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법률 칼럼/ Force Majeure 조항

2020-03-27 (금) 정지원/ 상해사고 전문 변호사
크게 작게
막막하다.
대책이 있을 것 같은데 묘수가 없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세상이 하루아침에 뒤집혔다. 비록 무기가 동원된 전쟁은 아니지만 뉴욕시 일원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에서 한 발자국이라도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물론 보건 차원의 문제가 급선무이지만 경제가 걱정된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미치는 경제적 피해는 계산을 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필자는 교통사고 등 각종 사고상해 변호사이지만 요즘에 지인들로부터 상업 리스에 대한 문의를 많이 받는다. 구체적으로 “영업을 못할 경우, 법적으로 렌트비를 내지 않아도 되는가”라는 질문이다.


결론은 “힘들다”이고, 랜드로드와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물론 랜드로드와 세입자간의 법적 책임은 서로간의 계약서인 ‘리스’(Lease)를 통해 결정된다.

현재 상황과 관련, 세입자들이 살펴봐야 될 리스의 부분은 ‘Force Majeure’ 조항이다. 한국어로 ’불가항력‘이라고 불리는 이 조항은 천재지변(act of God), 전쟁, 테러, 정부의 행정명령, 파업 등 미리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계약을 해제, 또는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만약 리스에 Force Majeure 조항이 없다면 미 계약법의 원칙 중 하나인 ‘Frustration of Purpose’(이행불능)를 주장할 수 있다. 이 원칙은 당사자의 고의나 과실이 없이 발생한 후발적 상황(supervening circumstances)으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세입자의 입장에서 리스에 ‘Force Majeure’ 조항이 있거나 ’Frustration of Purpose’ 원칙을 적용한다 해도 월세를 내야 되는 법적 책임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사실 ‘Force Majeure’과 ‘Frustration of Purpose’는 비즈니스나 상업 관계에서 발생한 분쟁에 많이 적용되지만 월세 분쟁을 놓고 적용되는 일은 드물다.

현재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랜드로드와 대화를 통해 세입자로서의 고충을 알리고 렌트 삭감이나 지불 연기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만약 서로간의 소통 없이 무조건 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고집한다면 안 그래도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변호사 수임료만 더 들어가는 일만 생기기 때문이다.
물론 필요할 경우에는 반드시 그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엄청난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 소상인들을 위한 정부의 구제안이 어떻게 나올지도 앞으로 지켜봐야 될 사안이다.

<정지원/ 상해사고 전문 변호사>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