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도와주셔서 고맙지만 이제 저희가 선택할게요

2020-01-30 (목)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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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비전, 어린이가 후원가정을 고르는 방식

▶ 영국서 우선 실시…연결기간 크게 단축될듯

도와주셔서 고맙지만 이제 저희가 선택할게요

남수단의 피난민 어린이들이 지난 2017년 월드비전 임시 텐트에서 보호받고 있는 모습. [AP]

기독교 국제 구호단체 ‘월드비전’(World Vision) 영국 지부가 그동안 실시해 온 전통적인 후원자 연결방식을 변경할 예정이라고 기독교 매체 크리스천 투데이가 보도했다.

크리스천 투데이에 따르면 월드비전 영국 지부는 이번 달부터 후원자 가정이 도움이 필요한 아동을 선택하는 방식을 중단하고 아동이 후원자 가정을 고를 수 있도록 하는 ‘초즌’(Chosen) 프로그램을 영국 전역의 교회를 대상으로 우선 실시할 계획이다.

‘초즌 프로그램’이 실시되면 도움이 필요한 빈곤층 아동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후원자 가정의 사진을 보고 자신이 원하는 가정을 선택해 연결되게 된다.

월드비전은 영국 지부는 새 프로그램이 실시되면 빈곤층 아동과 후원자 가정과의 연결에 수년씩 걸리던 지연 현상을 대폭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초즌 프로그램은 우선 영국 내 교회를 대상으로 실시되며 개인 후원자는 오는 4월부터 참여할 수 있다.


팀 필킹턴 월드비전 영국 지부 대표는 “초즌 프로그램은 후원 아동의 존엄성과 가치를 고려한 간단하지만 강력한 전환으로 기존 방식과 정반대 절차”라며 “아동들에게 자신의 삶과 커뮤니티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고 후원 가정의 삶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월드비전의 믿음에도 부합한다”라고 크리스천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월드비전 측에 따르면 일부 아동은 후원 가정과 연결되기 위해 몇 년씩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월드비전 관계자는 “새 프로그램이 후원 아동에게 선택권을 부여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선택이 중요하고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줄 것”이라며 “이 같은 경험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께 선택받은 자녀라는 것을 인정하고 하나님의 창조 목적에 맞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초즌 프로그램 참여를 신청한 교회나 개인은 월드비전 구호 대상 지역에 우선 사진을 보내게 된다. 해당 지역의 후원 아동에 의해 선택된 후원 교회나 개인은 아동이 후원 가정의 사진을 들고 있는 사진과 함께 아동이 선택한 이유를 적은 편지를 전달받은 뒤 후원 절차를 시작하게 된다. 초즌 프로그램은 지난해 12월 영국 에든버러 지역의 세인트 폴 교회와 세인트 조지 교회에 의해 시험 운영됐다.

두 교회는 후원 의사와 함께 교회 사진을 아프리카 우간다의 파줄 지역으로 보냈다. 당시 후원 절차를 담당한 데이브 리처즈 목사는 “후원자 가정을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새로 변경된 후원 방식을 설명할 때 아이들의 얼굴이 환하게 빛나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라며 “하나님께서 도움이 필요한 지역뿐만 아니라 후원자 가정과 교회도 변화시킬 것으로 믿는다”라고 크리스천 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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