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코로나가 준 교훈과 학습이 적지 않다. PPP를 신청하면서 941이 무엇인지 처음 알았고, 10년 장사했던 내 가게가 S corp인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EIDL 때문에 개인 재무제표(personal F/S)를 만들면서 내 회사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고, 공무원과 전화 통화하는 것이 이렇게 힘든 줄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주급 200불이면 기본 실업급여가 100불밖에 안 된다는 것도 코로나 덕분에 알게 되었고, 신용점수 낮은 것이 EIDL 받는데 이렇게 큰 장애가 되는 줄, 전에는 정말 몰랐다. 소원했던 PPP 받으면 다 해결될 줄 알았는데, 받아도 걱정이라는 것을 이제 알았고, ERC(employee retention credit)가 더 좋다는 것을 오늘, PPP 반납 마감 날이 되어서야 겨우 알았다.
나중에 코로나 걸린 손님과 직원들이 나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걸어올 수 있다는 말도 오늘 처음 들었다. 그동안 짐작은 했었지만, 가만히 있어도 꼬박꼬박 돈 나오는데 누가 목숨까지 걸면서 일하러 나오겠나? 그나저나 나는 그렇다고 쳐도, Marco Rubio도 정말 몰랐을까?
어디 그 뿐인가. 나는 실업급여 자격 없음을 오늘에서야 알았고, 주정부와 연방 정부의 고래 싸움에 내 새우등 터져나간 것도 이제야 알았다. 내가 컴퓨터와 영어에 이렇게 까막눈인 것을 이제야 알았고, 은행과 회계사를 포함해서 세상에 진짜 내 편이 없다는 것을 이번에 깨달았다.
노동국 편지 하나에도 눈치 주는 자식들이 밉고, 나 혼자만 혜택을 못 받는 것 같아서 세상이 모두 밉다. 그 중에서 가장 미운 것은 나 자신. 하필이면 그 많고 많은 장사 중에서 결국은 망할,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더 일찍 망할 수밖에 없는, 그런 것을 선택한 내 자신이 사실은 제일 밉다. 그나마 세상이 이렇게 빨리 변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제라도 깨닫게 해준 코로나가 고마울 지경이다.
믿지 못하겠지만, 내 세금신고서 카피를 이번에 처음 봤다. 왜 나는 내 수입을 남이 결정하도록 내버려 두었던 것일까? 왜 나는 이런 것들을 좀 더 일찍 깨우치지 못했을까? 누구보다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았다. 그저 정신없이 바쁘게 살았다는 것. 그래서 다른 것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는 것. 그것이 죄라면 죄다.
더도 말고 딱 3년만 먼저 깨달았어도 좋았을 것들이 참 많다. 그렇다면 이렇게 bait-and-switch 꼴 안 당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catch-22 꼴도 안 당했을 텐데... 오늘 아침, 나는 다시 짐을 싸고 길을 나선다. 신발 끈을 고쳐 맨다. 주먹에 불끈 힘을 준다. 그리고 멀리 내가 갈 희망의 길을 내다본다. Repack Your Bags!! 진짜 시작은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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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한/공인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