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민주당 관계자들이 마스크를 쓴 채 개표 결과를 TV로 지켜보고 있다.
한국 국민들의 민심은 ‘정권 심판’대신 국난 극복을 위한 ‘국정 안정’을 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한국시간으로 15일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지역구에서만 단독 과반을 휩쓰는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민주당 계열의 원내 과반 확보는 2004년 17대 총선 이후 16년만에 처음으로, 민주당의 이번 승리로 20대 총선 이후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까지 전국단위 선거에서 4연승을 달성하는 초유의 기록을 달성하게 됐다.
특히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득표 결과와 정의당, 열린민주당, 민생당 등 군소정당 의석을 모두 합칠 경우 범여권이 국회 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180석 이상을 넘어설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집권 중반 들어서 치러진 ‘중간선거’성격의 총선에서 코로나19 위기 속 ‘국난극복’을 내세운 민주당이 ‘정권심판’과 견제를 호소한 미래통합당에 대승, 집권 여당이 안정적 정국 주도권을 확보하며 본격적인 개혁 입법의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
‘여소야대’다당제 20대와 달리 21대 국회는 4년만에 ‘여대야소’양당제 체제로 회귀하며 입법 지형에 대대적 변화가 예고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사실상 궤멸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보수 진영이 또 다시 충격의 패배에 휩싸이며 정국에는 격랑이 몰아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개표가 80.8% 진행된 16일 오전 1시 17분 현재 전체 253개 지역구 가운데 민주당 후보가 157곳, 통합당 후보가 90곳, 정의당 1곳, 무소속 후보가 5곳에서 각각 1위를 달리는 것으로 집계됐다.
비례대표의 경우 개표율 31.05%를 기록한 가운데 미래한국당 35.47%, 더불어시민당 32.82%, 정의당 8.70%, 열린민주당 4.95%, 국민의당 6.30%, 민생당 3.01%의 득표율을 올렸다.
이를 의석수로 환산하면 한국당 19석, 시민당 17석, 정의당 5석, 국민의당 3석, 열린민주당 2석, 민생당 1석으로 예상된다.
현재 개표 기준으로 단순 합산하면 민주당과 시민당이 174석, 통합당과 한국당은 108석에 달하고, 민주ㆍ시민당에 정의당과 민생당, 열린민주당까지 합하면 182석에 달해 전체 의석의 5분의3인 180석을 넘어선다.
전체의석 5분의3을 넘어서면 개정 국회법인 선진화법상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 요건을 채우고,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 강제 종료도 가능하다.
지역별로는 민주당은 수도권에서 압승하고 ‘텃밭’ 호남을 석권할 뿐 아니라 영남에서 교두보를 굳건히 지키고 충청ㆍ강원에서 의미있는 승리를 거두며 지역구에서만 과반을 확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의 경우 ‘정치 1번지’종로를 비롯해 서울 강남벨트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승리를 거뒀고,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에 내준 호남에서도 일부 무소속 지역을 제외하건 싹쓸이해 기세를 몰았다.
전통적 불모지인 강원에서도 이광재 후보가 승리를 굳히고 송기헌 후보도 승리해 의미있는 스코어를 기록했고 대전 중구에 출마한 황운하 후보가 당선되는 등 충청권에서도 선전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전세계로 번지며 경제위기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국난극복'을 내세우고 긴급재난지원금의 전국민 지원을 공약으로 내거는 등 코로나 위기 대응을 부각한 전략이 승리의 주효한 요인으로 꼽힌다.
종로에서 고배를 마신 황교안 미래한국당 대표는 국회에서 별도 회견을 통해 “모든 책임은 내가 짊어지고 가겠다”며 “총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고 모든 당직을 내려놓겠다”며 대표직 사퇴를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