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차에 “문주한 공인회계사”라는 광고를 대문짝만하게 붙이고 다니고, 출퇴근 운전 중에도 손님들 전화를 모두 받는다. 그러니 운전도 근무시간의 일부고, 내 차는 움직이는 도로위의 광고판인 셈이다. 이쯤 되면 내가 자동차 비용을 전부 공제 받는다고 해도 당연히 떳떳해야한다.

그러나 IRS 생각은 다르다. 미안하지만, 세법은 분명하게 쓰여 있다. 출퇴근 마일은 안 된다고. 예를 들어서 내가 뉴욕 사무실로 출근했다가(20마일), 낮에 뉴저지 사무실로 이동해서(10마일) 손님을 만난 뒤 퇴근했다고 치자(10마일). 그날 총 40마일을 운전했다. 이 중에서, 아침에 출근한 20마일과 저녁에 퇴근한 10마일을 제외한, 내가 낮에 뉴욕 사무실에서 뉴저지 사무실로 이동한 그나마 10마일만 비즈니스 목적으로 쳐준다. 참 야박하다.
세법에서 인정해주는 자동차 비용 공제방법은 두 가지 뿐. 1마일에 58센트씩(2019년) 또는 57.5센트씩(2020년) 간단하게 공제해주는 방법(standard mileage rate method)이 있고, 실제로 쓴 돈을 공제해주는 방법(actual expense method)이 있다. 나는 앞을 마일리지법, 뒤를 실비 정산법이라고 부른다(IRS Pub 463).

예를 하나 들어보자. 흥부가 2019년도에 총 1만 마일을 운전했는데, 사업목적이 8천 마일이고(business mileages), 교회나 쇼핑, 그리고 출퇴근이 총 2천 마일이라고 하자. 그러면 사업과 관련된 비율(business percentage)이 80%다. 그리고 사업목적의 주차비와 톨비가 1,000달러. 리스료, 연료비와 보험료, 수리비 등 다른 지출액을 10,000 달러라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마일리지법으로는 기본 4,640달러(=8,000마일 x 58센트)에 주차비와 톨비를 합친, 총 5,640달러를 청구할 수 있다. 그리고 실비 정산법으로는 총 지출액 11,000달러에 80%를 곱한, 8,800달러를 청구할 수 있다. 여기서는 실비 정산법이 유리했다. 감가상각비 공제도 가능하다. 다만 그렇게 하려면, 일일이 영수증 관리를 해야 하는 것이 좀 번거롭다.

어느 방법이든지 가장 중요한 것은 운행 기록부(mileage log)다. 몇 마일을 왜 운전했는지 그 기록을 6하 원칙에 따라, 그때그때 남길 것을 세법은 요구하고 있다. 나도 바쁠 때는 자동차 계기판(odometer) 사진만 찍어서 직원들에게 정리를 부탁하는데, 그나마 요새는 그런 일을 대신해주는 everlance, hurdlr 같은 무료 앱들이 있어서 한결 편해졌다. 그나저나 세법을 왜 이렇게 복잡하게들 만드는지 모르겠다. 이것 말고도 세상은 골치 아픈 일투성인데 말이다. 그러나 어쩌겠나. 세법 바꿀 힘이 내게 없다면, 그 세법을 따를 수밖에.

<문주한/ 공인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