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존 웨인 스타로 만든 존 포드 감독의 서부극 원형

2020-07-17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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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보는 고전 영화 ‘역마차’ (Stagecoach·1939)
장엄한 모뉴먼트 밸리 배경, 다양한 인물들·요란한 액션

▶ 인디언 습격장면은 ‘백미’

존 웨인 스타로 만든 존 포드 감독의 서부극 원형

링고 키드가 역마차 위에서 습격하는 인디언들을 향해 총을 쏘고 있다.

웨스턴의 거장 존 포드가 장엄한 모뉴먼트 밸리를 배경으로 그린 장대한 서사시 ‘역마차’는 웨스턴의 원형을 정립한 위대한 작품이다. 원작은 잡지 콜리어스에 실린 어네스트 헤이칵스의 단편 ‘로즈버그로 가는 역마차’.

로즈버그로 가는 역마차에 탄 사람들은 기병대장교 남편을 만나러가는 임신녀 루시 맬로리(루이즈 플랫), 소심한 위스키 외판원 새뮤얼 피칵(도널드 마크), 술꾼 의사 분(토마스 미첼), 창녀 댈라스(클레어 트레버), 도박사 해트필드(존 캐러딘) 그리고 은행돈을 훔친 헨리 게이트우드와 마부 벅(앤디 디바인)과 탈옥수 링고 키드(존 웨인) 및 보안관 컬리 윌칵스(조지 밴크로프트) 등. 이들을 태운 역마차가 아파치 인디언의 거주지를 달리면서 인디언들의 습격을 받는다.

요란한 액션이 박진한 웨스턴에서 기릴만한 점은 각양각색의 인물들의 성격 묘사와 인물 개발. 사회적 배경과 추구하는 것이 모두 다른 인물들을 위험한 여로에 올려놓고 분석한 탁월한 성격 묘사가 돋보인다. 이들을 통해 알콜 중독, 와이트컬러 범죄, 매춘 및 도박 등 여러 사회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링고와 댈라스의 감춰진 로맨스도 그윽하니 곱다.


이와 함께 인간의 때가 묻지 않은 미국의 광활한 대지로부터 흑백으로 창조해낸 시각적 선명성도 뛰어난 명화다. 이 영화는 포드의 정신적 고향인 모뉴먼트 밸리의 숨 막히도록 거칠게 아름다운 모습을 처음 스크린에 옮겨놓은 영화이기도 하다. 이 광야와 계곡은 단순한 배경으로서가 아니라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지배하는 주제기 되고 있다. 애리조나와 유타 주에 걸쳐있는 모뉴먼트 밸리는 나바호 인다언 거주지 안에 있는데 포드를 기리는 ‘존 포드 포인트’가 있다. 포드는 여기서 ‘역마차’와 ‘수색자’ 및 ‘아파치 요새’ 등 모두 9편의 웨스턴을 찍었다.

이 영화에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2류 배우에 지나지 않던 존 웨인을 대뜸 빅스타로 만들어준 영화이기도 한데 이로 인해 포드와 웨인의 우정은 포드가 죽을 때까지 계속됐다. 영화의 압권인 인디언들의 역마차 습격장면은 불과 5분여에 지나지 않지만 웨스턴 사에 남는 걸작 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포드는 이를 위해 카메라를 역마차 위에 올려놓고 달리는 말들의 뒷모습과 달려드는 인디언들의 앞모습을 찍어 급박감을 최대한으로 살리고 있다.

포드는 자기의 다른 영화들에서처럼 영화에 여러 미국 민요를 삽입해 광야의 고독을 소리로 보여주고 있는데 특히 아코디온으로 연주되는 ‘쓸쓸한 광야에 나를 묻지 말아주오’가 흐르면서 역마차가 광야를 달리는 장면은 잊지 못할 것이다. 포드는 자연과 음악을 도구로 시를 쓰는 ‘영화 시인’이었다.

포드의 여러 웨스턴의 마지막 장면들은 주인공이 가물가물 자연 속으로 빠져들며 떠나가는 것으로 끝이 난다. ‘역마차’ 역시 링고와 댈라스가 광야의 품 안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포드의 원시주의에 대한 찬양이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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