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와…” 말문이 막히는 경치 ‘샌하신토’

2020-08-14 (금)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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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가이드 Mt. San Jacinto (10,834’) Fuller Ridge Trail

“와…” 말문이 막히는 경치 ‘샌하신토’

등산로변에 있는 거북바위.

“와…” 말문이 막히는 경치 ‘샌하신토’

등산로변에 있는 Corn Lily Field.


“와…” 말문이 막히는 경치 ‘샌하신토’

정상에서 내려다 본 Coachella Valley의 전망.



남가주민들의 자랑스런 휴식처인 3성인산, 즉 Mt. San Gorgonio(11503’), Mt. San Jacinto(11804’), Mt. San Antonio(10064’)는 참으로 높고도 아름다운 뫼들인데, 해발고도가 3000m를 넘는 고봉들이기에, 같은 산이라도 고도에 따라 각기 다른 다양한 생물대가 존재하기도 한다. 특히 일정고도가 넘는 고지대에는 아름답고 거대한 소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어, 산 아래의 도시지역에서 생활하고 있는 일반주민들로서는 도저히 상상키 어려운 수려하고도 경이로운 자연환경을 지니고 있다.

산이 높고 크다보니, 그 산의 정상에 오르는 등산로도 다양하고, 따라서 각 등산로에 따라 전개되는 산의 모습도 아주 다채롭다. 그러므로 만약 누군가가 일년내내 이 3성인산만을 대상으로 산행을 한다고 하더라도 결코 단조롭지 않은 신선한 산행을 즐길만 하다.


또 이 3성인산들은 각각 주변에 많은 형제봉들을 거느리고 있으므로 이들 봉우리들까지를 산행대상으로 하면 실로 더욱 다양한 산행을 즐길 수 있겠다. 단지, 겨울철에 눈이 많이 쌓일 경우에는 이들 지역으로의 산행은 삼가야 하는 제약이 있기는 하다.

오늘은 Fuller Ridge Trail을 통하여 Mt. San Jacinto를 오르는 루트를 안내한다. 왕복 15마일에 대략 10시간 안팎이 걸린다. 이 Fuller Ridge Trail산행의 특징이라면, 우선은 등산시작점의 해발고도가 7700’로 높기 때문에 등정을 위해 올라야 하는 순등반고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조금은 쉬운 코스라는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Fuller Ridge Trail이면서 PCT를 겸하는 처음의 5마일구간은 특별히 가파른 곳이 없이 완만하게 오르고 내리며 이어지므로 걷기에 아주 편안하다. 물론 전망이 아름답고 그늘도 많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등산로 입구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거의 8마일에 달하는 비포장도로를 통과해야 하므로, 4X4차량이나 Ground Clearance가 높은 차량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다른 등산로에 비해 이용자가 적은 편인데, 고도가 높아 겨울에 내린 눈이 쉬 녹지 않으므로 대개는 11월부터 5월까지는 등산로가 차단된다. 8월인 지금은 이 코스로 산행을 하기에 적합한 시기이다.

또 3성인산 가운데 Mt. San Jacinto만이 유일하게 PCT가 산록을 통과하고 있는데, Devil’s Slide Trail쪽에서 약 2마일, Deer Springs Trail에서 약3마일, Fuller Ridge Trail에서 약 5마일이 PCT와 중첩된다.

Fuller Ridge라는 이름은 1880년경에 ‘Fuller Mill’이라는 제재소가 이 부근에 있었던 것에서 비롯됐으나, Fuller라는 인물에 관한 자료가 전혀 없어 그의 First Name도 모른다고 한다. Fuller Ridge에서 발원하여 3.5마일에 걸쳐 계곡을 흘러내리다가 San Jacinto River의 North Fork으로 통합되어지는 지금의 Fuller Mill Creek의 어느 유역에 이 제재소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 당시에는 개벽 이래로 사람의 손이 전혀 닿지 않아 자연 그대로 잘 간직된 수목들이, 특히 3성인산의 기슭에는 대단히 많았을 것인데, 민간의 꾸준한 목재수요도 있었겠지만, 철도부설을 위해 다량의 목재가 필요했던 시기였기에, 고산이 많은 남가주의 산간에 제재업이 크게 번창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가는 길


LA 한인타운에서 I-10 East를 타고가다 Downtown부근에서 60번 Freeway East로 진입하여 약 76마일을 달리면 다시 I-10 East에 합쳐지는데, 이 지점에서부터 5.8마일을 더 가면 ‘8th St / CA- 243’ 출구가 나온다. 여기서 Freeway를 내린다. 8th St.에서 우회전하여 0.1마일을 가고, Lincoln St.에서 좌회전하여 0.5마일을 가면, CA-243 / San Gorgonio Ave 가 된다. 우회전하여 243번 도로를 따라 구불구불 17마일의 산길을 가면, Forest Route 4S01이 왼쪽으로 나온다. 큰 이정판이 있고 “Fuller Ridge Trailhead 8 Mile”이라는 안내가 있다.

