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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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은 봄

2020-05-20 (수) 이선희/시인·뉴욕시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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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린 겨울 지낸 초목,
부산스러운 봄놀이 한창이다
여느 해처럼
자색 옷 차려 입고 그, 향해 내딛은 발
분홍 꽃 흠뻑 꽂고 줄지어선 가로수
양산을 쓴 나비부인의
청아한 아리아가 언덕너머 들리는 듯,

낯설은 봄이다
무색한 꽃잎만 휘날리는 인적 끊긴 거리
봄을 기다리던 사람들은 은둔 중이란다
공평하게 하나 뿐인 생명 잔뜩 거머쥐고,

도시는 전쟁 중이었다
적병 이미 스쳐간 숨죽은 거리
다급한 앰뷸런스 사이렌 소리
늘어만 가는 부상자의 숫자를 알리는 듯,
멀리서 오는 이,
적군인가 아군인가 두텁게 가린 얼굴
대적조차 두려운 듯 길 건너로 피해간다


처방도 없는 오금저린 이 공포증,
날이 새면 사라질 한 밤의 꿈 아닐까,
후들거리는 다리, 가슴까지 아려오니
아! 분명 꿈은 아니로구나

붉은 태양 작열하는 한여름 그려,
아린 가슴 활활 털어 푸르르게 널어보자 우리.

<이선희/시인·뉴욕시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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