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뉴욕 2020 , 그리고 봄

2020-04-15 (수) 황미광/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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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문예

새벽을 흔들며 달리는 앰뷸런스가
새들의 노래를 덮는다

불안한 소리로 가득한 풍경안에
점점 물들어 가고 있다

누군가의 고통
누군가의 울음
누군가의 기도


처절함과 애절함과 간절함이
앰뷸런스 소리보다 먼저 하늘에 닿는다

날마다 늘어나는 숫자의 끝은 어디인가
새로운 뉴스는 새로운 조바심을 만들고
마스크 위로 내비친 눈동자는
두려움이 가득하다

눈부신 4월은
높은 가지에서 혼자 내려와
이 땅의 모든 꽃을 물들게 하지만

스스로 핀 꽃은
스스로 지리라

생명의 법칙에 옷깃 여미는 사이
또 다시 누군가를 향해 달려가는
앰뷸런스 소리

2020 뉴욕의 봄은
예상치 못한 이방인의 질주 속에
계절의 이름을 반납당했다

<황미광/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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