JAK 억제제(항류머티즘 경구용 야누스 키나아제 억제제ㆍ젤잔즈)가 나와 선택 폭이 넓어졌다. 약으로 호전되지 않거나 부작용이 생기면 수술해야 한다.
<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