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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못할 고민 - 만성 변비의 원인과 치료법

2020-02-25 (화) 김영진 가정의학과 전문의·차민영 내과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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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노소 누구나 한번쯤 변비로 고생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오랜 기간 대변을 보지 못하거나 대변을 보는데 한참동안 힘을 줘도 잘 나오지 않고 딱딱한 대변, 그리고 용변 후에도 개운하지 않은 잔변감 등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평소 변비로 고생을 하는 환자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10년 전 필자가 병원에 근무할 때였다.

40대의 환자가 두손으로 배를 감싸고 고통스런 표정으로 응급실 침대에 누워 있었다. 지난 열흘간 대변을 보지 못해서 여러 종류의 변비약을 시도해보고 관장약까지 해봤는데 모두 실패했다고 했다. 아랫배가 조금씩 아프다가 점점 더 불편해지고 더부룩한 느낌과 통증이 심해져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응급실로 오게 되었다고 했다. 진찰을 하며 배를 만져보니 딱딱하게 변이 꽉 차 있는 것이 바로 느껴졌다. 항문수지검사를 해보니 딱딱한 변이 나오지 않고 꽉 막혀 있었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관장약도 소용이 없어 결국 장갑을 낀 손가락 하나로 항문 안에서 살살 돌려 대변 조각들을 부수자 큰 덩어리들과 묽은변이 쏟아져 나오며 환자분의 배가 푹 꺼지고 모든 증상이 편안해졌고 올바른 대변습관을 위한 안내들 듣고서 환한 표정으로 나가시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나이가 들수록 대장 활동이 둔해지고 불규칙해지면서 변비 발생도 잦아진다. 65세 이상의 24-50%는 만성 변비를 앓고 있다. 변비의 원인들 중에는 만성 질병, 노화에 따른 신체 비활성화, 복용하는 약의 부작용, 우울증, 스트레스, 그리고 가장 큰 원인으로 건강하지 않은 식습관을 들 수 있다.

변비를 고치기 위해 가장 먼저 신경써야 할 부분이 바로 식이요법인데 하루에 식이섬유를 보통 20-25g 이상 섭취해야 한다. 식이섬유는 대장의 운동을 촉진시켜 변이 내장을 통과하는 시간을 짧게 하고 배변량을 증가시키는 작용을 한다. 비만인 사람도 섬유질을 충분히 섭취하면 영양분의 소화와 흡수를 억제하면서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과식을 하지 않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식이섬유질은 채소, 과일, 해조류에 풍부하게 들어있다. 주로 콩, 견과류, 현미쌀, 당근, 강낭콩, 사과에 많은 섬유소가 함유되어 있는데 물과 함께 섭취하면 더욱 효과가 좋다. 변비가 있는 경우 하루 8잔 정도의 물과 식이섬유소를 충분히 섭취하도록 한다. 한편 변비에 피해야 할 식품으로는 덜 익은 바나나, 치즈와 요거트 같은 유제품, 육류와 튀김 음식 등이 있다.

평소 대변을 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매일 규칙적으로 같은 시간에 대변을 보는 습관을 유지하면 우리 장을 훈련시킬 수 있다. 주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또는 아침 식사 후, 기상 후 두 시간 안에 대변을 보는 경우가 많다.

식습관 변화로 별반 효과가 없는 경우라면 완화제 변비약을 써 보는 것이 좋다. 대부분 자연성분이라 식이섬유처럼 물을 흡수해서 대변 부피를 키우는 작용을 하는데 부작용도 거의 없는 편이다. 부작용이 있다면, 처음 복용할 때 가스가 차고 더부룩한 느낌이 날 수가 있다. 이런 경우 섭취용량을 줄인 후 조금씩 늘리면 부작용을 덜 느끼게 할 수 있다. 완화제 중에 인기있는 제품들은 Metamucil과 Benefiber이다. 매일 꾸준히 섭취한다면 자주 부드러운 변을 볼 수 있다.

그 밖에 다양한 변비약 제품들이 있지만, 앞서 언급한 제품들보다 부작용도 많고 특히 관장을 하게 되면 항문에 지나친 자극이나 트라우마를 줄 수 있고 전해질 수치에 변화를 일으켜 심장에 부담을 주고 부정맥을 일으킬 수도 있다. 따라서 새로운 변비약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주치의를 만나 상의를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만성 변비에는 기본적인 피검사도 필요하지만 오랫동안 변비를 겪거나 가끔씩 혈변을 보는 경우가 있다면 대장내시경 검사를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항문 수지검사는 항문 종양이나 치질, 또는 괄약근 조절 이상 증상으로 인해 대변이 잘 안 나오는지 여부를 살펴보기 위해 실시한다. 만약 복용하는 약으로 인해 변비가 생기는 부작용이 있다면 주치의와 함께 상의를 해서 다른 약으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

마지막으로 특별한 질병으로 인해 변비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당뇨환자들은 소화기관의 운동성이 떨어져 평소 소화가 잘 되지않고 대변을 볼 때도 더 힘이 들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장염이나 변비를 동반하는 과민성 대장증후군 환자들은 주치의에게 반드시 해당 증상에 대한 진료를 받고 제대로 치료를 받아야 만성변비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어떤 경우라도 주치의와 충분히 상의를 한 후에 본인에게 알맞는 약을 골라서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습관성 변비를 방치하면 나중에 만성 변비로 굳어져 고생하기 십상이므로 평소 건강한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으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변비가 자주 생길 때에는 주치의와 상의하기를 권한다.

문의 (213)480-7770

<김영진 가정의학과 전문의·차민영 내과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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