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삶의 이치 되새기는 산행길

2020-01-17 (금)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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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가이드 Lost Horse Mountain(5,313’)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삶의 이치 되새기는 산행길

Lost Horse Mountain의 정상에서 보는 Malapai Hill.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삶의 이치 되새기는 산행길

Lost Horse Mine의 옛 터에서 본 Lost Horse Mountain(왼쪽).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삶의 이치 되새기는 산행길

Lost Horse Mine의 옛 자취.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삶의 이치 되새기는 산행길

Lost Horse Mine의 옛 자취.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삶의 이치 되새기는 산행길

Lost Horse Mine의 옛 자취.



‘새옹지마(塞翁之馬)’ 또는 ‘새옹실마(塞翁失馬)’라는 고사성어를 떠 올리게 되는 산이다. 익히 다 아시는 말이지만 복습삼아 다시 정리해 본다. “회남자(淮南子)”란 책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옛 중국의 북방 국경 인근에 한 노인이 살고 있었는데, 하루는 그가 기르는 말이 돌연히 국경 너머 이민족(異民族)의 땅으로 도망을 갔다. 마을사람들이 이를 위로하자 이 노인은 “이것이 반대로 복이 될는지 어찌 알겠소?” 하고 별로 낙심하지 않는다. 얼마 후 뜻밖에 도망갔던 말이 이민족이 길렀을 좋은 말 한 필을 대동하여 돌아온다. 아마도 이 노인의 말이 대단히 매력적인 암말이었던 모양이다. 이번엔 온 마을사람들이 이 경사를 축하한다. 그러자 노인은 “이 일이 무슨 화가 될는지 어찌 알겠소?” 하고 별로 기뻐하지 않는다.


그런데 자기 집에 좋은 말이 생기자 평소 말타기를 즐기던 이 노인의 아들이 어느 날 그 말을 타고 달리다가 낙마하여 다리가 부러진다. 마을 사람들이 아들이 절름발이가 된 것을 위로하자 늙은이는 “그것이 혹시 복이 될는지 또 어찌 알겠소?” 하고 담담한 표정이었다. 그런지 1년쯤이 지난 후 사나운 오랑캐들이 국경을 넘어 이 나라로 대거 침략을 해 오게 된다. 이에 따라 이 마을의 건장한 장정들은 모두 징집되어 싸움터에 나가게 되는데, 결국은 대부분 다 전사한다. 물론 노인의 아들은 다리가 불구라 징집에서 제외되었기에 무사할 수 있었다.

이를 일러 ‘변방 노인의 말’ 또는 ‘변방 노인이 말을 잃다’라고 하는데, 인생에 있어서 길흉화복(吉凶禍福)은 항상 바뀌어 미리 헤아릴 수가 없으니, 우리네 길지 않은 인생길을 가면서 하루하루의 크고 작은 뭇 일상사에 너무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라는 뜻이겠다.

1893년경에 지금은 Joshua Tree National Park이 된 Pleasant Valley 지역에서 목축을 하던 Johnny Lang이라는 사나이는 어쩌다가 밤 사이에 말을 잃게 된다. 잃은 말을 찾아 나섰던 일이 계기가 되어, 악명높은 말도둑 Jim McHaney gang을 만나는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금이 묻혀있다고 알려진 땅의 채광권을 $1,000에 사서, 이를 ‘Lost Horse Mine’으로 명명하고 광산업을 시작한다.

우여곡절 끝에 이 금광에서는 1931년까지 총 10,000온스의 금이 생산된다. 전성기에는 55명의 광부가 일을 하며 하루에 $3,000어치의 금을 생산해 낸다. Johnny Lang은 계속 이곳에서 살면서 부를 쌓게 되지만 여러가지 일로 사람들과 갈등을 빚는데, 결국 1925년 겨울에 Keys View Road에서 주검으로 발견된다. 험난했던 서부개척기에 영욕(榮辱)을 두루 겪는 거친 삶을 살았던 인물이겠다.

1936년에 이곳이 National Monument으로 지정됨으로써 이 금광은 완전히 폐쇄되었다. 지금은 금광의 채광설비의 보존상태가 양호하여, 사적지(史跡地)로 지정되어 보호되면서, 일반에게 과거의 유산으로 공개되고 있다.

이 산을 가면 덤으로, 예의 그 ‘Lost Horse Mine’의 자취를 덤으로 보게 되는데, 옛 Mine까지는 편도 2마일이고 ‘Lost Horse Mountain’정상까지는 편도 2.5마일이다. 순등반고도가 900’이고 마지막 0.25마일의 Cross Country구간을 제외하고는 등산길이 아주 양호하여, 왕복 3시간이면 족한 아주 쉬운 산행이다. Loop형 산행을 할 수도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왕복 6.2마일이 된다.

