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볍고 숨쉬기 편하지만 성능은 KF 기준 55~80%선
▶ 필터와 부직포 2겹으로 구성, 입체형이라 얼굴 밀착 좋아…성능 수술용 마스크와 비슷
어린이ㆍ기전질환자 경우 발열 증상땐 KF94 착용을
지난 5일부터 판매에 들어간 ‘비말 차단용 마스크’가 온라인 판매 13초 만에 품절되는 등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기온ㆍ습도가 높아지면서 가볍고 숨쉬기 편한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예방하기 위해 쓰는 KF94와 같은 보건용 마스크가 습기가 자주 차고 숨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에 따라 가볍고 숨쉬기 편안 ‘비말(침방울) 차단용 마스크(KF-ADㆍKorea Filter-Anti Droplet)’를 의약외품으로 허가했다. 지난 5일부터 온라인 쇼핑몰에서 비말 차단용 마스크가 공적 마스크의 3분의 1 가격인 장당 500원에 팔리기 시작했다. 비말 차단용 마스크 판매 허가를 받은 업체는 웰킵스ㆍ건영크린텍ㆍ파인텍ㆍ피앤티디 등 네 곳이다.
비말 차단용 마스크의 입자 차단 성능은 KF 기준으로 55∼80% 수준이다. KF-80과 KF-94 등 보건용 마스크는 3~4겹으로 이뤄졌지만 비말 차단용 마스크는 필터와 부직포 2겹이어서 두께가 얇아 차단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가볍고 숨쉬기 편하다.
◇어린이ㆍ고령자ㆍ기저질환자도 착용 가능
식약처는 비말 차단용 마스크를 코로나19 의심 환자를 돌볼 때가 아니면 밀폐된 공간은 물론, 어린이ㆍ고령자ㆍ기저질환자도 착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김상봉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은 “비말 차단용 마스크 성능이 수술용 마스크와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며 “어린이나 고령자,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도 비말 차단용 마스크를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비말 차단용 마스크를 착용해도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을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평균 지름이 0.1㎛(마이크로미터ㆍ100만분의 1m) 정도다. 비말 차단용 마스크로 바이러스 감염을 완전히 예방할 수 없지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침방울(최소 지름 5㎛)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비말 차단용 마스크는 덴털 마스크 수준은 되기 때문에 밀폐된 공간에서 써도 된다”며 “공간의 밀폐 여부에 따라 마스크 착용법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비말 차단용 마스크의 겉면은 멜트 블로운(MB) 필터를 혼합한 SMS 부직포, 피부에 닿는 안감은 일반 부직포로 이루어진 2겹 구조여서 공적 마스크인 KF94 보건용 마스크(3~4겹 구조)보다 두께가 30% 정도 얇고 가볍다. 비말 차단용 마스크 무게는 2.5~3g으로 보건용 마스크(5g)의 절반 수준이다. 비말 차단용 마스크는 기존 KF 마스크와 같은 입체형으로 얼굴에 좀 더 밀착된다. 반면 덴털 마스크는 납작한 ‘평판형’이다.
KF-AD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깐깐한 방수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250mL 비커에 물 100mL를 채우고 비말 차단용 마스크로 위를 덮어 씌운다. 그 상태로 비커를 뒤집어 30분간 유지하는데 이때 떨어지는 물방울이 없어야 한다. 이를 통과한 비말 차단용 마스크의 미세입자 차단율은 KF 기준으로 55~80% 수준이다.
김달환 식약처 연구관은 “마스크를 깨끗하게 보이려고 인체에 유해한 형광 증백제를 사용하지는 않았는지, 포름알데히드나 산성 물질이 검출되지는 않았는지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식약처는 비말 차단 마스크는 일상 생활용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우영택 식약처 대변인은 “코로나10 감염 의심자를 돌보거나 발열ㆍ호흡기 등 증상이 나타날 때에는 반드시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덴털 마스크도 침방울 막고 통풍 잘돼”
비말 차단 마스크가 지난 5일 온라인 판매 시작 13초 만에 품절되는 등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이 때문에 당분간 공적 마스크 등 다른 마스크를 착용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침방울 차단을 위해서는 ‘외과용 마스크(덴털 마스크)’를 권장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미나 서울아산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최근 ‘대한의학회지(JKMS)’에 “덴털 마스크가 침방울을 막고 통풍이 잘 되기에 일반인이나 호흡기 증상으로 숨쉬기 힘든 사람이 적합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외과용 마스크는 수술하는 의료진이 말하거나 기침할 때 무균 상태의 수술대 위로 침방울이 튀는 걸 막기 위해 쓴다”며 “외과용 마스크의 감염 예방 효과는 오랜 기간 의료 현장에서 입증돼 호흡기 증상이 있는 감염 환자에게도 비말 전파 방지용으로 쓰이고 있다.
KF94ㆍN95 같은 공기 정화 필터(헤파 필터)가 있는 보건용 마스크는 미세입자가 코나 입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 안면부와 마스크 접촉면이 완전히 밀착되므로 착용자는 필터를 통해 호흡한다. 밀착만 잘 유지되면 침방울이 마스크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문제는 헤파 필터가 습기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이 보건용 마스크를 쓰면 기침할 때 나오는 침방울에 의해 마스크가 젖어 단시간에 필터 기능이 떨어지기 쉽다.
박소연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평소 호흡곤란 등으로 보건용 마스크를 쓰기 힘들다면 덴털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도 좋다”며 “일반적으로는 비교적 대면 접촉이 적은 야외나 사무실 등에서 장시간 사용을 권장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마스크 착용 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스크 겉면을 손으로 만지지 않는 것”이라며 “마스크 착용을 해도 오염된 손으로 코나 입의 점막을 만지면 감염 가능성이 있으므로 항시 손 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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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