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 3명 중 1명 잠복결핵, 몸속 결핵균 있지만 무증상
▶ 면역력 떨어지면 결핵 진행, 잠복결핵 조기 발견 치료를
우리나라의 결핵 발생률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1위로 ‘결핵 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핵 여부를 확인하려면 가슴 X선 검사 등이 필요하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결핵균은 1882년 독일의 세균학자 로베르트 코흐 박사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BC 7,000년쯤 석기시대 화석을 비롯해 고대 이집트와 페르시아 미라에서도 감염 흔적이 발견될 정도로 가장 오래되고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간 감염질환이다. 영양과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곳에서 주로 발병해 ‘후진국병’이라고 불린다.
‘2018년 결핵 환자 신고현황’에 따르면 결핵에 새로 걸린 환자는 2만6,433명(10만명당 51.5명)이었고, 사망자는 1,800명이었다.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각각 1, 2위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결핵 발생률이 높은 것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잠복결핵’ 탓으로 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우리 국민 3명 가운데 1명꼴로 잠복결핵 감염자로 추정한다. 3월 24일은 ‘제39회 세계 결핵의 날’이자 ‘제10회 결핵 예방의 날’이다.
◇잠복결핵, 면역력 떨어지면 발병결핵균은 지방 성분이 많은 세포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굵기 0.2~0.5㎛(마이크로미터), 길이 1~4㎛ 크기의 막대기 모양이다. 다른 균에 비해 증식 속도가 매우 느리기 때문에 증상이 서서히 나타난다.
결핵균은 사람에서 사람으로 공기(기침, 재채기 등)를 통해 주로 전파된다. 전염성이 있는 폐결핵, 기관지 혹은 후두결핵 환자가 말하거나 기침할 때 결핵균이 포함된 미세한 가래 방울이 공기 중으로 나올 수 있다. 이때 결핵균이 공중에 퍼지면 주위에 있는 사람이 호흡할 때 공기와 함께 폐 속에 들어가 증식하면서 감염된다.
결핵균이 일단 활동을 시작하면 면역세포와 결핵균의 염증 반응에 의해 폐에 점차 고름이 생기게 된다. 폐 안에 결핵균이 들어오면 폐 조직을 녹이면서 괴사(고름)한다. 이렇게 괴사가 되면 활발히 증식한 결핵균이 기침을 통해 대량으로 공기 중에 방출된다. 기침하는 결핵 환자 앞에 있다면 결핵 감염성이 높아진다.
결핵에 걸리면 기침, 체중감소, 가래, 무기력감, 객혈 등을 한다. 평소처럼 식사를 하는데도 체중이 줄고 감기 증상이 2~3주 이상 지속된다면 검사해야 한다.
결핵으로 확진되면 결핵약(아이나, 리팜핀)에 내성이 없는 환자가 2주 이상 결핵약을 복용할 경우 전염성은 대부분 상실된다. 심태선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결핵약을 6개월간 꾸준히 복용하면 90% 이상 완치되므로 적절한 약 처방, 규칙적인 복용, 충분한 용량, 일정 기간 투약 등 4가지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결핵약 복용은 말처럼 쉽지 않아 슈퍼 결핵 환자가 늘고 있다. 김주상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결핵약을 써도 50%밖에 치료되지 않는 슈퍼 결핵 환자, 즉 다제 내성 결핵 환자가 매년 꾸준히 생기고 있다”고 했다.
다만 결핵균을 가졌다고 모두 결핵 환자가 되지는 않는다. 감염자의 90%는 잠복결핵 상태다. 잠복결핵이란 결핵균이 몸 안에 있지만 면역체계에 의해 억제돼 증상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몸 밖으로 결핵균이 전파되지 않아 사람 사이에 전염성이 없고, 결핵 검사인 흉부 X선 검사와 객담(喀痰) 검사에서도 정상으로 나타난다.
문제는 평소에 문제 없던 잠복결핵이 면역력이 떨어지면 결핵으로 발현된다는 것이다. 잠복결핵 감염자 가운데 10% 정도가 활동성 결핵으로 된다. 이 가운데 50%는 1~2년 안에 발병하고, 나머지는 면역력이 떨어지면 나타난다. 때문에 정확한 검사를 통해 잠복결핵을 발견해 조기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해 질병관리본부 연구 결과, 잠복결핵 감염자를 관찰했을 때 치료하지 않은 사람이 치료를 끝낸 사람보다 결핵 발생 위험률이 7배나 높았다.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결핵 퇴치를 위한 잠복결핵 감염 진단과 치료를 통한 발병 예방을 강조하고 있다.
◇IGRA 검사로 정확도 높아져잠복결핵은 일반적인 결핵검사인 흉부 X선 검사와 객담 검사에서는 정상으로 나타나므로 별도로 검사해야 한다. 인체 내에 결핵균에 대한 면역세포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검사법은 ‘투베르쿨린 피부반응 검사(TST)’와 ‘인터페론감마 분비 검사(IGRA)’ 두 가지가 있다.
TST 검사법은 결핵균 항원(투베르쿨린)을 팔의 피부에 주사해 48~72시간에 피부가 부풀어오르는 두드러기 크기로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새 검사법인 IGRA는 혈액을 뽑아 면역세포(T림프구)를 결핵균의 특이 항원과 반응시켜 분비되는 인터페론의 양을 측정해 감염 여부를 알아낸다. IGRA는 한 번 채혈로 잠복결핵을 진단할 수 있다. 결핵 예방을 위해 유아기에 필수로 맞는 BCG 백신 영향을 별로 받지 않아 정확도가 높다.
미국ㆍ유럽에서는 잠복결핵을 효과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IGRA를 우선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IGRA의 건강보험 급여 기준을 확대하고 있다. 콩팥 투석 환자나 류마티스관절염 등을 치료하기 위해 스테로이드를 투여하는 환자는 결핵 발병 고위험군으로 희귀난치성질환 환자 산정특례에 해당하면 검사비의 10%만 부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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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