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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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P 붙은 분들에게

2020-05-04 (월) 문주한/공인회계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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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같은 100일을 살아냈다. 1월21일, 시애틀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지 꼭 100일. 공식적으로만 100만 명이라고 한다. 그동안 우리는 식당도 커피숍도, 학교도 직장도 모두 문을 닫아야만 했고, 브롱스의 시신 집단매장 장면과 브루클린 트럭에서 썩고 있던 시신 가방들을 눈뜨고 봐야만 했다. 그저 가슴이 먹먹하고 답답하다.

그러는 사이에 실업수당 신청자는 서울 인구의 3배를 넘겼다.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정치인들에게는 그것이 전부 표다. 6개월 밖에 시간이 없는 그들은 선명성 경쟁이라도 하듯, 엄청난 돈을 풀고 있다. 풀린다는 말보다는 차라리 건물 옥상에서 돈 다발이 쏟아져 내려오고 있다. 그러는 과정에서 겹겹이 쌓이는 반목과 오해, 질투와 분리, 그리고 경쟁과 상실의 후유증은 코로나보다 더 무섭게 우리의 목을 죄어온다.

예를 들어서, 전지전능한 유튜브의 godfather와 교회 김 집사님은 무조건 PUA(pandemic unemployment assistance) 신청해서 일단 받고 보라고 외친다.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에, 나중에 걸려도 봐줄 것이란다. 글쎄, 돌려주는 것으로만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다고 당장 쌀과 연탄이 떨어졌는데 공자 말씀만 계속 틀수도 없는 노릇이다. 참 어려운 때에 나는 회계사를 하고 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PPP(paycheck protection program)도 마찬가지다. 내가 아는 업체들도 이번에 많은 혜택을 받았다. 100만 달러 가까이 받은 사람도, 100만 달러 넘게 받은 사람도 있다. 그런데 이 PPP, 사실은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프린스턴 합격증을 받으니 당장은 기쁘겠지만, 거기 가서 공부 할 생각을 하니, 또 막막한 것과 마찬가지다. 더욱이 직원들이 실업수당 포기하고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는데, 받자마자 8주안에 다 쓰라고 한다. 그러니 1차 때 안 받고, 오죽하면 서류 하나를 일부러 빠뜨려서 2차로 넘긴 사람들도 있었을까.
그러나 이왕 받은 돈. 규정에 맞춰서 제대로 써서, 나중에 돌려주거나 대출금으로 전환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그래서 지금부터 정교한 작전이 필요하다. PPP 탕감 감사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금액이 크거나 페이롤과 회계기록이 엉망이면 위험도 크다.

PPP 받은 사람들, 그렇게 많지 않다. 어떻게 보면 이 사회에서 선택된 사람들이다. 결국 그들은 PPP라는 Princeton에 합격했으니, 이제 공부 열심히 해서, 도와준 국가와 사회에 다시 기여하는 일이 남았다. 붙은 것을 자랑하기에 앞서서, 아깝게 떨어진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7만 달러라는 거금을 받은 나를 포함해서 말이다. 이 중에서 50%는 다시 세금으로 돌려줘야 하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정부 돈을 받았으니, 어깨가 참 무겁다. Thank you, Mr. President!

<문주한/공인회계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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