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택 대피령 힘겨운데…가정폭력은 껑충

2020-04-07 (화) 구자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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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PD 신고 240%나…한인들 상담도 두배

▶ “경제난·고립감 속 잦은 갈등이 폭행으로”

코로나19 비상사태 속에 내려진 자택대피령이 시행된 이후 가정폭력 사례들이 급증하고 신고 전화도 급격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에 머무는 시간들이 많아지면서 부부싸움이 잦아지거나, 배우자 또는 가족 간 폭력 사례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 반영된 것이다.

범죄통계분석 사이트 크로스타운이 LA경찰국(LAPD)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에릭 가세티 LA 시장이 각각 ‘스테이 엣 홈’과 ‘세이퍼 앳 홈’ 자택대피령을 선포하고 이틀 후 인 지난 3월21일 경찰국 내 가정폭력 신고전화가 244건 접수돼 전달 대비, 하루 평균 수치를 240%나 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인가정상담소에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자택대피령 발령 이후 가정폭력 신고 및 상담 전화가 평소에 비해 2배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크로스타운에 따르면 LAPD의 경우 당시 하루 동안 총 244건의 서비스 콜을 접수받았는데, 서비스콜은 위급상황/이머전시 콜을 제외한 전화 신고다.

매체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코로나19 감염 확산 증가로 자택대피령이 내려진 것에 대한 부작용으로 집 안에서 가족끼리 부딪힐 확률이 높아져 갈등이 폭행으로 이어 질 경우가 늘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가정폭력 상담 관련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부분 가정폭력 신고는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떨어져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며칠 후 접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인가정상담소의 김선희 가정폭력 매니저에 따르면 가정상담소는 한 달에 평균적으로 20~30건의 가정폭력 신고를 받는데, ‘세이퍼 엣 홈’ 행정명령이 시행된 이후로는 신고가 2배 가량 급증해 한달에 50~60건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선희 매니저는 “보통 가정폭력의 한인 피해자들이 신고 전화를 하는데 이는 행정명령을 기점으로 원래 진행되던 폭력이 집안 내 피해자와 가해자가 접촉하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악화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이라며 “코로나 사태로 직장을 잃고, 집 안에 격리 돼 스트레스 및 분노 증가로 가장 가까이 있는 배우자가 화풀이 대상이 되기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자택대피령 행정명령 이후 접수되는 가정폭력 신고건수의 새로운 트렌드로는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이 부모님들의 싸움과 폭행을 목격해 아동보호국 케이스가 열리는 경우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크로스타운은 또 자택대피령으로 인해 같은 집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스트레스와 갈등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한 심각한 경제 타격으로 인한 실업난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는 것도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LA경찰국의 범죄현황 자료에 따르면 LA시는 지난 3월1일부터 25일까지 기간 중 전년 동기 대비 범죄발생이 21%나 감소했지만, 이에 비교해 가정폭력은 감소세가 크게 떨어졌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월1일부터 25일 사이에는 범죄건수 15건 중 1건이 가정폭력이였다면 올해에는 범죄건수 13건 중 1건이 가정폭력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마리 사다나가 LAPD 수사관은 “행정명령 발표를 기점으로 가정폭력 신고전화가 급격히 증가했다”며 “만일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됐다면 911에 꼭 신고하고, 신고가 두렵다면 911에 문자로도 신고가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구자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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