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4위 다도(多島)국 한반도, 257개 섬을 특정도서로 지정…생태보전 가치 커… 1호는 독도
▶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의 보고, 매·수달·백운산원추리 등 살아…작은 외부 간섭에도 쉽게 훼손
‘도서(島嶼)’란 바다로 둘러싸인 가운데 만조 시 해수면 위에 자연히 형성된 육상지역을 말합니다. 보통 ‘섬’이라 부르지요.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제주도, 울릉도와 같이 사람이 살고 있는 유인도서와 달리,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무인도서는 몇 개나 될까요?
먼저 우리나라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일본에 이어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도서가 많은 나라입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총 3,348개의 도서를 갖고 있지요. 이 가운데 약 14%에 해당하는 470개는 사람이 살고 있는 유인도서인 반면 86%에 해당하는 2,878개는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도서 즉, 무인도서입니다.
우리나라 도서는 대부분 서해안과 남해안 그 중에서도 전남, 경남에 많이 분포하고 있습니다. 서해안과 남해안에는 하천 침식을 받은 지역이 해수면 상승이나 지반의 침강으로 침수되어 형성된 리아스식 해안이 분포하는데요, 다도해로 형성되어 있지요. 해안선의 출입이 매우 복잡하고, 독특한 자연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는 게 특징입니다.
특히 무인도서는 일반적으로 유인도서에 비해 인간의 간섭을 적게 받기 때문에 생태계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아직 우리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지 않지요. 이러한 도서 생태계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전국 무인도서 자연환경과 실태조사 등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한 도서생태계
무인도서 생태계는 지형과 지질, 경관이 우수하고 그 지역의 자연생태계를 대표하거나 독특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희귀식물이나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의 서식지와 번식지 또는 도래지로 이용되고 있는데요. 각종 해조류와 해안무척추동물도 그곳을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반면 이러한 도서 생태계는 소규모 폐쇄형이기 때문에 작은 외부 간섭에도 교란 또는 훼손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특히 한번 훼손된 경우 원래의 상태로 회복하거나 복원이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예컨대 육상으로부터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도서의 경우 관광과 낚시, 스킨스쿠버 등의 여가활동 증가에 따라 훼손되고 있습니다. 낚시꾼이 해안가를 무분별하게 활용하거나 방문객이 난초 등 희귀 식물을 무단 채취하는 경우, 사람들의 쓰레기 투기 등이 문제입니다. 일부 도서에서는 염소와 토끼 등을 가축으로 방목하면서 이들을 통한 식물 훼손과 토양 유실마저 발생하고 있지요.
도서 가운데서도 특히 생태적으로 보전가치가 높은 도서는 ‘특정도서’로 지정됩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특정도서는 ‘사람이 거주하지 아니하거나, 극히 제한된 지역에서만 거주하는 섬으로서, 자연경관 및 자연생태계가 우수한 섬으로 환경부 장관이 지정하여 고시하는 도서’라고 정의됩니다. 2월 현재 특정도서 1호인 독도를 비롯하여 인천 등 257개 도서가 특정도서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습니다. 특정도서 지역은 감시가 어렵고 방목, 어업활동 등 각종 개발사업으로 훼손될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보전ㆍ관리방안이 마련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정밀조사는 물론 특정도서 명예감시원 제도 도입 등 여러 가지 관리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특정도서에는 어떤 생물들이 살까요?
특정도서로 지정된 도서는 해식애, 해식동, 시아치, 주상절리 등 우수한 지형ㆍ경관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특정도서에는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백운산원추리, 좀땅비싸리, 고려엉겅퀴, 새끼노루귀, 섬기린초, 진노랑상사화 등 약 20여종의 한반도고유종이 생육하고 있지요. 또 식물구계학적 특정식물(환경평가를 위한 식물군으로 어느 특정한 지역공간의 자연 우수성의 정도와 종보존 및 우선순위를 파악하는데 활용)도 많습니다. 육지에 인접한 도서에서는 침엽수인 곰솔군락과 소나무군락이 많이 보입니다. 또 구실잣밤나무, 동백나무, 후박나무 등 계절에 관계없이 1년 이상 고사하지 않은 넓은 잎을 가지고 있는 상록활엽수림도 넓게 분포하고 있습니다.
특정도서에 서식하고 있는 멸종위기야생생물 Ⅰ급 생물은 조류인 노랑부리백로, 매, 저어새와 포유류 수달, 그리고 식물로 풍란 등 5종입니다. 멸종위기야생생물 Ⅱ급은 약 30여종으로 검은머리물떼새, 물수리, 섬개개비 등 조류가 가장 많이 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양서파충류는 구렁이, 해안무척추동물로는 흰발농게, 장수삿잣조개 등이 있지요. 또한 괭이갈매기, 백로류, 저어새 등의 번식지가 되기도 합니다.
