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고상해 케이스는 누군가의 과실이나 고의적인 행위로 인해 발생한다.
피해자의 변호사는 경찰 리포트를 비롯한 각종 단서를 통해 가해자의 과실, 또는 고의적 행위를 호소한다.
만약 피해자가 입은 부상이 누군가의 과실 없이는 도저히 발생할 수 없는데, 가해자의 과실을 입증할 직접적인 단서가 없을 경우는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보자.
급성 맹장염 수술을 받은 A는 퇴원 후 다음날 심한 복통을 느껴 병원을 다시 찾았다. 엑스레이 촬영 결과 뱃속에 작은 스폰지가 발견됐다. A는 변호사를 선임, 맹장염 수술을 집도한 의료진과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A의 변호사는 당연히 맹장염 수술 기록을 병원측에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수술 기록에 의료진이 실수로 스폰지를 A의 뱃속에 스폰지를 넣어둔 채 수술을 마쳤다는 내용이 있을 리가 없다.
이와 같은 경우에 원고측 변호사가 적용하는 법률 원칙이 바로 ‘레스 입사 로퀴투르’(Res Ipsa Loquitur)이다.
레스 입사 로퀴투르는 라틴어로 사실추정의 원칙이란 뜻이다. 영어로는 ‘the thing speaks for itself’로 직역된다.
가해자가 과실을 범했다는 직접적인 단서가 없어도 피해자의 부상이 피고의 과실 없이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경우 적용된다.
만약 가해자가 확실한 반증을 제시하지 못하면 피해자에게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가해자의 과실을 입증할 수 있다.
레스 입사 로퀴투르 원칙을 성립하기 위해서는
■해당 사고가 누군가의 과실로 인해 발생한 것
■피해자는 이 사고와 관련, 그 어떠한 기여 과실을 범하지 않은 것
■사고가 발생한 장소, 또는 사고를 일으킨 물건이 가해자의 완전한 통제범위에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된다.
따라서 위의 사례에서 의료진과 병원측이 문제의 스폰지가 수술 도중 A의 뱃속에 삽입된 것이 아니라는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과실이 인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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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상해사고 전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