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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폐암환자 늘었지만 생존율 높아졌다

2020-01-14 (화)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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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아산병원 폐 절제술 7,485명 분석, 70세 이상 비중 14년새 1.9배 증가…흡연율 낮은 여성환자도 1.7배 늘어

▶ 조기진단 증가·최소절제술 힘입어…전체환자 5년생존율 72%까지 올라

70대 폐암환자 늘었지만 생존율 높아졌다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이 폐암 환자를 개흉수술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받은 폐암환자 가운데 여성의 비중이 지난 2002년 24%에서 2016년 42%로 1.75배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70세 이상 고령 수술환자의 비중도 같은 기간 13%에서 25%로 1.9배 커졌다.

고령자 비중 증가는 전체 수술환자의 5년 생존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흡연율이 낮은 여성환자와 건강검진을 통한 조기 진단 증가로 초기 수술환자 비중이 커진 덕분에 전체 수술환자의 5년 생존율은 2002~2006년 61%에서 2012~2016년 72%로 1.2배 높아졌다.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폐암수술팀이 2002~2016년 폐 절제술을 받은 원발성(전이 제외) 폐암 환자 7,485명을 인구학적·임상적 특징을 비교분석한 결과다.


이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폐암환자는 2002년 200명을 밑돌았지만 2016년에는 5.5배를 웃도는 1,100여명으로 늘었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2002~2006년 60.3세에서 2012~2016년 63.1세로 높아졌다. 70세 이상 고령 수술환자의 비중은 2002년 13%에서 2016년 25%로 커진 반면 환자 비중이 가장 큰 60대를 포함한 다른 연령층의 비중은 비슷하거나 작아졌다.

흡연율이 낮은 여성환자의 비중은 2002~2006년 28%에서 2012~2016년 39%로 1.4배 늘었다. 덕분에 담배를 피운 적이 있거나 현재 흡연 중인 환자의 비중은 66.7%에서 54.1%로 감소했다.

건강검진 때 저선량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등 검사로 폐암을 조기 발견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병리학적 병기(수술로 떼어낸 폐 조직을 검사해 판단)가 1기이고 종양 크기가 2㎝ 이하로 작은 초기 환자의 비율도 증가했다. 1기 환자의 비중은 40.6%에서 56%로 1.4배 커졌지만 2기(27.2→18.8%)와 3기(28.1→19.5%) 비중은 3분의1가량 줄었다. 종양 크기 2㎝ 이하 환자의 비율은 1.6배(약 18→29%) 증가한 반면 2㎝ 초과 환자 비율은 감소했다.

저선량 흉부 CT는 기존 흉부 CT 검사보다 방사선 노출량이 5분의1 정도로 적은 반면 폐암 등 폐질환 발견율은 최대 10배가량 높다.

상대적으로 예후가 좋은 조기 선암(샘암) 환자 비율 증가도 수술환자의 5년 생존율 향상에 기여했다. 조기 폐암환자의 암종은 선암이 45.6%에서 69%로 높아진 반면 편평상피세포암은 40.5%에서 20.6%로 줄었다.
70대 폐암환자 늘었지만 생존율 높아졌다

최세훈 흉부외과 교수는 “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폐암수술 환자들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고 있지만, 비흡연 여성 환자 증가와 저선량 흉부 CT 검사 활성화, 의료기술 발전으로 1기 암, 선암종 환자의 비중이 커지면서 5년 생존율 향상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대한폐암학회에 따르면 2016년 발생한 국내 신규 폐암 환자 2만5,780명 중 80%의 암종은 현미경으로 확인한 암세포의 크기가 작지 않은 비소세포암 중 선암(46%)·편평상피세포암(23%)이거나 크기가 작은 소세포암(11%)이었다.

소세포암은 전신전이를 잘 일으켜 수술보다 항암·방사선 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다. 비소세포암의경우 흡연자의 폐 중심부 기관지 점막 세포가 변성된 편평상피세포암 환자는 담배의 저타르화 등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비흡연자 폐암 증가세의 주범인 선암은 기관지 말단부에서 특정 물질을 분비하는 선세포(샘세포)에 생겨 편평상피세포암에 비해 발견이 쉽지 않고 주변 림프샘·간·부신·뼈나 뇌 등으로 잘 전이된다. 다만 조기에 발견하면 부분절제로 치료가 잘 되는 편이다.


이와 관련해 이계영 건국대병원 정밀의학폐암센터 소장(전 대한폐암학회 이사장)은 “흡연율이 낮은 여성이 전체 폐암 환자의 30%, 수술을 받는 폐암 환자의 30~40%를 차지하지만 유방암 등과 달리 인식이 낮은 편이어서 절반가량은 전이된 뒤 진단된다”며 “비흡연 여성도 50세 전후 갱년기에 첫 저선량 CT 검사를 받고 이후에는 5년(위험인자가 있으면 3년)마다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대한폐암학회에 따르면 국내 신규 여성 폐암환자는 2000년 3,592명에서 2016년 2.2배인 7,990명으로 증가했다. 이 중 88%가량이 평생 담배를 피운 적이 없었다. 비흡연 여성환자는 흡연자보다 진단 당시 전신건강상태와 폐기능이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완치 목적의 수술을 받을 수 있는 1기 △3~4기로 진행됐더라도 표적치료제 등 적극적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자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의료기술과 최소절제 수술 대상 환자의 선별능력 향상도 5년 생존율 향상에 한몫했다.
가슴에 3~4㎝ 정도의 구멍 2~3개만 뚫고 내시경을 가슴 안으로 넣어 폐를 절제하는 흉강경 수술환자의 비중은 2002~2006년 9.7%에서 2012~2016년 74.5%(2016년 84.4%)로 대폭 증가했다. 흉강경 수술은 가슴을 25~30㎝ 절개하는 개흉수술에 비해 절개 범위와 수술 이후 통증·흉터가 작고 감염·합병증 발생 위험이 낮다. 개흉수술은 90%에서 21.5%로 감소했다

폐의 5개 엽(오른쪽 3엽, 왼쪽 2엽) 가운데 암이 생긴 엽 전체를 잘라내는 폐엽절제술 대신 암이 생긴 엽의 일부만 잘라내는 ‘폐엽 부분절제술(구역·쐐기절제술)’ 비율도 4.3%에서 19.9%로 커졌다. 폐엽의 일부만 잘라내면 환자의 폐 기능 저하를 최소화할 수 있다.

70세 이상, 소세포 폐암 환자는 수술을 받아도 70세 미만, 비소세포 폐암 환자에 비해 생존기간이 짧을 위험도가 2배 안팎 높았다. 암 병기가 2기와 3~4기이거나 개흉수술을 받은 환자는 1기, 흉강경수술을 받은 환자에 비해 생존기간이 짧을 위험도가 각각 2배, 4배, 1.3~1.5배 높았다.

폐암은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감기와 비슷한 기침, 가래, 쌕쌕거리는 숨소리 등의 증상이 생긴다. 암 발생 위치에 따라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오는 객혈, 흉부 통증, 쉰 목소리, 호흡곤란, 두통, 구토, 뼈의 통증과 골절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 다른 질환과 혼동하기 쉽다.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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