필자가 도서조사에 참여하는 동안 조사자가 아니라 도서생태계를 방문하는 한 사람으로서 꼭 만나고 싶었던 종이 있었습니다. 바로 멸종위기야생생물 Ⅰ급 수달입니다. 도서 주변 암석해안과 모래해안을 따라 수달의 분변과 족적은 확인할 수 있었지만 항상 실체는 볼 수 없어 궁금증으로 남아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2017년 한 무인도서를 조사하던 중 한 연구원이 “수달이다”라고 외치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순간 수달이 서식할만한 평평한 암석해안과 바닷가를 찾게 됐습니다. 눈앞에 나타난 건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유영하고 있는 수달 2마리의 모습이었지요. 수달의 모습에 빠져들어 나중에서야 한참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항상 도서에 첫 발을 들일 때면 자유로이 노니는 수달이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눈앞에 펼쳐진 장관, 밀려드는 두려움
주인(?)이 있는 도서를 방문할 때면 항상 조심스럽습니다. 바로 괭이갈매기가 집단으로 번식하고 있는 도서입니다. 4~7월이 되면 괭이갈매기는 번식을 시작합니다. 최대 수만 마리가 번식을 하기 위해 모여 있지요. 마치 암석과 짙은 녹색의 식물로 덮여있던 도서가 하얀 점들로 빼곡히 채운 것으로 보일 정도입니다. 선박으로 주변을 돌면 괭이갈매기가 선박을 따라 하늘을 메우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도서에 도착하면 앉아 있던 괭이갈매기가 한꺼번에 날아오르는 광경은 정말이지 장관입니다. 이처럼 멋있는 장면 속에 있다니 생각만 해도 즐겁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그 생각도 잠시, 하늘 위를 날던 괭이갈매기들은 소리를 내며 공격적으로 변하기 시작해 위협적인 비행을 시작합니다. 머리를 스쳐 가더니 시간이 지나자 거의 부딪힐 정도의 상황이 발생합니다. 괭이갈매기가 알과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더 공격적으로 변한 것이죠. 이런 위협비행을 경험하고 난 이후에는 주인이 있는 도서를 방문할 때는 최소한으로 움직이면서 이들의 번식을 지켜보고자 노력합니다.
깎아 내리는 듯한 절벽, 압도되는 경관을 지닌 도서를 조사하다 보면 멋진 모습에 감탄을 하는 것도 잠시, 우리는 앞으로의 힘든 여정을 걱정하게 됩니다. 날카로운 바위, 가파른 절벽을 다녀야 하기 때문입니다. 풍란 꽃이 피는 시기인 7월, 절벽 속 5~5개의 꽃이 하얗게 핀 풍란을 볼 수 있었습니다. 풍란의 자생지 주변에는 돈나무, 다정큼나무 등 상록수가 풍부했지요. 바람이 잘 통하고 수분을 얻기 쉬운 해안가 절벽에 생육하고 있어 상태가 매우 우수했습니다. 풍란은 노끈 모양의 굵은 뿌리가 바위나 오래된 나무 표면에 붙어서 자라는데요 아름다운 꽃과 향기로 인해 관상가치가 높아 남획의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로 인해 풍란은 자생지에서 거의 절멸한 수준에 이르렀지요. 과연 이 절벽 끝에 존재하지 않았다면, 풍란을 볼 수 있었을까요.
도서조사의 어려움? 해충, 절벽, 더위와의 싸움
도서는 화산활동에 의해 형성된 지역이 많은데요, 파도에 의한 침식활동으로 암석의 표면 자체가 매우 날카롭습니다. 그리고 도서의 산지와 사면은 표층이 부스러지거나 흘러내리기 쉬운 토양과 풍화대여서 매우 불안정합니다. 무인도서는 이처럼 화산활동, 파도의 침식에 의한 급경사 암석의 노출, 불안정한 지표를 갖춰 인간의 접근하기 조차 힘들게 하지요.
하지만 이만큼이나 여름철 조사에서 힘든 건 다름아닌 모기입니다. 무척이나 습하고 따사로운 햇살, 피할 곳조차 없는 도서에서 처음 반기는 존재지요. 우리가 오길 기다린 것처럼 모기는 인간의 몸으로 달려듭니다. 모기의 훼방을 피해 다니다 보면 우거진 수풀 속을 헤매게 되는데요, 결국 청가시덩굴, 실거리나무 줄기에 나 있는 가시로 인해 팔과 다리에는 상처가 생기고 옷도 상합니다. 조사를 마치고 숙소에 들어오면 가려움과 상처가 그곳의 기억을 다시금 떠올리게 합니다.
멸종위기야생생물, 해조류 등 육상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희귀 야생동식물의 서식지나 번식지 또는 중간 기착지로서 특정도서를 보전하기 위해 우리는 노력해야 합니다. 특정도서는 육지로부터 근원거리에 산재하고 있어 육상 보호지역과 같은 일상적 감시, 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정기순찰 강화, 인근 주민이 참여하는 명예감시원 운영의 활성화 그리고 지역대학ㆍ민간연구소 등과 연계한 협력강화가 필요합니다.
일반인들의 접근이 어려운 점은 도서생태계의 생태적 가치를 보전하고 강화시킬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사회적 인식과 관심을 끌기 어려운 점도 있지요. 특정도서의 특별하고 아름다운 생태계와 지형, 지질, 경관을 지키면서 이들의 중요성도 알려나가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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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철 국립생태원 생태조사연구실 특정보호지역조사팀 전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