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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 법률 칼럼-Deep Pocket

2020-08-21 (금) 정지원 / 상해사고 전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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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을 통해 외부판매자(third-party seller)가 판 상품에 결함이 생겼다면 아마존 또한 책임을 져야 된다는 미 연방 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다.

이번 판결은 랩탑 컴퓨터 배터리 결함에 따른 제조물책임법(products liability) 소송에서 비롯됐다. 아마존이 피고소인(defendant)에 포함된 이유는 배터리 회사의 유통을 대행했기 때문이다.
아마존 입장에서 보면 억울할 수도 있다. 문제가 된 배터리의 유통을 대행했다는 이유만으로 소송을 당했으니 말이다.

제조물 책임법은 어느 상품의 결함으로 소비자가 부상을 입었을 경우 상품 생산자나 판매자의 과실 유무에 관계없이 피해자의 부상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아마존이 이번 소송의 피고소인으로 포함된 실질적인 이유는 이 회사가 ‘Deep Pocket’이기 때문이다.


Deep Pocket이란 말 그대로 주머니가 깊다는 뜻이다. 즉, 돈이 많다는 뜻이다.
상해 피해의 대가는 금전적 배상이다. 따라서 상해 피해자의 변호사들은 최고의 배상금을 받아내기 위해 사고와 조금이라도 관련된 모든 사람들, 또는 회사들을 피고소인 명단에 포함시킨다.

아무리 아마존이 “우리는 제 3자 회사인 외부판매자에게 단순히 판매통로를 제공했을 뿐”이라고 주장해도 피해자의 변호사 입장에서는 아마존처럼 ‘Deep Pocket’ 회사를 소송에 포함시키지 않을 수 없다.

어느 한 영화에서 이런 장면이 나온다. 개인 기사가 운전하던 유명 연예인의 자동차가 접촉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뒷좌석에 친구와 함께 타고 있던 연예인은 사고가 나자마자 바로 차에서 내려 사고현장을 유유히 빠져 나간다.

“잘못은 당신이 아니라 당신의 기사가 범했는데 왜 사고현장을 도피하느냐”라는 친구의 질문에 그 연예인은 이렇게 대답한다.
“상대측이 내가 차주라는 사실을 알면 수천달러에 해결될 문제가 수백만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정지원 / 상해사고 전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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