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래 최고 수준 급등 유학생·지상사 직원 등 비상
▶ 생활고에 씀씀이 줄이거나 일시 귀국 고민 한인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미 연방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가운데 17일, 원·달러 환율이 10년래 최고 수준으로 급등하면서 한국에서 송금을 받아 생활하는 한인들이 비상에 걸렸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7.5원 급등한 달러 당 1,243.5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1,240원대 진입은 2010년 6월11일(1,246.1원)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코로나19 충격에 위험자산 회피가 두드러지면서 신흥국 통화가 약세 흐름을 보인데다 주가가 폭락하면서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가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어,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뉴욕의 유학생과 기러기 가족, 지상사 직원 등 한국에서 송금을 받아 생활하는 한인들 역시 원·달러 환율 상승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16일, 뉴욕시와 뉴욕주, 뉴저지주, 커네티컷주가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모임을 금지하고, 식당 등 대중 영업시설의 영업을 제한하는 등 공동대응에 나서면서 일상생활의 제약이 시작된 가운데<본보 3월17일자 A1면, C1면 등>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일시 귀국을 고민하는 한인들까지 나오고 있다.
기러기 가족으로 퀸즈 베이사이드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이모씨는 “뉴욕시가 코로나19 비상사태를 선포한 가운데 원·달러 환율까지 급등, 한국으로의 피난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환율이 상승하면 송금액도 줄어 생활이 빡빡해 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지상사 가족으로 롱아일랜드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김모씨도 “코로나19 확산으로 학교 휴교령이 내려진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겸사겸사 자녀들과 함께 잠시 한국에 나가있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유학생으로 뉴저지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박모씨는 생활고를 우려하고 있다. 한국에서 보내오는 돈으로 유학생활을 이어왔는데 환율 상승으로 손에 쥐는 돈(달러)이 줄면서 여유가 없어진 것. 박씨는 “씀씀이를 줄이는 방법 밖에 없다”며 “가뜩이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외부 출입도 삼가고 있었는데 너무 우울하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매달 한국 본사에서 보내오는 월급을 받아 생활하는 지상사 직원들의 마음을 더 씁쓸하다.
이는 한국에서 똑같은 액수의 월급(원화)를 보내와도 환율 상승으로 더 적은 액수의 월급(달러화)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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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