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승리를 향한 선수들의 땀과 환호, 좌절… 생생

2020-04-06 (월)
크게 작게

▶ 올림픽을 다룬 필름들
‘올림피아’(Olympia·1938),‘도쿄 올림피아드’(Tokyo Olympiad·1965)

▶ 1936 베를린경기 ‘올림피아’ : ‘히틀러 여자’ 리펜슈탈 감독, 기록과 극영화 형태의 명작
1964 ‘도쿄 올림피아드’ : 거장 곤 이치가와의 작품, 관중들 포착 ‘시적 드라마’

승리를 향한 선수들의 땀과 환호, 좌절… 생생

경기를 찍고 있는 곤 이치가와 감독.

승리를 향한 선수들의 땀과 환호, 좌절… 생생

베를린 경기장 마라톤 종착점의 테이프를 끊고 있는 손기정 선수.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7월에 열릴 예정이던 2020 도쿄 올림픽이 내년 7월23일부터 8월8일까지 열린다. 근대 올림픽의 시초인 1896년에 열린 아테네경기서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전 올림픽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의해 필름으로 기록됐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것은 1936년에 열린 베를린경기를 담은 ‘올림피아’와 1964년에 열린 도쿄경기를 기록한 ‘도쿄 올림피아드’다.

배우 출신의 미녀감독으로 생전 ‘히틀러의 여자’라 불린 레니 리펜슈탈이 찍은 ‘국가의 제전’과 ‘미의 제전’ 등 2부로 된 ‘올림피아’는 물 흐르는 듯한 카메라가 움직이는 인간의 영육을 함께 불사르는 경쟁과 이상형으로서의 선수들 그리고 경기장 밖에서의 환희와 좌절을 담았다.


손기정이 가슴에 일장기를 달고 뛴 마라톤에서 우승한 베를린 올림픽은 히틀러와 그의 선전상 괴벨스가 나치를 선전하고 아리안족의 우수성을 세계에 과시하기 위해 열었고 영화도 이런 뜻에서 만들어져 ‘악을 선전한 작품’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이런 정치적 의도를 떠나 본다면 영화는 고대 그리스의 이상주의를 예찬한 기록영화와 극영화의 형태를 함께 지닌 명작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 영화보다 작은 것들에 관심을 보인 ‘도쿄 올림피아드’를 더 좋아한다. 이 영화는 켄지 미조구치, 야스지로 오주, 아키라 쿠로사와 등과 함께 전후 일본의 4대 거장으로 불린 곤 이치가와의 작품이다.

통상적 스포츠 기록영화라기보다 한편의 시적인 인간드라마로 사실의 아름다움을 새삼 깨닫게 해준 상영시간 170분짜리. 영화의 각본은 남편 영화의 각본을 여러 편 쓴 이치가와의 아내 나토 와다가 썼다.

일본 정부는 처음에 도쿄경기의 기록을 쿠로사와에게 의뢰했다. 그러나 그는 올림픽 개막식과 폐막식 연출도 맡겠다고 고집을 부리다가 해고됐다. 이치가와가 ‘평화와 인간평등의 시각적 시’라고 말한 ‘도쿄 올림피아드’는 단순히 운동경기를 보여주는 차원을 넘어 선수들의 감각적 고뇌와 희열과 함께 구경하는 관중들의 모습을 손에 든 카메라를 이용해 넓은 각도로 파노라마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는 전쟁으로 파괴된 일본이 전후 급격히 발전한 조국의 경제성장과 현대화를 세계에 다시 소개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만들어졌는데 다른 기록영화들과 달리 IOC의 재정 대신 일본정부가 자비로 만들었다.

마라톤을 보려고 길에 나온 사람들의 목을 길게 뽑은 채 뒷짐 진 모습을 찍은 장면 등에서 인간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데 영화를 보는 사람들을 화면 속으로 끌어들여 환호하는 구경꾼으로 만들어 놓는다.

이치가와는 메달 수상자들보다 패자를 비롯한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삐딱한 각도로 선수들의 얼굴과 손과 발 그리고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기록하면서 아울러 패자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슬픔을 극복하는 모습을 감동적으로 기록했다. 그리고 사람들의 환호하는 음향과 침묵을 절묘하게 사용, 경기의 흥분과 적막한 긴장감을 극적으로 살렸다. 매우 인간적인 작품으로 감독의 인본주의 정신이 가득한데 내용과 함께 형식미도 빼어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