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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 위의 하얀 꽃’ 백반증…7~9월에 더 조심을

2020-07-28 (화)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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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멜라닌세포 면역체계 이상이 원인, 국내도 환자 늘어 30만명 추정

▶ 다른 피부질환 같은 가려움 없어, 발병 초기에 전문의 찾아 진료를…여름철 자외선 과다 노출 피하고 각질 제거나 때 미는 것도 금물

‘피부 위의 하얀 꽃’으로 불리는 백반증이 7~9월에 가장 기승을 부린다.

여름철 자외선이 심해지면서 피부에 하얀 반점이 생기는 ‘백반증(Vitiligo)’ 환자가 늘고 있다. ‘피부 위의 하얀 꽃’으로 불리는 백반증은 7~9월에 가장 많이 생긴다.

백반증은 아프지는 않지만 흰 반점이 얼굴이나 손, 팔 등 노출되는 신체의 어느 부위에도 나타날 수 있다. 우울감을 느끼거나 사회생활에도 지장을 줄 수 있기에 증상이 나타나면 피부과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받는 환자는 20%에 불과

백반증은 전 세계적으로 0.5~1%의 유병률을 보이는 질환이다. 국내에도 30만명 정도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백반증 환자는 최근 9년간(2010~2018년) 4만9,561명에서 6만2,933명으로 25% 정도 늘었다. 그러나 제대로 치료를 받는 환자는 5명 중 1명에 불과하다.

서수홍 고려대 안암병원 피부과 교수는 “백반증은 100명 중 1~2명이 걸리는 병으로 생각보다 발병률이 높다”며 “가족 가운데 백반증 환자가 있거나 야외에서 오랜 시간 활동한다면 더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서성준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백반증은 조기에 치료하면 충분히 회복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질환에 대한 인식이 낮아 치료를 받는 환자가 적다”고 했다.

백반증 발병 원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피부 색깔을 만드는 멜라닌세포에 대한 면역체계 이상으로 인한 자가면역질환으로 설명하는 것이 우세하다. 실제로 갑상선 질환이나 원형탈모 등 자가면역질환으로 알려진 다른 병이 동반될 때가 흔하다. 대부분 산발적으로 발생하지만 15~20% 정도는 가까운 친족에서 백반증이 생기기에 유전 요소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백반증 유발 및 악화 요인으로는 항산화 효소 부족, 칼슘 섭취 이상, 화상을 비롯한 피부 상처 등이 꼽힌다. 여름철에는 자외선에 과다 노출돼 정상 피부가 검어지면서 백반증이 두드러진다.

백반증은 얼굴은 물론, 입술과 눈 주위, 겨드랑이, 손등, 발등, 생식기 등 신체 모든 부위에서 발생할 수 있다. 심지어 머리카락이나 눈썹, 속눈썹 등 체모에 나타나기도 한다. 체모가 자라는 부위에 백반증이 생기면 체모 역시 하얗게 탈색돼 자라는 백모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혹 두피에 생기는 백반증은 새치와 구별하기 어렵다. 새치는 듬성듬성 생기는 데 반해 백반증은 한곳에 동그랗게 모여 생긴다.

특히 백반증은 한 번 생긴 뒤 햇빛에 많이 노출되면 더 선명해지므로 여름철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또 다른 피부질환처럼 가렵거나 통증 등의 증상이 없어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고 이미 백반증이 생긴 부위는 약한 햇빛에도 화상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히 관리해야 한다.


◇야외활동 시 자외선차단제 꼼꼼히 발라야

야외활동을 할 때는 손이나 얼굴 등 노출 부위에 자외선차단제를 꼼꼼히 바르고 긴 옷을 입어야 한다. 또 백반증은 심한 자극이나 상처를 입은 부위에 발생하는 경향이 있어 일상생활에서 피부에 심한 자극이나 손상이 가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각질 제거나 때를 미는 등의 행위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

백반증을 방치하면 점점 온몸으로 흰색 반점이 퍼지고, 치료에 반응하지 않을 수 있기에 빨리 병원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좋다. 또한 백반증의 특징인 흰색 반점은 피부경화증, 백색잔비늘증, 염색 후 탈색증 등에서도 나타나기에 구분하기 어려울 때도 적지 않다.

백반증이 생겼다면 우선 전문의의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는 연고를 바르거나 약 복용, 주사, 자외선 치료, 수술 등 다양하다. 하지만 병변 크기나 정도, 진행 속도 등이 개인마다 달라 병변 분포와 광범위한 정도, 연령과 발생 위치 등에 따라 달리 치료해야 한다. 되도록 빨리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안효현 고려대 안암병원 피부과 교수는 “백반증은 원인이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아 민간요법에 의존할 때가 많은데 이는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발병 초기에 피부과를 찾는 것이 가장 빠르고 안전한 치료법”이라고 했다. 안 교수는 “술ㆍ담배를 멀리하고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관리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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