이곳을 가기 위해서는 차량으로 Joshua Tree National Park의 중심부까지를 관통하게 되므로, 경이롭기 짝이 없을 이 공원의 기암기봉(奇巖奇峯)과 Joshua Tree 등의 독특한 풍광을 만끽하게 된다.


가는 길

I-10 East를 타고 가다가 Banning을 지나서 나오는 SR 62(Twentynine Palms Highway) North(Exit #117)로 갈아탄다. 여기까지 LA 한인타운에서 약 104마일이 된다. ‘Town of Joshua Tree’에 있는 Park Blvd에 이르면 ‘Joshua Tree National Park’이라는 간판이 길 오른쪽으로 나온다. 여기에서 우회전하여 Park Blvd로 들어간다. 이 길을 따라 약 5마일을 들어가면 공원의 출입을 관리하며 입장료를 받는 West Entrance Station이 있다. 입장료는 차량당 15달러인데 공원안내지도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국립공원 입장패스가 있으면 물론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다시 11마일을 계속 더 가면, 이 국립공원의 순환도로인 Park Blvd는 왼쪽으로 굽어지며 직진방향으로는 Keys View Road가 시작된다. 이곳을 Cap Rock Junction이라고 부른다. 직진한다. 2.5마일을 가면 비포장도로인 Lost Horse Mine Road가 왼쪽으로 갈라져 나간다. 이 길을 따라 1마일을 들어가면 길이 끝나며 주차장(4,580’)이 된다. LA 한인타운에서 약 150마일이 되는 지점이다.

등산코스

주차장의 동쪽으로 게이트가 있고 이 지역의 일화(逸話)를 간단히 소개하는 안내판이 있다. 예전에 Wagon Road로 이용되었던 넓은 길을 따라 등산을 시작한다.

길 왼쪽으로 고도 5,196’의 봉우리를 보게 되는데, 용암이 분출하여 생성된 바위들이 흩어져 있는 곳이다. 이 봉우리의 정상에 올라가면, JMT를 종단하면서 보게되는 Sierra Nevada의 Devil’s Postpile과 같은, 마그마가 냉각되면서 갈라진 5~6각형의 현무암 석주(石柱)들을 볼 수 있다.

등산로를 따라 0.5마일쯤을 걸으면, 진행방향이 남동쪽으로 굽는다. 지나면서 보게 되는 사막식물들로는 Joshua Tree, Juniper가 많다. 또 코끼리의 다리를 연상시키는 거칠고 뭉툭한 줄기위에 부드러우면서도 가느다란 창날같은 잎이 고슴도치처럼 나있는 식물은 Nolina로 통칭되는 다즙식물(多汁植物)이다.

1.5마일쯤을 걸으면 길이 왼쪽으로 크게 꺾이는데 이 지점을 지나면 등산로의 왼쪽으로 Lost Horse Mine의 Stamp Mill을 비롯한 여러가지 설비나 시설들이 가까이로 보인다. 약간 경사가 급하지만, 주등산로를 잠시 벗어나, 발자취를 따라 다가가서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 안전을 위하여 Stamp Mill은 철망울타리를 쳐 놓았으니, 그 안에 들어가서는 절대 안된다.

어떤 책이나 지도에는 폐광설비의 뒷쪽에 있는 고도 5,188’ 봉우리를 Lost Horse Peak으로 표시한 경우가 있으나, 이는 우리가 원하는 Lost Horse Mountain이 아니다.

이 부근의 산에는 특히 자생하는 식물들이 거의 없이 벌거벗은 생태계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당시의 광산조업을 위해서는 증기를 발생시켜 동력을 얻어야 했기에, 연료로 쓸 수 있는 식물들은 모조리 베어내어 소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Joshua Tree National Park의 어머니라 할 수 있을 Minerva Hoyt 여사가 이 지역의 자연환경보호를 위해 열정적인 노력을 기울였던 배경의 하나가 되겠다.

다시 주등산로로 되돌아와서 가던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면 곧 그 너머의 Pleasant Valley를 필두로 대단히 광활한 전망이 눈에 들어오는 안부(鞍部)에 오르게 된다. 이곳에서는 등산로를 벗어나 오른쪽 산줄기의 능선을 향해 Cross Country로 올라간다. 장애물이 없고 경사도 그리 급하지 않아 그다지 어렵지 않다.

능선에 올라서면 그만그만한 작은 봉우리 3개가 있다. 맨 뒤의 봉우리가 정상이다. 불그스럼한 바위들이 무더기로 모여있다. 정상등록부도 있다. 사방의 전망이 아름다운데 특히 동쪽은 너무나도 깨끗하고 광활하다. 동쪽으로 약 3마일의 거리에 있는, 윗입술이나 활같은 곡선의 능선을 가진, 그다지 크지 않은 검은 산이 Malapai Hill(4,280’)이다. 비교적 가까운 과거에 마그마가 지각(地殼)을 뚫고 올라온 독특한 지질층이라고 한다.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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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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