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공황시대 이주 소작농 일가의 처참한 삶·가족애

2020-04-20 (월)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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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노의 포도’ (The Grapes of Wrath·1940)

▶ 약속의 땅 찾아 가면서 겪는 착취 노동자의 현실고발 명작
존 스타인벡의 소설 원작, 헨리 폰다 등 출중한 연기

대공황시대 이주 소작농 일가의 처참한 삶·가족애

탐(왼쪽)은 마를 남겨놓고 착취 당하고 핍박 받는 사람들이 있는 곳을 찾아 떠난다.

존 스타인벡의 소설을 원작으로 폭스사가 만든 이 영화는 사회저항의 메시지를 그린 불후의 명작이다. 존 포드 감독의 진지하고 강건하며 냉정하면서도 웅변적인 연출, 너널리 존슨의 군더더기 없는 각본, 그렉 톨랜드의 충격이 강렬한 기록영화 식 이미지 그리고 헨리 폰다의 출중한 연기가 만들어낸 경이로운 영화다.

오클라호마의 소작농 조드 일가의 장남 탐(폰다)이 살인죄로 복역 후 귀향한다. 도중에 탐은 전직 목사인 케이시(존 캐라딘)를 만나 동행한다. 톰은 황진이 몰고 온 흉년에 시달리는 어머니 마(제인 다웰)를 비롯해 온 가족이 은행과 지주들에 의해 쫓겨나 ‘젖과 꿀이 흐르는 땅’ 캘리포니아를 향해 떠나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들은 고물 트럭에 짐과 온 가족을 싣고 떠난다. 가진 것은 150달러와 일손 구한다는 쪽지 하나. 도중에 힘든 여정을 못 견디고 할아버지가 숨진다.

탐은 자기들처럼 집을 떠난 실향민들이 묵는 야영지에서 캘리포니아가 약속의 땅이 아니라 떼를 지어 몰려온 ‘오키스’(오클라호마 출신 이주 농장노동자)들로 넘쳐, 저임금에 착취당하는 고통의 땅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도중에 할머니도 숨진다.


캘리포니아에 도착한 조드 일가는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일자리가 생긴 과수원에서 복숭아 따는 일을 한다. 밤에 산책을 나갔던 탐은 노동자들과 파업 논의를 하고 있는 케이시를 만난다. 경찰이 이들을 습격, 케이시가 숨지자 분노한 탐이 경찰을 때려죽인다. 그리고 조드 일가는 탐의 안전을 위해 다시 떠난다.

정부가 운영하는 깨끗한 야영지를 만난 조드 일가는 모처럼 평안과 정결을 경험한다. 그러나 경찰이 이 곳까지 자기를 추격하자 탐은 잠든 마를 깨워 작별을 고한다. “어디에 있겠느냐”고 묻는 마의 물음에 탐은 “가난하고 굶주리고 착취 받는 사람들이 있는 모든 곳에 있을 것”이라고 대답하고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이어 조드 일가는 다시 짐을 챙겨 떠난다. 마는 “우리는 계속해 나아갈 것이야. 우리야말로 생존하는 사람들이지”라고 결의에 찬 어조로 독백한다.

이 영화는 성서와 신화와 전설을 통해 끊임없이 얘기돼온 ‘우리가 사람들’이라는 진리를 알기 쉽고도 힘차게 보여준 작품이다. 아카데미 감독상과 여우조연상(제인 다웰)을 탔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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