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 떨어진 만성콩팥병 환자, 3기 증상부터 코로나 감염 치명적
2020-04-28 (화)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치명적이다. 고혈압ㆍ당뇨병과 함께 대표적인 기저질환을 꼽히는 것이 만성콩팥병이다. 문제는 만성콩팥병 환자의 60~70% 정도가 고혈압ㆍ당뇨병 등 기저질환을 동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콩팥은 노폐물과 수분, 염분의 배설을 통해 체내 평형상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혈압조절, 조혈작용, 뼈 대사에도 필수적이다. 이러한 콩팥 기능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병이 바로 만성콩팥병이다. 3개월 이상 계속해서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만성콩팥병으로 진단한다.
콩팥이 망가지면 면역 기능도 떨어졌다고 보면 된다.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요독(uremic toxins)이다. 요독은 콩팥을 통해 밖으로 배설돼야 하는 물질인데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체내에 그대로 쌓여 우리 몸에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 현재까지 밝혀진 요독의 종류만해도 100여개다.
요독 때문에 생기는 대표적인 증상은 빈혈에 의한 어지럼증, 피부 가려움증, 식욕감퇴, 구토, 운동 시 호흡 곤란, 전신 피로감, 불면증 등이 나타난다. 심하면 소변 감소, 전신적인 부종, 심한 호흡 곤란을 동반한 의식 저하까지 나타날 수 있다.
이성우 노원을지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증상이 심해지면 투석이나 콩팥이식이 불가피하다”며 “다만 요독을 모두 임상에서 측정할 순 없어 일단 콩팥 기능이 떨어져 있다면 면역 기능이 약해졌다고 보고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코로나19 감염 환자 가운데 투석 치료를 받는 환자는 T세포ㆍB세포 같은 면역세포가 현저히 감소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T세포는 B세포를 자극해 항체 형성을 돕거나 직접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공격한다. B세포는 T세포 도움을 받아 항체를 만들고 이렇게 만들어진 항체로 세균과 바이러스를 공격해 우리 몸을 방어한다.
이 교수는 “면역세포 감소는 적을 공격할 병사(면역세포)와 무기(항체, 사이토카인)가 정상인보다 부족하다는 뜻”이라며 “즉 코로나19 바이러스에도 적절히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콩팥 기능은 정상(1기), 약간 감소(2기), 다소 감소(3기), 많이 감소(4기), 투석 임박(5기) 등 환자 상태에 따라 5단계로 구분한다. 1~3기 환자에게서 임상적인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다. 콩팥 기능 저하에 대한 보상 메커니즘이 비교적 잘 작동하기 때문이다.
4기부터 부작용이 나타나는데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빈혈이다. 콩팥이 조혈 호르몬을 생성하기 때문이다. 뼈가 약해지고 혈관 석회화가 심해지면서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도 증가한다. 따라서 초기 환자는 4~5기로 악화하지 않도록 기저질환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4~5기로 이미 진행된 환자라면 향후 투석(透析)에 적응하기 위한 생활습관과 빈혈ㆍ인ㆍ칼륨 관리에 대한 충분한 교육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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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