여기서 좌회전하여 자동차의 주행거리계를 0으로 놓고 다음과 같이 주행한다. 비포장도로이다. 1.5마일에 길이 갈라진다. 왼쪽 길을 택한다. 4.8마일에 왼편으로 Black Mountain으로 이어지는 길이 갈라진다. 우리는 직진한다. 5.8마일에 오른쪽으로 Black Mountain Group Camp가 보인다. 우리는 직진이다. 7.2마일에 길이 갈라진다. 오른쪽으로 바짝 꺾어 들어간다. 곧, 넓고 정갈한 숲속의 빈터인 Fuller Ridge Trailhead가 나온다. 이곳에 차를 세운다.

Mt. San Jacinto의 산행을 위해서는 어느 코스라도 사전에 입산허가를 받아야 한다. Permit은 Ranger Station에 Fax나 우편으로 신청하여 받을 수 있다. 산행당일에는 243번 도로로 들어와 17마일을 달려온 지점의 Fuller Ridge Trailhead로 향하는 비포장도로를 타기 전에, 243번 도로를 따라 2마일을 더 가면, Forest Route 4S02가 왼쪽으로 나온다. Marion Mountain Trail로 가는 길이라는 안내판이 있다. 여기서 좌회전하여 200m를 들어가면 길이 좌우로 갈라진다. 등산로 입구로 가는 길은 왼쪽이지만, 입산허가를 받기위해서는 오른쪽 길을 택해 50m정도를 나아간다. 오른쪽으로 주차장이 있고 그 왼쪽에 자그마한 무인 안내포스트가 서있는데 그곳에 2매1조의 입산허가 서식이 비치되어 있다. 필요한 사항을 기재하여 앞장은 수거함에 넣고 뒷장을 휴대한다. 다시 243번 도로로 나간 다음, 2마일을 되돌아가서 Fuller Ridge Trailhead로 가는 비포장도로를 따라 들어간다.

등산코스

등산시직점은 고도가 7700’에 이르는 숲속이라 대기가 매우 청량하다. PCT를 겸하는 등산로는 대체로 동남방향으로 평탄하게 나아간다. 소나무 전나무 숲이 울창한 가운데, 바닥에 쓰러져 흐르는 세월속에 서서히 흙으로 삭아가는 고사목들이 많은 정갈하고 향기로운 길이다. 왼쪽으로 Mt. San Gorgonio와 Coachella Valley의 모습이 언뜻 언뜻 드러나고, 오른쪽은 침엽수류의 수목들이 울창한Fuller Ridge의 북쪽 면이 이어진다.

대략 1.1마일이면 등산로 주변이 자그마한 평원을 이루는 가운데, 앵두같은 붉은 열매를 숱하게 달고있는 야생의 Gooseberry밭이 펼쳐진다. 잠시 쉬어도 갈겸 자연의 맛을 즐길만 하다. 인적이 드문 고도 약 8000’ 지역이고 보니 그야말로 완전 무공해 Organic 청정물이겠다.

1.4마일지점에는 ‘Wilderness’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어 등산Permit을 지녀야 함을 일깨운다. 1.6마일에는 등산로의 오른쪽 비탈에 작은 돌탑(Ducks)이 있다. Castle Rocks에 오르는 0.3 마일짜리 짧은 등산로의 시작점임을 알려주려는, 먼저 다녀간 등산인들의 친절한 배려이다.

1.9마일(8500’)에는 등산로가 오른쪽으로 직각으로 꺾이는데, 정면으로 Mt. San Jacinto의 험준키 짝이 없는 웅장한 자태가 한 눈에 들어온다. 거칠다고 알려진 Snow Creek의 윗부분이면서 주봉의 서쪽 모습이겠다.

