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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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놈의 병이 뭐길래?

2020-05-13 (수) 홍덕원(아름다운교회 실버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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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허허 유종남아! 너와 아니 자네와 처음 만난 지도 20여년의 세월이 흘러갔구나. 그래, 그놈의 병이 무엇이길래 이렇게도 많은 사연을 남겨두고 흘러만 가는 것일까.
너싱홈에 들어가서 그 화려했던 젊은 시절은 어디에 두고 노년의 인생길, 참으로 인생 무상일게 그려. 그 옛날 내가 당신에게 아름다운교회 실버아카데미를 인계해 주면서 당신은 회장직을 나는 재정을 담당하면서 호랑이 같은 아니 사자같은 젊은날 기백은 어디에 갔는지 돌아보니 참으로 허무한 인생길일세 그려.
그래, 생각이 나는가? 당신은 그 불같은 성격으로 교회 환경미화반에 속하여 교회 잔디밭을 가꾸고 매주일 미화 작업을 하던 일, 또한 그리도 좋아하던 골프 인생길, 아이젠하워 파크 코스, 푸리포트 코스, 켄티악 코스, 선킨메도우 파크 코스, 베스페이 카프 코스에서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살자고 하면서 매주 싸구려 샌드위치를 버거킹, 맥도널드 매장에서 사먹던 일. 그리고 어느 때인지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그놈의 ‘파킨슨’ 병의 진단을 받고 활동의 불편함이 시작되었지.
마누라 윤정애 권사의 도움 없이는 생활의 지탱이 어렵게 된 일, 그리고 어느 때인지 당신이 그리도 소중하게 간직해 온 골프 세트를 나에게 주면서 ‘당신이 이것 가지고 즐겁게 골프치라'고 하던 일, 그때 내가 약속을 했지. 이 세트는 내가 6개월만 보관할 테니 건강 회복되면 그때 다시 돌려주겠다고 약속한 일이 지금은 3년도 더 지났네 그려. 그놈의 병이 무엇이길래 참으로 인생 무상일세 그려.
지금은 병세가 점점 악화되어 병원으로 너싱홈으로 전전하는 신세가 되었으니 말일세 그려. 노년의 삶이 무엇인지.
당신이나 나나 마누라 고생만 시키면서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늙은이의 인생길, 그래 이것이 하늘이 주신 인명은 재천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그후 나는 나대로 하지무력증이 와서 지팡이에 의지하는 생활에 불편함으로 겪고있는 신세일세.
삶이 그대를 속일 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하지 말라, 서러운 날을 참고 견디면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 왜 슬퍼하는 가?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언제나 슬픈 것. 모든 것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훗날 소중하게 여겨지리라.
러시아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푸쉬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하는 시문이 생각이 나네. 그래, 그래, 그렇게 살아보세나 그려, 우리 죽는 날까지 말일세. 우리 죽는 날까지 웃으며 살아보세나 그려.

<홍덕원(아름다운교회 실버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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