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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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전쟁을 아니?

2020-05-20 (수) 김민정/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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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초등학생인 아들, 딸을 데리고 이민 와서 애들이 힘들어 할 때면 도와 줄 수는 없고 애들 기분이 괜찮을 때마다 나의 유년시절에 전쟁으로 혼났던 시절을 이야기하곤 했다.
지금 너희가 힘들지만 6.25 전쟁때를 생각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전쟁때 아버지 팔에 안겨 청계천 거리에 나갔더니 총 맞아 죽은 사람이 하얗게 쓰러져 있었고, 먹을 것이 없어 굶어죽은 사람, 고아, 거지도 많았다.
나는 그 시절 너무 어렸지만 어설피 본 것과 부모님이 귀가 닿도록 이야기 한 것 들을 짬짬히 말해주면서 그저 벙어리 삼년, 귀머거리 삼년으로 견디다 보면 언젠가는 미국 애들처럼 영어도 잘하게 되고 인정도 받을 거다 했다.
그 후 아이들은 어려운 고비를 넘기며 성인이 되었는데 아들아이는 쌍둥이 빌딩 바로 옆에 붙어있는 호텔에서 근무를 했다.
그당시 나는 남편이 조기 폐암을 잘 이겨내어 건강이 회복 되자 잠시 한국에 볼일 보러 갔다가 그만 9.11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그런데 아들아이는 평상시 같이 출근 했는데 귀가 터지는 굉음소리와 함께 무의식적으로 뛰쳐나가니 암흑과 함께 아비규환의 사태를 맞은 것이다.
나 또한 한국에서 뉴욕으로 오는 도중 앵커리지에서 캐나다 제일 북쪽 꼭지점인 유콘에서 3일을 억류되면서 쌍둥이 빌딩이 폭파된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곤, 겨우 풀려 집에 오니 아들아이의 첫 마디가 “니네가 전쟁을 아니?”하며 엄마가 한 말이 생각나며 전쟁이 무엇인지 절실히 느꼈다고 한다.
지금은 인간 전쟁이 아닌 바이러스 사태로 침묵의 전쟁으로 팔다리가 묶였지만 보이지 않은 전쟁 또한 인간 전쟁만큼 심각하고 애절하다. 그러나 역사가 그랬듯이 인간에게 수많은 고통과 불편함이 뒤따라도 굳건히 이겨나갔듯이 우리 후세 또한 어려운 위기를 이겨나가면서 바이러스 항체로 면역을 키우며 오뚜기같이 이겨나가리라고 믿어보았다.

<김민정/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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