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저녁 산책
2020-07-08 (수) 12:00:00
김찬옥 (로스 알토스)
종일 분주한 일 끝내신 나른한 햇님
산타 크루즈 쪽 산 넘어로 머뭇대며
넘어가는 그 시간
연 미색, 아니 연 회색빛의 길지 않은
그 시간의 산책을 나는 사랑한다
소음도 인적도 드물고
모자 쓸 필요 없고
마스크도 입 대신 손목에 걸었다가
저만치 인적 보이면, 손목 올려 마스크 쓰고
넓은 빈 주차장 내 집인 양 차지하고
꼿꼿이 허리 세워라 마음껏 두팔 흔들어라
육사생 흉내내며
종일 갇혀 지낸 몸과 마음 훨훨 털어내어도
아무도 개의치 않는 저녁 산책길
드디어 하나 둘 아늑한 불빛이 켜지기
시작하는 시간
다시 얌전한 숙녀 되어 내 집으로 돌아가는
저녁 산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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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옥 (로스 알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