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흥 소비집단 떠오른 5060…트렌드 변화 민감해진 중·장년층, 유통업계 충성 고객 후보 1순위로
▶ 세정 ‘웰메이드’ 시니어 고객 겨냥, 화보 촬영으로 제2전성기 찾아줘…MLB ‘배우 문숙’ 모델 발탁도 눈길
마이 헤이데이 캠페인. [사진제공=세정]
올 한해 ‘밀레니얼 세대(1980~1995년 출생자)’와 ‘Z세대(1995년 이후 출생자)’가 유통업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오는 2020년에는 5060 세대가 소비지형도를 주름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비붐 세대에 해당하는 이들은 인구 구조상 가장 큰 축을 형성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두둑한 지갑으로 소위 ‘MZ세대’보다 소비 파워가 세다.
다가오는 한 해의 트렌드를 예측하는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저서 ‘트렌드코리아 2020’에서 차세대 ‘큰 손’인 5060세대를 가리켜 ‘오팔(OPAL) 세대’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오팔 세대는 베이비붐 세대를 대표하는 ‘58년 개띠’의 ‘58’을 의미하는 동시에 자신을 위해 아낌없이 소비하고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세대라는 뜻의 ‘Old People with Active Life’의 앞글자를 딴 것이다. 이들은 모바일 쇼핑 등에도 점점 익숙해지면서 트렌드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무엇보다 젊은 세대보다 자산 규모가 커 잠재적인 소비력도 높은 편이다. 충성 고객 확보가 절실한 유통업계가 오팔 세대를 향해 두 팔을 벌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셈이다.
◇왕년의 그때 그 시절로 ‘리플레이’=오팔 세대를 향해 가장 열정적으로 러브콜을 보내는 곳은 이들을 핵심 고객층으로 둔 장수 브랜드다. 특히 패션그룹 세정이 운영하는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웰메이드(WELLMADE)’는 남성복 브랜드 ‘인디안’의 론칭 45주년을 맞아 오팔 세대의 취향에 맞게 상품 구성에서부터 광고 활동까지 모두 바꿨다. 최신 유행에 민감하면서 젊은 시절의 향수에도 푹 빠져버리는 이들을 겨냥해 ‘제2의 전성기’를 찾아주는 변신 프로그램 ‘마이 헤이데이(MY HEYDAY)’를 기획한 것. 헤이데이는 전성기를 뜻하는 영단어로 인디안의 주요 고객인 중·장년층에게 스타일 화보 촬영 기회를 제공해 젊은 시절의 전성기로 되돌아가는 깜짝 이벤트를 진행했다. 세정 관계자는 “바쁜 일상 속 잊고 있었던 시니어들의 젊은 시절 전성기를 다시 떠올리고 제2의 전성기를 찾아주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면서 “단순하게 스타일 변화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시니어의 인생 스토리를 조명하고 이들의 인생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상품 구성도 오팔세대의 수요를 반영했다. 촌스러운 ‘아재’ 스타일에서 벗어나 젊고 세련된 분위기의 신규 ‘블랙라벨 라인’을 선보이며 중·장년 세대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설명이다. 세정 관계자는 “개성 있는 색상와 패턴을 사용하고 슬림한 실루엣으로 디자인해 트렌디한 감성을 선호하는 오팔 세대를 공략할 수 있는 방향으로 브랜드를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랜드 얼굴도 오팔세대로=최근 패션업계는 인지도 있는 시니어 모델을 브랜드 얼굴로 영입하고 나섰다. 시니어 모델만이 풍기는 신뢰도를 통해 확고한 브랜드 로열티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젊은 패션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MLB’는 ‘모노그램 컬렉션’을 출시하면서 1970년대 대표 여배우인 문숙을 모델로 기용했다. 최근에는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가 국내 대표 시니어 여배우인 김혜자가 등장하는 TV CF를 공개하기도 했다. 김혜자 배우의 버킷리스트였던 아이슬란드 오로라 여행을 생생히 전달하며 자연을 즐기는 데는 나이나 성별이 무관하다는 의미를 전달했다.
세정의 온라인 전용 브랜드 ‘웰메이드컴’은 시니어 모델 붐을 이끌었던 모델 김칠두를 통해 오팔 세대와 소통하고 있다. 김칠두의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 콘텐츠 ‘칠두잇’을 공개하며 젊은 세대 못지않게 유튜브 시청을 즐기는 오팔 세대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지금까지 공개된 5가지 영상의 누적 조회 수는 24만 회에 달한다. 이외에도 인디안은 액티브 시니어 만화가와의 화보 촬영, 4060세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재테크 전문 유튜버와의 제휴 등을 통해 오팔 세대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중장년층 전용 상품도 한 곳에= 온·오프라인 유통업계도 오팔 세대를 겨냥한 다양한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5060 세대를 타깃으로 플랜테리어 마케팅을 전개해 시니어 고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정서 안정과 갱년기 우울증 개선 효과가 탁월한 반려식물로 백화점 1층을 꾸며 구매력을 갖춘 오팔 세대를 유입시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반려식물 호텔이 입점한 후 백화점 1층의 시니어 고객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은 지난해부터 노년층 맞춤 테마관 ‘실버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게르마늄 팔찌, 어깨 안마기 등 건강용품부터 시중에서 쉽게 찾기 어려운 재활기구까지 한 번에 만나볼 수 있다. 위메프는 50대 이상 고객들의 구매율이 높다는 점에 착안해 전화 안내를 희망하는 고객들에게 메신저나 문자로 20 여개 특가 상품 카탈로그를 매주 정기적으로 발송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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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세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