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대 구로병원 정형외과 김상민 교수
2명 중 1명 기동 능력 회복 불가, 심장질환 악화 등 치명적 합병증
▶ 대퇴경부 골절 땐 인공관절 수술, 3개월 후면 웬만한 일상생활 가능
평소 칼슘 많은 우유·생선 등 먹고 근력강화 운동·스트레칭 꾸준히
김상민 고려대 구로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엉덩이관절이 골절됐을 때 방치하다간 1년 이내 20% 정도, 2년 이내에는 70% 정도가 목숨을 잃기에 수술 등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엉덩이관절(고관절)은 상ㆍ하체를 이어주는 관절이다. 앉거나 서기, 하체 돌리기 등 엉덩이관절을 움직일 때나 체중을 실어 걸을 때 샅(서혜부)에 강한 통증이 생기면 엉덩이관절 골절을 의심할 수 있다. 미끄러지거나 넘어진 뒤 며칠이 지나도 통증이 가시지 않아 병원을 찾아서야 엉덩이관절 골절을 진단받기 일쑤다.
고령화에다 운동량이 줄면서 노인성 엉덩이관절 골절 환자가 많아지고 있다. 엉덩이관절 골절이 늘고 있는 이유는 골다공증 악화, 근육량 감소, 척추ㆍ관절 퇴행, 균형 감각 저하 등이 꼽힌다.
‘인공 엉덩이관절 수술 전문가’인 김상민(45) 고려대 구로병원 정형외과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50세가 넘으면 골밀도가 점점 줄면서 뼈가 부러지기 쉬워지는데 50대에서는 손목 골절이 주로 생기지만 고령이 될수록 엉덩이관절 골절이 늘어난다”고 했다.
-‘엉덩이관절=사망’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엉덩이관절이 부러지면 1년 이내 사망률이 남성이 20.8%, 여성은 13.6%나 된다. 엉덩이관절 골절 환자의 사망률이 일반인보다 남성은 12배, 여성은 11배나 높다. 또한 엉덩이관절 골절을 겪은 환자의 14.8%가 2차성 엉덩이관절 골절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엉덩이관절이 한 번 부러지면 여성 기준으로 2명 중 1명은 기동 능력과 독립성 회복이 불가능해진다. 4명 중 1명이 요양기관이나 집에서 장기간 보호가 필요할 정도로 삶의 질이 아주 떨어진다.
특히 엉덩이관절 골절을 방치하면 거동 불편 등에 의해 욕창ㆍ폐렴ㆍ정맥혈색전증이 생기고 심장질환이 악화하는 등 치명적인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엉덩이관절 골절이 생겼을 때 수술 등 치료를 하면 1년 이내 사망률은 14.7%, 2년 이내 사망률은 24.3%이다. 하지만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1년 이내에 25%, 2년 이내 사망률은 70%에 달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나이가 들수록 엉덩이관절 골절이 증가한다. 이를 예방하려면.
“우선 뼈를 만드는 데 직접 영향을 주는 칼슘이 많이 함유된 우유ㆍ치즈 등 유제품, 등푸른 생선, 콩, 두부, 다시마, 멸치, 건새우 등을 많이 먹기를 권한다. 그리고 적절하게 햇빛에 노출해 몸속에서 비타민D가 합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비타민D는 칼슘을 저장하고 흡수율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햇빛을 제대로 쬐지 못하면 비타민D 보충제를 먹는 것도 방법이다. 커피ㆍ담배ㆍ술 등은 뼈에서 칼슘을 빠져나가게 하므로 삼가는 것이 좋다.
꾸준한 운동도 중요하다. 뼈 강도를 유지하려면 뼈에 지속적으로 자극을 주는 것이 좋은데 체중이 실리는 운동은 모두 뼈 건강에 좋다. 그리고 근력을 강화하는 운동도 낙상 예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스트레칭을 통해 유연성을 기르고 균형 감각을 유지하는 것도 권한다.
낙상을 예방하기 위해 집안 문지방 턱을 되도록 없애고, 욕실에 미끄럼 방지장치를 하는 것이 좋다. 조명도 환하게 해서 자칫 미끄러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침대는 편안히 오르내릴 수 있는 높이로 하는 것이 좋다. 나이가 들면 운동과 영양 섭취만으로 뼈가 약해지는 것을 막기가 쉽지 않으므로 골밀도를 적절히 유지하려면 전문가에게 의학적 상담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엉덩이관절이 부러지면 어떤 치료를 하나.
“엉덩이관절이 부러지면 골절 부위의 전위(轉位ㆍ뼈가 어긋나는 것)가 전혀 없는 쉽게 말해 금만 가는 불완전 골절처럼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수술해야 한다. 엉덩이관절 하부에 위치한 전자간(轉子間) 부위가 부러지면 금속정으로 뼈를 고정한 뒤 안정을 취하는 치료를 한다. 반면 엉덩이관절 상부에 있는 대퇴경부가 부러지면 인공관절 수술을 해야 한다. 뼈가 약해져 나사로 골절이 고정되기 어려울 때가 많다. 혈관 손상이 동반돼 골유합이 되지 않거나 작은 공처럼 생긴 대퇴골두에 혈류 공급이 끊겨 무혈성 괴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인공 엉덩이관절 수술은 엉덩이관절을 이루는 2개 부분(비구부, 대퇴골두 부분)과 손상된 물렁뼈를 제거한 뒤 인공 뼈로 대치해 주고 연결 부위에는 특수한 플라스틱이나 세라믹으로 끼워 주는 수술이다. 이 수술은 절개 부위가 예전과 달리 10~15㎝ 정도로 작아졌고, 인공 관절면 소재도 내구성이 크게 개선됐다.
이 뿐만 아니라 근육 손상을 줄이고 회복도 빠른 수술이 개발되면서 고령 환자의 부담을 크게 줄였다. 수술 1~2일 뒤부터 발을 딛는 힘이 생겨 걸을 수 있고 회복률도 높아졌다. 인공 엉덩이관절 수술은 대퇴골 경부 골절 등 엉덩이관절 골절뿐만 아니라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퇴행성 관절염, 류머티스 관절염, 심한 골반골 비구 골절, 어린이의 화농성 관절염, 결핵성 관절염 등에 시행한다.”
-인공관절 수술 후 주의할 점과 수명은 어느 정도인가.
“인공관절 수술 후 1~2일 지나면 워커ㆍ목발 등을 이용해 부분 체중 부하 운동을 할 수 있다. 한 달이 지나면 혼자 평지를 30분 이상 걸을 수 있을 정도가 된다. 3개월이면 2~3시간 이상, 웬만한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6개월 지나면 가벼운 조깅이나 대부분의 운동을 할 수 있다. 다만 인공관절 수술 후 책상(양반)다리를 하고 앉거나 화장실에서 쭈그리고 앉는 자세 등은 인공 엉덩이관절이 빠질 우려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인공 엉덩이관절 수명도 초창기에는 재질 한계성과 수술기법 문제점 등으로 인해 10~15년 밖에 되지 않았다. 지금은 인공관절 신소재 개발과 인체공학 발달, 수술법 개선 등을 통해 수명이 크게 길어졌다. 현재 쓰이고 있는 인공 엉덩이관절의 20년 생존율이 90% 이상이어서 30~40년까지도 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마디로 말해 인공관절이 부품 마모로 인한 수명 제한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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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