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단장한 모마 코로나 휴식기 끝내고 관람객 맞이한다

2020-08-2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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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현대미술관(MoMA) 27일 재개관, 내달 27일까지 관람시간 단축·무료 입장권 온라인 예약

▶ 더 넓어진 자연 채광 전시장서 현대미술 거장 작품 감상

새단장한 모마 코로나 휴식기 끝내고 관람객 맞이한다
아방가르드·펠릭스 페네옹전·수조 아주치 걸리버전 등
코로나로 선보이지 못했던 새로운 기획 전시

24일부터 뉴욕시 미술관들이 속속 재개관하면서 ‘현대 미술의 메카’, 뉴욕현대미술관(MoMA·이하 모마)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문을 닫은 지 거의 6개월만인 27일 재개관,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4개월간의 대규모 공사로 문을 잠정 닫은 후 지난해 10월 새롭게 단장, 손님맞이에 나섰던 모마는 재개관 기념 새 기획전들을 선보이기도 전에 지난 3월 코로나 사태로 다시 문을 닫은 후 온라인 전시로 미술관을 운영해왔다.


미술관측은 우선 내달 27일까지 한달간은 일반 관람객의 경우 화요일~일요일 오전 10시30분~오후5시30분까지 관람시간을 단축하고 무료 관람을 허용할 방침이며 무료 입장권(Timed-entry ticket)은 온라인 예약자에 한해 배포할 예정이다.

수용 인원을 전체의 25%로 제한(시간당 100명 이하), 관람시 2세 이상은 마스크 등 얼굴 보호대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등 규정을 적용하는 한편 손세정제와 무료 마스크 등을 비치하는 안전대책도 마련한 상황이다.

여러 가지 제약조건에서 미술관을 다시 열지만 고흐.고갱.피카소.마티스 등 현대 미술의 거장들 의 작품을 훨씬 넓어진 자연 채광의 전시장에서 직접 감상할 수 있어 관람객들의 기대감이 크다.

총 2,500점을 전시할 수 있도록 공간을 확대하고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된다. 코로나로 선보이지 못했던 새로운 기획 전시들과 코로나로 중단된 후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하이라이트 전시들이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시냑에서 마티스에 이르는 아방가르드 미술과 무정부주의자 펠릭스 페네옹전
19세기 후반 프랑스 무정부주의자이자 미술비평가로 19세기와 20세기초 모더니즘의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던 인물로 신인상주의 화가들을 옹호했던 펠릭스 페네옹이 지원했던 화가들의 작품 130여점이 재개관과 함께 관람객들과 만난다.

그는 1886년 ‘신인상주의’(Neo-Impressionism)”라는 용어를 만들어 조르주 쇠라가 이끄는 예술가들을 열렬히 지원한 인물이다.

특별전 ‘시냑에서 마티스에 이르는 아방가르드 미술과 무정부주의자 펠릭스 페네옹’(Felix Feneon: The Anarchist and the Avant-Garde-From Signac to Matisse and Beyond) 전시회에는 점묘법의 화가 시냑과 쇠라를 비롯 마티스와 모딜리아니, 보나드 등 신인상주의 화가들을 옹호한 영향력 있는 미술비평가이자 무정부주의자, 미술수집가로 잘 알려진 페네옹이 평론을 했거나 전시를 기획하고 그림을 수집했던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된다. 이 전시는 내년 1월2일까지 이어진다.


■수조 아주치 걸리버의 시네마틱 일루미네이션
공사 후 4층에 새롭게 마련된 ‘마리-조세 & 헨리 크라비스 스튜디오(Marie-Josee and Henry Kravis Studio)’는 작품을 보는 것 만이 아닌 관람객과의 상호작용을 보여주는 곳이다.

음악, 사운드, 퍼포먼스를 통해 예술가들은 관람객들과 직접 소통하는 전시장인 이곳에서는 일본 아방가르드 아티스트 수조 아주치 걸리버의 필름을 이용한 60년대 설치작 ‘시네마틱 일루미네이션’(Cinematic Illumination)이 공개된다.

