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동경희대병원 이영찬 이비인후과 교수
후두암·인두암 등 머리·목 발생, 조기 발견땐 90% 이상 치료가능
▶ 흡연·음주가 가장 큰 원인, HPV 감염 인한 발병도 증가세
경구강 내시경·로봇 수술로 씹고 말하는 기능 보존율 높아져
이영찬 강동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두경부암은 일반인에게 생소한 암이지만 우리나라에서 12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라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 흡연과 음주를 삼가야 한다”고 했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두경부암은 머리와 목 부근에 발생하는 암이다. 대부분 두경부 안쪽 점막을 덮고 있는 편평세포에서 시작된다. 암 자체가 생소한 데다 치료가 어렵다고 알려져 있어 많은 사람이 두려워한다. 하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90% 이상 치료할 수 있다.
흡연과 음주가 가장 큰 발병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인 인유두종바이러스(HPV)에 감염돼 두경부암에 걸리는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쉰 목소리나 목 안의 이물감, 입속 상처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두경부암을 의심해야 한다.
로봇ㆍ내시경을 이용한 두경부암 수술 전문가인 이영찬 강동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를 만났다. 이 교수는 “두경부암은 일반에게 낯설지만 우리나라에서 12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라며 “흡연자가 두경부암에 걸릴 확률이 비흡연자보다 15배 정도 높은데, 흡연 인구가 줄어들면서 구강암ㆍ후두암 발병률이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두경부암은 생소한 암인데.
“두경부암은 눈ㆍ뇌ㆍ귀ㆍ식도를 제외한 머리에서 가슴 윗부분까지 영역에서 발생하는 모든 암을 말한다. 구강암ㆍ후두암ㆍ인두암ㆍ침샘암이 대표적이다.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2014년 국내 암 가운데 2.28% 정도를 차지한다. 지난 10년간 두경부암 발병률은 주목할 정도로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를 보면 2010년 1만3,256명이 두경부암 치료를 받았는데 2018년엔 1만7,026명으로 28%나 늘었다. 남성 환자가 여성보다 3배 이상 많고, 40~60대가 70~80%를 차지한다.”
-두경부암은 왜 생기고, 어떤 증상을 보이나.
“흡연이 가장 주요한 발병 원인이다.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두경부암에 걸릴 확률이 15배 정도 높다. 다행히 국내에서도 흡연 인구가 줄면서 두경부암 가운데 구강암ㆍ후두암의 발병률이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반면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HPV 감염에 의한 두경부암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보통 성관계를 통해 감염돼 자궁경부암ㆍ항문암ㆍ성기사마귀 등의 원인이 된다. 구강 성교 등으로 입속 점막에 감염되면 두경부암의 하나인 구인두암이 생길 수 있다. 최근 미국암협회는 두경부암의 급속한 증가 원인의 하나로 구강 성교를 꼽았다. 따라서 성관계를 하는 파트너가 많은 사람은 두경부암에 걸릴 위험이 높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이밖에 위식도 역류질환, 식도질환, 방사선 및 자외선 노출, 비타민이나 철분의 결핍, 두경부의 지속적인 물리적 자극 등이 두경부암의 위험인자다.
두경부암은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초기에는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보통 3개월 이상 쉰 목소리가 지속되거나, 목에 이물감이 느껴지는 것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입안이 자주 헐거나 붓고 적백색 반점이 생기면서 음식물을 삼키기도 어려워진다. 한쪽 코가 지속적으로 막히거나, 코에서 이상한 분비물이 나온다. 치아 관리를 잘해도 이가 흔들리기도 한다.”
-두경부암은 어떻게 치료하나.
“두경부암 치료는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종류와 위치, 병기(病期)에 따라 수술적 치료, 방사선 치료, 항암화학요법 등을 시행한다. 경우에 따라 단독 혹은 병합 치료를 하기도 한다. 종양이 원발 부위에 국한되거나 경부(頸部)림프절 전이가 없는 초기에는 수술적 제거술이나 방사선 요법이 추천된다. 질병이 진행돼 원발 부위를 침범했거나 경부림프절로 전이됐다면 기능 보존 수술이나 항암방사선 요법을 시행한다. 두경부암 수술은 영역 특성상 중요한 혈관과 신경이 밀집해 분포하고 복잡한 구조를 이루고 있어 고난도 수술이 많다. 환자의 기능적 측면을 고려한 수술 범위 설정과 재건이 중요하다.
두경부암 가운데 후두암은 쉰 목소리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에 초기에 진단이 많이 돼 내시경이나 방사선 치료로 완치가 가능하다. 반면 인두암이나 구강암 등은 3,4기에 주로 발견돼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를 시행한다. 두경부암은 얼굴 부위에 주로 발생하기에 다른 암과 달리 씹고 삼키고 말하고 먹는 등의 기능적인 측면이나 미용적인 측면을 무시하기 어렵다. 따라서 두경부암 수술은 피부절개를 최소화하고 씹고 삼키고 말하고 먹는 기능에 필요한 장기를 최대한 보존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두경부암 수술 후 기능 보존율이 높아진 것은 ‘경구강 내시경 수술’ 덕분이다. 입안에 내시경을 집어넣어 레이저나 수술도구를 이용해 암을 절제한다. 이 방식은 방식은 기존 외부 절개방식처럼 흉터를 만들지 않고 회복기간을 줄일 수 있다. 여기에 로봇을 붙이면 ‘경구강 로봇수술(TROS)’이 된다. 로봇암(Endo whist)이라는 장비는 360도 회전하면서 손 떨림조차 없다. 사람의 손이 접근할 수 없는 좁은 공간에서도 정확하게 수술해 현존하는 ‘최고·최소 침습수술’로 평가받는다.”
-두경부암을 예방하는 방법은 없나.
“금연과 금주가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다. 구강 청결을 유지하고 틀니 등 구강 내 보철물을 치아와 잇몸에 잘 맞게 조정하는 것도 예방법이다. 또한 HPV 감염을 막기 위해 건강한 성생활을 하고, 관련 백신 접종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두경부암도 다른 암처럼 조기 발견이 중요하므로 잦은 흡연과 음주를 하는 40~50대 이상 성인은 적어도 1년에 한 번 이비인후과에서 두경부암에 관련해 정기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