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탈북 기독교인, 중국 교도소서 북송 앞 극적 석방

2020-03-3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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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경공부 주도혐의 1년 독방 수감

▶ “죽음에서 구출하신 하나님께 감사”

은지로 알려진 여성은 탈북 기독교인이다. 은지 씨는 중국에서 성경 공부를 주도했다는 혐의로 지난해 8월 북한과 중국 국경 인근에서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추운 교도소에서 북한으로 강제 송환만 기다리며 두려움에 떨고 있던 은지 씨에게 하나님의 빛이 서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북한으로 송환될 경우 기독교인들이 고문을 당하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는 ‘관리소’로 보내질 것이 확실했다.

그런데 강제 송환 일정이 하루 이틀 연기되더니 어느 날 믿기지 않는 소식이 들려왔다. 송환 일정이 연기된 사이 그녀의 중국인 남편의 석방 요청 노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국제종교탄압감시기구 ‘오픈 도어스 USA’(Open Doors USA) 측은 최근 은지씨의 이같은 석방 사실을 알렸다. 은지 씨는 “‘죽음의 계곡’에서 보호하고 안내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라며 “전 세계 기독교인들의 기도와 예수님의 사랑에 감사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수감번호 42번으로만 알려진 다른 탈북 여성도 오픈 도어스 US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교도소에서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만행되고 있는 참혹한 실상을 낱낱이 밝힌 바 있다. 중국에서 체포된 뒤 강제 북송된 이 여성은 가장 견디기 힘들다는 독방에 1년간 수감됐다. 교도관에 의해 머리를 삭발당하고 옷까지 벗겨지는 수모는 참을만했다.


매일 아침 교도관이 이름을 부를 때마다 음식을 집어넣는 조그만 문에 머리를 간신히 내밀어 대답해야 했다. 교도관과 눈을 마주치면 안 되기 때문에 고개는 들 수 없다. “왜 중국에 갔나? 거기서 누구를 만났나? 교회에 갔나? 성경 책을 가지고 있었나? 남한 사람을 만났나? 기독교인인가?”라는 질문이 매일 수도 없이 반복됐다. 그녀는 살아남기 위해 거짓말을 강요당했다.

“내가 기독교인이냐고요? 맞습니다. 저는 예수님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사실대로 말하지 못했습니다. 중국인 기독교인으로부터 도움을 받은 것을 인정하면 저를 죽일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교도소에서 매일 맞고 발로 차였습니다. 귀를 맞을 때 가장 아팠습니다. 지금도 귀에서 며칠간 소리가 울리곤 합니다”라고 북송 당시의 처참한 생활상을 전했다.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아무도 없는 차가운 독방에서 1년간을 보내야 했던 것이다. 수감번호 42번 여성은 1년간 아무도 볼 수 없었고 햇빛조차 한번도 쬐지 못했다고 한다. 재교육 수용소 4년 형을 선고받은 이 여성은 그곳에서도 비밀리에 교회를 조직했고 2년 뒤 기적적으로 석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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