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각 ‘중증 진행 가능성’ 주장, 학회 “근거 부족” 복용 권고
널리 처방되는 고혈압약 복용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리면 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대한고혈압학회가 ‘임상적 근거 부족’ 등을 이유로 계속 복용할 것을 권고했다. 고혈압 약제를 변경하거나 중단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 의학계에서 고혈압약으로 널리 쓰이는 앤지오텐신전환효소(ACE)억제제나 앤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복용자가 코로나19에 더 위험할 수 있다는 논평(comment)을 국제학술지 ‘네이처 심장학 리뷰’에 발표했다.
증상 발생 3일째에 찍은 코로나19 1번 환자의 흉부X선 사진(왼쪽)에는 폐 침윤이 보이지 않는다. 반면 같은 날 찍은 고해상도 컴퓨터단층촬영(HRCT) 영상에서는 양쪽 폐 여러 곳에 안개가 낀 듯한 침윤이 관찰됐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ACE2에 결합해 사람 세포로 침투하기 때문에 ACE억제제나 ARB 복용으로 ACE 농도가 증가한 고혈압 환자의 경우 코로나19가 중증으로 진행되거나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는 내용이다. ACE2는 폐와 심장에 많다. 폐에서 분비되는 ACE는 앤지오텐신1을 앤지오텐신2로 분해해 혈관 수축·혈압 상승 작용을 일으킨다. 그래서 ACE는 고혈압을 일으키는 효소로 불린다. 대표적인 고혈압 치료제인 ACE억제제는 앤지오텐신2 생성을 줄여서, ARB는 앤지오텐신2의 작용을 방해해 혈압을 낮춘다.
이에 따라 의료계 일각에서는 두 약물 중 하나를 복용한 고혈압 환자가 코로나19에 걸리면 다른 계열의 고혈압약으로 바꾸거나 잠시 복용을 중단하는 게 안전한 것 아니냐는 의견들이 나왔다.
이와 관련한 혼란이 잇따르자 대한고혈압학회는 ‘고혈압과 코로나19에 관한 입장’을 발표했다.
학회는 “코로나19 감염이 특히 고혈압 환자의 사망률을 높이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ACE에 결합해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ACE 증가가 고혈압 환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효과가 증명되고 올바른 적응증에 사용된 ACE억제제와 ARB 복용으로 얻는 이득이 복용 중단·약제 변경으로 인한 위험도보다 크기 때문에 계속 복용할 것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