미술관 중심부에는 최첨단 설비와 음향설비를 갖춰 다양한 실험적 퍼포먼스를 할 수 있는 스튜디오인 이곳에서 벌어지는 퍼포먼스가 바로 옆 갤러리에 전시된 작품과 어우러진다.

‘마리-조세 & 헨리 크라비스 스튜디오’는 지금까지 다소 전통적인 방식으로 작품을 선보였다면 이제는 모든 매체가 서로 대화하는 방식으로 전시하고자 한 모마측의 야심찬 기획에서 탄생한 곳이다.

걸리버는 일상생활의 단면들을 1500개의 슬라이드 필름으로 만든 뒤 영상과 소리, 빛과 조합해 스펙타큘러한 설치작을 만들었다, 27일부터 내년 2월까지 전시된다. 이곳의 전시는 현대카드가 단독 후원한다.

■다양한 기획전
모마는 재개관을 기념해 다양한 기획전을 준비했다.
모마의 2층 도널드 B. 캐서린 C. 마론 아트리움 전시장에서 한국작가 양혜규의 천 모마 개인던 ‘양혜규: 손잡이(Haegue Yang: Handles)‘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양혜규의 소리나는 이동식 조각 6점과 대형 벽 디자인이 선보이고 있다.

그의 조각들은 아래에 바퀴가 달린 조각을 움직이면 몸체를 둘러싼 방울들이 소리를 내며 관람객들이 색다른 경험을 하게 해준다.
움직임에 따른 공명을 보여주는 방울의 ‘합창’은 이주와 디아스포라 등을 오랫동안 작업에 녹인 작가의 여정을 반영하면서 주술적인 분위기도 풍긴다.

‘손잡이’ 공간에서는 잔잔한 새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 소리는 지난해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중 ‘도보다리 회담’으로 명명된 30분 남짓한 정치적 시간과 연결된다.
또 모마 3층에서는 ‘추상의 여정’(Journeys of Abstration)을 주제로 한 대규모 남미 작가전을 감상할 수 있다.

브라질, 베네주엘라,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등 남미 작가들의 회화, 조각, 종이작업, 디자인 작품 등이 재개관 기념전에서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변화의 개념, 예술품의 근본적인 재창조와 예술과 디자인을 통한 사회적 환경의 개선에 초점을 맞춘 이 전시에는 리지아 클락, 라울 로자, 헬리오 오이티시카, 지저스 라파엘 소토, 로드 로스퍼스, 가이올라 코시스 등이 참여중이다.

기존의 회화 및 조각 개념에서 벗어나 오리고 접기 등 다양한 형태에 실험적으로 표현된 예술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아이러브 뉴욕 로고 초기 스케치 작품 전시
뉴욕을 사랑했던 남자, 세계적인 그래픽 디자이너 밀턴 글레이저가 만들고 전세계에서 사랑 받고 있는 뉴욕시의 브랜드 ‘아이러브 뉴욕’(I♥NY)의 탄생 배경을 보여주는 초기 스케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I♥NY’ 로고는 범죄도시라는 오명을 극복하고 관광 산업 촉진에 나섰던 뉴욕시의 의뢰로 1977년 탄생했다. 택시를 타고 가다가 봉투 뒷면에 크레용으로 끼적인 최초의 스케치가 모마에 남아 있다.

2001년 9·11테러 당시엔 로고 아래 ‘어느 때보다 더(MORE THAN EVER)’라는 문구를 추가해 테러의 희생자들과 가족들, 이들을 응원하는 세계인들의 용기를 북돋아 준 디자인이었다. 올해 세상을 떠났으나 모마 입구에는 코로나로 힘든 뉴요커들을 위로하는 대형 아이러브 뉴욕 로고가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장소: 11 West 53 Street, Manhattan,
▲웹사이트: www.moma.org

jh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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