여기까지는 주로 Fuller Ridge의 북쪽 기슭으로 난 길을 따라왔는데, 이제는 산줄기의 남쪽 기슭을 따르게 된다. 울툭불툭 솟아있는 큰 바위들과 소나무들이 진기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바위지대를 오르락 내리락 등산로가 이어진다. 발 아래로는 Fuller Mill Creek과 San Jacinto River의 North Fork를 보듬고 있는 Dark Canyon의 짙은 푸르름이 넓고도 선연하다.

2.5마일쯤에 바위지대가 거의 끝나고 소나무숲이 아름다운 차분한 산길이 이어진다. 4.2마일에 이르면 Creek을 만나게 된다. 맑고 청량한 물이다. Little Round Valley쪽에서 Dark Canyon쪽으로 흘러내리는 물길로, San Jacinto River의 North Fork을 이루는 흐름일 것이다. 이 Creek에 30m쯤 못미친 지점에 거북을 많이 닮은 큰 거북바위가 있어 경이롭다.

이윽고 Deer Springs Trail과 만나게 된다. 5마일을 온 지점(9000’)으로 PCT를 겸한 Fuller Ridge라는 이름의 Trail은 여기까지이다. 동북방향인 왼쪽으로 이어지는 Deer Springs Trail은 이미 Marion Mountain Trail과 Seven Pines Trail이 통합되어진 등산로로 대부분의 등산인들에게는 매우 낯익은 길이다.

6.2마일에는 Little Round Valley(9700’)에 도달한다. 건기가 아니라면 작은 개울도 흐르는 아늑한 고산지역의 캠프장이다. 캠프장을 지나면 등산로의 진행방향이 동쪽으로 바뀐다. 꽤 가파른 지그재그 오름길이다. 거목으로 자라있는 밝고 깨끗한 소나무들이 첩첩하다. 고산지대에서 만나게 되는 기품있는 Lodgepole Pine숲으로, 훤칠한 키에 미끈한 몸매의 여인이 연상되어지는 아름다운 소나무들이다.

7.2마일이면 능선의 고지에 올라서게 되며, Tram쪽에서 올라오는 Trail과 통합된다. Mt. San Jacinto정상은 여기서 북쪽으로 0.3마일의 가까운 거리에 있다. 등산로를 따라가면 오른쪽에 돌을 쌓아 축조한 우아하고도 실팍한 건물이 있다. 1929년의 경제 대공황을 맞아 Franklin D. Roosevelt 대통령이 실시한 New Deal정책의 일환으로, 국유림을 잘 보전키 위한 작업을 겸하여 청년들의 일자리창출을 위해 결성했던 ‘Civilian Conservation Corps(CCC)’ 에서 1936년에 만든 대피소이다.

이 지역에는1933~1934년에 최초의 CCC가 결성되어 활동하였는데, 여러 식구들이 있는 가족의 18~25세의 청년들을 6개월을 복무기한으로 모집하여, 정부가 침식을 제공하면서 매월 $30을 보수로 하되, 그 중 $25은 가족에게 보내는 방식으로 운영한 일종의 산림보전 및 구휼정책이었다. 모집된 청년들은 육군과 산림청의 지휘아래 단체로 막사생활을 하면서 국유림 안에 소방도로, 등산로, 야영장, 산불감시망루 등을 건설하는 일을 해냈다고 하니, 오늘날 우리 등산인들은 이들 무명의 청년들이 산에 바쳤던 노고에 마땅히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겠다.

대피소 건물에서 왼쪽으로 있는 큰 바위무더기를 올라가면 마침내 Mt. San Jacinto(10804’)의 정상이다. 100년도 넘는 그 옛날에 이 자리에 올랐던 John Muir(1838~1914)가 “The most sublime spectacle“이라고 감탄했다는 감동을 그대로 맛보려면 정상의 바위들 가운데 맨 북쪽에 있는 바위에 올라야 하지 않을까 한다.

우리 조선의 뭇 선비들이 평생을 벼르고 별러 마침내 금강산을 유람하게 되면, 그 기막힌 경개에 압도되어 “욕변이망언(감회를 서술코자 하나, 아예 말 문이 꽉 막히누나! )”으로 도무지 시를 지을 수 없었다는 경지가 바로 이런 경지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시인이 아닌 우리네 범인으로는 뭔가 번잡한 형식이나 현란한 수사 또는 정제된 미문을 추구해야 할 이유가 없고 보면, 한마디 원초적 감탄성이면 어떠리! ‘대교약졸(大巧若拙)’이란 노자의 말씀도 있었거니! “와~~! 야~~!”.

310-259-6022
http://blog.daum.net/yosanyosooo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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